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색을 삭혔다...신양섭, 닥죽으로 빚은 '순백을 찾아서'
인사동 노화랑서 10년만의 개인전...12일 개막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자연이 가지는 고유의 자기 색을 모두 삭혀버린다면 마지막에 남게 되는 색은 무엇일까?" 아크릴 물감과 젯소, 그리고 닥을 사용하여 화면에 일정한 두께가 도드라지는 작품은 '순백을 찾아서'라는 제목이 달렸다. 흰 바탕에 흰 그림, 단순하지만 이렇게 나오기까지 50여년이 걸렸다. 1971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꾸준히 '변화 없는 변화'의 작업을 이어왔다. 80년대부터 '백색의 탐닉'에 빠졌다. 화가 신양섭(78)은 ''흰색에 더 가까이 가보는 것이 소망"이었다. '순백을 찾아' 천착한 그의 인고의 세월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은 2010년 이후 10년만에 '신양섭 개인전'을 12일부터 선보인다. 자연 형태가 단편화되고 화면을 채웠던 지난 작품과는 다른 작품이다. 10년전 전시에서 발표한 ‘내안의 풍경’ 시리즈와 달리 이번 '순백을 찾아서' 신작은 단순한 형상이나 내면의 형상도 사라졌다.
닥으로 만든 죽을 화면에 올려 닥죽이 만든 형태만이 존재할 뿐이다. ‘닥’이라는 물질의 순수형태를 보여준다. 청정한 백색과 청색만이 화면에 들어왔다. 색을 물질개념이 아니라 빛이라는 원천적 개념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한 오광수 미술평론가는"닥죽에서 오는 질박한 질감이 바탕을 덮어가면서 화면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순백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라고 평했다. "질료로서의 흰색이 아니라 옛 어머니의 정성과 같은 정신적인 경지에 이른것 같다"고 전시 서문에 썼다.
오광수 평론가는 "신양섭은 80년대 부터 흙벽처럼 투박하게 으깨어진 마티엘과 순백의 색조가 침잠되어가는 정서의 내면율과 표현의 자율적 가치를 적절히 유화시키면서 독특한 회화적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며 "추상화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차가운 논리성보다 푸근하면서도 지순한 정감의 세계를 지향해왔다"고 설명했다. 신양섭은 서라벌예술대학 서양화과 출신으로 1971년 첫 개인전을 갖고 1973년부터 '국전'에 지속적으로 출품, 1981년 마지막으로 개최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노화랑 노승진 대표는 "화가 신양섭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성찰하고 지속적으로 변모시키면서 제작된 작품이 웬만히 쌓여갈 때, 그제야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자신의 작품과 예술을 평가를 받으려는 작가"라며 "이번 개인전은 완숙한 원로 화가의 깊이있는 예술세계를 감상할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10년만의 전시, 이미 단색화 열풍이 휩쓸고간 탓일까. '흰색의 작가'가 둥글둥글하게 빚은 작품은 '닥죽 단색화'로 보이는 아쉬움이 있다. 전시는 25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