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여자도 생각과 영혼이 있어요"의 울림···'작은 아씨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선 배우로 무대에 서거나 사창가에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극 중 대사) 영화 '작은 아씨들'은 19세기 여성으로서의 꿈과 사랑 그 좌절, 절절한 가족애를 그린다. 원작의 페미니즘적 시각을 급진적이지 않으면서도 여실히 담아내는 한편 교차 편집 구성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작품 배경은 남북전쟁 직후인 1860년대 중후반. 미국 뉴욕에 정착한 작가 지망생 '조 마치'(시어셔 로넌)가 소설 원고를 들고 잡지와 책을 발간하는 출판사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출판사 사장은 낮은 고료를 주면서 '다음엔 더 짧고 결말이 분명한 자극적인 글을 쓸 것'을 요구한다. 조는 당시 작가가 여성의 영역이 아니었던 탓에 가상의 남성 이름으로 원고를 써야하는 것도 서러운데 작품성보다 선정성에만 치우친 소설 시장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동생 베스(엘리자 스캔런)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은 조는 고향 매사추세츠 콩코드로 향한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잘 보존하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주기위해 이웃 부잣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났던 7년 전으로부터 현재까지의 일들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거윅 감독은 "성인이 된 등장인물로부터 시작돼 그들의 유년시절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길을 걸을 때 늘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현실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다. 이 방식을 통해 인생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싶었다"고 밝힌바 있다.
반면 영화는 시대를 완벽하게 해석한 의상으로 네 자매의 캐릭터를 부각시킨다. (지난 9일(현지 시간)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했다.) 의상 디자이너 재클린 듀런 의상 디자이너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진집부터 급진적인 색채를 담은 1860년대 화가들의 그림까지 섭렵하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려 애썼다. 자매의 그 성격과 매칭되는 의상을 입 각 캐릭터의 색을 더하는데 일조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 '작은 아씨들'은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컷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모델로 하고 있다. 원작은 성실하며 책임감 강한 맏언니 메그, 작가의 분신이며 열정적인 둘째 조, 얌전하고 속 깊은 셋째 베스, 사고뭉치지만 너무도 귀여운 막내 에이미, 네 자매의 성장과 가족의 생활을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담아냈다. 10대 시절부터 틈틈이 아이들을 위한 글을 써 오던 올컷은 1867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해 9월 출판사 편집자인 토마스 나일즈에게 성장소설 의뢰를 받은 뒤 자신의 자매들을 모델로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고, 제목을 아버지가 딸들을 부르는 말 '작은 아씨들(Little Women)'로 정했다. 영화는 원작의 아쉬움을 극복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오랫동안 조를 사랑하던 그들의 친구 로리(티모시 샬라메)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 온 에이미와 맺어지는 부분은 어딘지 갑작스러워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고전 페미니즘문학으로 평가받는 '작은 아씨들'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탄생시킨 '뉴 클래식'이라 할만하다. “사랑은 선택하는 거지”, “여자도 감정만이 있는게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어요” 시대를 관통하는 명대사가 여전히 울림을 전한다.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