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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오딧세이]가상자산 과세는?…'기타소득세 vs 거래세 vs 양도소득세'

등록 2020-02-09 06:20:00   최종수정 2020-02-17 09: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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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과세방안' 조세 전문가들 논의 본격화

정부 입장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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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전광판에 1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가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두 달만이다.2020.01.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성을 보이면서, 과세 방식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 되고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다 보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가상자산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느냐가 쟁점이다.

이에 한국블록체인협회, 글로벌금융학회 등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상통화 과세방안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기타소득 과세방안 ▲거래세 과세방안 ▲양도소득세 과세방안 등을 논의했다.

가상자산 과세 방안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빗썸'에 803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본격화 됐다. 국세청은 외국인 고객(비거주자)이 가상자산을 거래한 뒤 출금한 금액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봤다. 그런데 국세청은 빗썸이 비거주자에게 원천징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빗썸에 본세와 가산세를 부과한 것이다. 

그러나 기타소득 과세방안은 타당하지 않다는 조세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날 정책심포지엄 발제자로 나선 김병일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대한 과세구조가 복잡하고 가상화폐가 대부분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일시적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이라고 보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가상화폐 거래차익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이미 현행 세법상 부득이 그렇게 과세가 이뤄지긴 했지만, 입법론적으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 역시 본질적(경제적)으로는 거래세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소득세법상 기타소득 과세는 총수입금에 대해 과세하면서 일정률을 필요경비로 차감해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구조"라며 "결국 과표와 세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일 뿐, 실제 발생한 투자손실을 반영하거나 개별 납세자별로 손익과의 통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거래세 과세방식과 동일한 문제점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기타소득은 기본적으로 복권당첨소득 등 일시적·우발적인 소득에 대해서 부과되는 조세"라며 "통상적인 경제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가상화폐 거래이익에 대해 기타소득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원리상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김 세제위원장은 "주요 외국의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본이득으로 보아 양도소득으로 과세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취득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하는 거래자는 손실이 났는데도 세금을 내게 됨으로써 순소득과세원칙에 배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거래세 과세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병일 교수는 "개인간 거래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포착의 어려움, 거래가격의 큰 변동성, 자산의 성격은 다르나 소액주주의 주권상장법인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등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시마다 간접세 형태인 거래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김 교수는 "외국의 입법례가 없으며 증권거래세법과 같은 별도의 가상화폐거래세법(가칭)을 새로이 입법해야 하는 부담이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강남규 변호사 역시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시장이 주식선물이나 옵션처럼 통일돼 있지도 아니하며, 모든 거래가 공개시장에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활성화된 거래시장에만 거래세를 부과해 겨우 생성된 시장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생각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거래세 부과는 활발한 거래를 조성하고 가능한 투명한 규모 있는 시장으로 집중해 암호화폐 거래를 양성화 하겠다는 정책방향과도 정반대의 길일 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집중포화를 맞아 이미 폐지의 길을 걷고 있는 증권거래세와 같이 장기적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체계로 개편해 가는데에 걸림돌이 될 세법을 굳이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심각한 의문"이라며 "실제 다른 나라에도 거래세 방식으로 접근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좋은 논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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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한국블록체인협회, 글로벌금융학회 등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상통화 과세방안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기타소득 과세방안 ▲거래세 과세방안 ▲양도소득세 과세방안 등을 논의했다. [email protected]
정승영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와 유사하게 거래세를 과세하는 방안은 일정한 한계점들이 있다"며 "거래세법 입법에 대한 부담 외에도 거래세법 설계 내용에 따라 달라질 부분이 있는 바, 거래소 기업에 대해서 원천징수하는 체계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동일한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는 어떻게 할 것인지(P2P로 거래하는 경우)에 대한 문제가 남는 등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대체로 양도소득 과세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양도소득이란 자산의 양도에 따라 실현된 소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자산에는 토지·건물·부동산에 관한 권리·주식 등과 기타자산과 같은 특정자산이 이에 해당한다.

주요 20개국(G20)에서도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는 화폐가 아닌 자산이라 정의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형사사건이지만 비트코인을 몰수대상으로 보아 자산성을 인정했다.
  
김병일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세무전문가 그룹이 국내 등록 교환사업자에 의한 가상화폐 거래 이익의 과세방법에 대해 20%의 신고분리과세, 그 밖에 해외 거래소 등에서의 거래는 현재와 같이 잡소득으로서 취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참여자 증가에 의한 시장 활성화, 전체 세수증가와 더불어 비등록사업자나 해외시장에서의 거래가 아닌 본인확인의무가 부과되는 국내 등록교환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가상화폐 거래에 관련되는 자금세탁 등의 대응측면에서도 건전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우리의 경우에도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도입방안 중 주식 등과 같은 비례세율(10~30%) 적용을 제안한다"며 "주식과 같이 국내외거래소 차별없이 적용세율은 20% 비례세율로 하되 과세표준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예컨대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25%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승영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상정할 수 있는 과세방향이라 생각된다"며 "자산을 이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계산하고 이에 대해서 과세하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므로 가상통화 거래에서의 차익을 과세한다고 가정할 때에는 가장 기본적으로 상정해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양도차익 계산에 있어서 제도적 정비와 설계 사항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사견으로는 양도소득 과세방안을 우선 생각해야 할 방안이라고 생각되나, 그렇지 않다면 기타소득 과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강남규 변호사는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식으로 이를 소화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미 비거주자의 기타소득으로 보아 원천세 과세가 이뤄지긴 했지만 국세청의 조치에 압박을 받아 당장 편리한 거래세나 기타소득으로 일단 과세부터 하고 보자는 조급한 생각은 부디 삼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성급하게 과세부터 하고 보는 것보다는 세심하게 상장주식이나 파생상품 양도소득 과세와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큰 틀에서 단계적으로 자본소득 통합과세에 역행하지 않는 방향에서 과세에 통합돼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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