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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선거구획정위 독자안'…여야 누구에게 유리할까

등록 2020-03-03 21: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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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4개 늘리고 4개 축소한 획정안 국회 제출

세종·화성·춘천·순천 '분구'…노원·안산·강원·전남 '통합'

총선 유불리 민주당 '판정승' 평가…공천 조정 숙제

서울 7.6배 크기의 '1시+5군' 공룡 선거구도 탄생

획정안 반려나 본회의 부결 가능성도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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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김세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 제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4·15 총선의 밑그림이 될 선거구 획정안이 3일 마침내 국회에 제출됐다. 총선을 불과 43일 앞두고서다.

특히 이번 선거구 획정안은 지난 2015년 7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한 이후 여야 협상안이 아닌 위원회 차원의 독자안을 국회에 제출한 첫 사례다.

여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구를 절대 사수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 끝에 선거구 획정의 기본이 되는 인구 상·하한선에서부터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세환 선거구획정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시·도별 의원정수와 인구 상·하한선을 확정한 선거구 획정안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선거구는 선거일 15개월 전 인구수를 기준으로 인구 상·하한선을 산출해 하한선을 밑도는 지역구는 통폐합을, 웃도는 지역구는 분구를 하는 방식으로 획정한다. 획정위는 13만6565~27만3129명을 인구 상·하한선으로 정했다.

이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획정위는 우선 세종특별시, 강원 춘천시, 전남 순천시 선거구를 각각 '갑·을'로 분구하고 경기 화성시 갑·을·병은 '갑·을·병·정'으로 나눠 총 4개의 선거구를 늘렸다.

4개 선거구의 분구에 맞춰 4개 선거구는 통합됐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총선의 지역구 의석이 253개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3개(갑·을·병) 선거구를 2개(갑·을)로, 경기 안산시 4개(상록구갑·을 및 단원구갑·을) 선거구는 3개(안산시갑·을·병)으로 1개씩 줄였다.

강원 강릉시, 동해시삼척시,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 속초시고성군양양군,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등 5개 선거구는 관할지역을 떼고 붙이는 식으로 ▲강릉시양양군 ▲동해시태백시삼척시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등 4개 선거구로 줄였다.

전남 목포시, 나주시화순군, 광양시곡성군구례군,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영암군무안군신안군 등 5개 선거구 역시 같은 방식을 통해 ▲목포시신안군 ▲나주시화순군영암군 ▲광양시담양군곡성군구례군 ▲무안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등 4개로 통합했다.

경기, 강원, 전남은 각각 화성, 춘천, 순천에서 1개 선거구를 늘린 대신 다른 지역의 조정을 통해 시·도별 정수를 유지하고 세종시에서 늘어난 선거구는 서울 노원구에서 선거구를 줄여 메운 셈이다.

김 위원장은 획정안 제출 뒤 기자들과 만나 "평균인구 수는 지난해 1월31일 기준으로 상·하 편차 범위 내에서 세부 획정을 했다"며 "전국에 4개가 늘어나는데 253석을 맞춰야해서 4석을 다시 줄이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초유의 독자안은 여야가 손댈 수 있는 여지가 적어 최종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선거구획정위를 독립기구화하면서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획정위가 제출한 안을 넘겨받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1회에 한 해 다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획정 기준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는다.

김 위원장이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은 문 의장의 서명을 받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됐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인데다가 여야가 획정안을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아 그대로 오는 5일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획정안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선거구 협상에서 연합전선을 형성하며 미래통합당과 대치했던 민주당과 민생당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농어촌선거구 통폐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민생당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세종시, 춘천시, 순천시 등을 분구하는 대신 경기 군포시와 안산시, 서울 강남구와 노원구 등을 통폐합 대상에 올려놓은 바 있다. 이는 선거구획정위의 독자안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반면 통합당은 인구비례성을 문제 삼아 호남 선거구의 통폐합을 주장하면서 세종시와 춘천시만 분구 대상으로 올려놓았지만 호남 선거구 총수는 그대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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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선거구획정위원회가 3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의 시·도별 조정내역. (자료=선거구획정위 제공)
세부적으로도 획정안에서 4개 선거구로 줄어들게 된 강원 지역 5개 선거구는 통합당의 텃밭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강릉시(권성동), 동해시삼척시(이철규),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염동열),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이양수) 등은 모두 통합당 의원이 현역인 곳이며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의 경우도 황영철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의원이 현역이었다가 의원직을 상실한 곳이다.

4개 선거구에서 3개 선거구로 줄어든 경기 안산시도 통합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조정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곳은 상록구 갑(전해철)·을(김철민)의 경우 민주당 의원이, 단원구 갑(김명연)·을(박순자)은 통합당 의원이 현역인 곳이다.

민주당의 경우 갑(고용진)·을(우원식)·병(김성환) 3개 지역구를 모두 싹쓸이한 노원구와 나주시화순군(손금주),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이개호), 영암군무안군신안군(서삼석) 등을 점유하고 있는 전남에서 1개 선거구씩 통합 대상이 되면서 손해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유리한 지역의 분구로 손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분구 대상인 경기 화성시의 경우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현역인 갑을 제외한 을(이원욱)·병(권칠승)을 민주당이 가져간 곳이며 세종시도 이해찬 대표가 현역인 곳이어서 민주당에 유리하다.

전남 순천시의 경우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현역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통합당 김진태 의원이 당선된 강원 춘천시도 분구 결정으로 민주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한결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호남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둔 민생당 입장에서도 호남 선거구 총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이번 선거구 획정안에 따라 여야 모두 기존 공천 작업을 조금씩 조정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의 경우 갑 선거구에 고용진 의원과 유송화 전 춘추관장이 경선을 치른 가운데 을·병 선거구는 추가공모를 진행 중이지만 2개 선거구로 줄면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통합당의 경우도 김명연 의원이 안산시단원구갑에서 단수공천을 받았고 나머지 3개 지역구는 추가공모를 진행 중이거나 후보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전략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역구에 공천이 확정됐거나 후보 재배치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후보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선거구 획정안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룡 선거구'도 탄생하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5개 군과 1개 시가 합쳐진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이 대표적이다. 이곳의 면적은 4586㎢에 달하는데 이는 서울시(605㎢)의 약 7.6배 크기다.

문 의장도 김 위원장으로부터 선거구 획정안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개정 공직선거법에 농·어촌, 산간지역을 배려하는 것을 노력한다고 했는데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의장은 또 "그동안 원내교섭단체 간에 논의해 온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미흡한 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회 교섭단체 간에 조정안이 합의된다면 이를 토대로 (획정위에서) 잘 끝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 역시 획정안 국회 제출 전 언론 브리핑에서 "인구 및 생활문화권을 고려한 선거구획정 조정이 불가피하거나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선거구가 있다"면서 "향후 선거마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것을 막고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여야가 '농어촌배려 미흡'을 사유로 획정위에 다시 획정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부결시킨 뒤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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