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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로 찍혔던 영화인들…'오스카 4관왕' 새역사

등록 2020-02-10 18:20:30   최종수정 2020-02-10 19: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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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4관왕

봉준호·송강호, 과거 정권 때 '블랙리스트'

MB정부, 봉준호 비롯 52명 '퇴출건' 명단

朴정부 땐, 송강호 포함한 '9473인' 리스트

1월30일 대법, 김기춘·조윤선등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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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신화/뉴시스]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감독상, 국제영화상을 들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2020.02.10.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오스카 4관왕'을 거머 줘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주인공들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들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다. 1929년 아카데미 시상 이후 한국 영화·비영어 영화·아시아계 영화로서 첫 작품상 수상이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까지 가져가며 '4관왕'이라는 쾌거도 이룩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업적을 이룬 '기생충'의 핵심 공로자인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이전 정권들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바 있다.

지난해 2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백서)'에는 과거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 자료를 토대로 국정원이 2009년 문화·예술인, 연예인 등에 대한 압박 활동을 펼쳤다는 내용을 담았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기조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정부 비판성향 연예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적 퇴출 압박을 벌였다는 것이다.

2017년 9월11일 개혁위가 발표한 'MB정부 시기의 문화·예술계 내 정부비판 세력 퇴출 건'에는 봉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 52명이 포함됐다.

같은 해 10월30일 발표된 2014년 3월19일 '문예계 내 左(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 청와대 보고서의 '문제 인물' 249명 리스트에도 봉 감독을 포함한 104명의 영화인들이 포함됐다. 봉 감독은 이 중에서도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됐다. 봉 감독에 대한 특이사항에는 '민노당(민주노동당) 당원', 등급에는 'B'가 기재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직후 2013년 3월에도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로 보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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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봉준호(왼쪽)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면서 배우 송강호와 기쁨의 포옹을 하고 있다. 2020.02.10.
2015년 5월6~7일 출간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발 '9473인' 리스트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세월호 시국 선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박원순 후보지지 선언 등 4개 카테고리의 인물들로 나뉘었다.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등 594명은 2015년 5월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해 이 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는 이 명단을 문체부에 보냈고 문체부는 다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전달했다. 문체부는 이들이 정부 예술인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지 못하도록 예술위 등에 압력을 가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별기일을 열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상고심 선고에서 각각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은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되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등 취지의 판단 기준을 세웠다.

김 전 실장,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김 전 실장에 징역 4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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