'윤석열 신임' 언급 자제한 文…검찰발 '여론몰이'에 자성 촉구
신년 기자회견 주요 화두는 '윤석열 거취'…초반 잇단 질문 나와'윤석열 신뢰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권력 여전히 막강"지난해 11월 '윤석열 신뢰하고 있다' 발언과는 상당히 결 달라공정한 수사·수사 관행 개선 등 언급하며 윤석열에 역할 요청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 논란에는 '경고'…"대통령 인사권 존중"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신뢰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검찰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가능하고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 줘야만 수사 관행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신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간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검찰 내부에 대한 개혁은 윤 총장을 신뢰하고 있다"며 강력히 힘을 실어준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였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검찰의내부적인 개혁을 계속 추진해 수사 관행과 조직 문화를 바꾸라는 주문으로 읽혔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윤 총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화된 입장은 지난 2일 신년 인사회 메시지에서도 비춰졌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때까지 법적 제도적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여전히 검찰 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언급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신임을 한다는 발언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며 "그 기간 동안 검찰 내부에서 공보 준칙 등 여러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상황이 (지난해 11월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부터 시작해 울산시장 선거 관련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해 정부 여당 내부에서는 '정치적 수사'로 보는 시선이 팽배했다. 지금까지 보여온 수사에서 피의자 인권 보호는 지켜지지 않았고, 피의사실 역시 끊임없이 공표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지난 10일 검찰의 대통령 비서실 압수수색과 관련 정면 충돌했던 것이 대표적인 단면이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보여주기식 수사"였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나아가 검찰의 영장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것이었다"며 "위법한 수사"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총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 여부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두 번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거취에 대한 언급은 아끼면서도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 같은 것이 이루어져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또는 여러 가지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같은 것이 행사되고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점을 검찰이 겸허하게 인식한다면 검찰개혁을 빠르게 이루어나가는 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간의 검찰 수사 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또 윤 총장에 대한 직무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아끼는 대신 공정한 수사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책임자의 거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엔 현 상황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의혹 관련한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윤 총장의 거취를 언급하게 된다면 차후 정치적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윤 총장은 이른바 엄정한 수사, 그다음에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다'라는 점에 대해서 좀 더 분명히 인식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의 조직문화라든지 수사 관행 이런 부분을 고쳐나가는 일에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되리라고 믿는다"며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최근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경고장'을 꺼내 들었다. 검찰 인사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임을 강조하며, 검찰 조직의 반발은 오히려 '인사 과정 역행'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며 인사 제청 방식에서의 절차적 모호성을 함께 지적, 윤 총장에 대한 평가를 극도로 아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조직을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짓는 데 대해서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검찰 개혁이라는 여러 가지 과정들이, 청와대에 대한 수사하고 맞물리면서 그것이 약간 무슨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해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이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가 되었으니 조 전 장관은 놓아주고 재판 결과에 맡겨달라"고 국민들께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그분의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