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추억을 즐기는 진짜 뉴트로…'우리는 원래 더 귀여웠다'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이따금씩 친구들을 만나면 추억 보따리를 풀 때가 있다. 학교 후문 문방구에서 사먹던 불량(?) 식품,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1·2세대 아이돌, 그들의 음악이 담긴 카세트테이프, 겨울철 교실에 피웠던 갈탄 난로까지. '그 때'와 '지금'을 오가다 보면 그간의 걱정근심이 사라진다.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소소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복고(Retro)가 새로움(New)과 결합한 뉴트로(Newtro) 문화가 생겼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 같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복고를 새로운 외형이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다. 거리를 다니다보면 어릴 적 즐겼던 불량 식품을 발견하곤 한다. 옛날과 비교하면 가격이 50배나 늘었지만 기꺼이 지불한다. 그리곤 음미(吟味)하며 당시를 떠올린다. 한 판 해보려고 줄까지 서고, 동전을 아껴가며 즐겼던, 문방구 안이나 오락실에 있던 게임기. 추억의 게임도 이제는 내 방 한 켠에 들여놓고 즐긴다.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자토의 새 책 '우리는 원래 더 귀여웠다'는 평소엔 가물가물한 이런 기억들을 강제 소환한다. 우유 배급, 디즈니 만화동산, 가정학습지, 다마고치, 학교 운동장 흙냄새, 친구 집에 모여 했던 장기자랑 연습, 286컴퓨터에서 즐겼던 너구리와 보글보글, 포켓몬빵과 스티커, 두려움 한가득이었던 것과는 달리 아무 일 없이 마주한 2000년대 등. 단순한 소환에 그치지 않는다. 소재들은 얽혀있는 기억과, 그리고 이것들을 돌아보는 지금과 연결된다. '그래, 맞아', '그땐 그랬지'하며 짤막한 만화를 보고나면 지금의 저자가 느낀 점들을 살펴볼 수 있다. 자연스레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어릴 때 한 없이 크게 느껴졌던 곳이 이제 보니 엄청나게 작았던 곳이었다든지, 오래도록 꿈꿔왔던 로망이 어른이 된 뒤 겪어보니 막상 좋지 않았다든지, 그 때는 정말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한 없이 짧다든지, 이런 느낌들이다. 반성과는 사뭇 다르다. 어제, 오늘의 일들을 곱씹는 것보다 근원적인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잊고 있던 나를 재발견할 수 있고 잃었던 목표를 다시 세울 수도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그 때 그 시절로의 여행에는 편한 복장과, 적당한 기억력, 그리고 마음의 준비만 있으면 된다. 쏜살같은 시간 속에서 어느덧 자란 '나'에게 과거를 즐기고 돌아보는 기회를 주는 진정한 뉴트로를 경험할 수 있다. 248쪽, 창비교육, 1만4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