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선거구 획정에 여야 이틀째 혼란…"위법" vs "존중해"
與 전남 이개호·서삼석, 이해찬 면담 시도노원 고용진·우원식·김성환 "다시 획정하자"민생·정의당, '호남' 합구 반발 "수도권 줄여야"통합당 안산 박순자·김명연 "누더기 획정안"현행 유지 전현희·김정우 등 한숨 "획정안 합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세환)는 지난 3일 세종특별시, 경기 화성시, 강원 춘천시, 전남 순천시 등 4개 선거구를 분구하고, 서울(노원구), 경기(안산시), 강원도, 전남 등 4개 권역에서 기존 선거구를 조정, 통·폐합해 각 1개구씩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재선 이개호(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초선 서삼석(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의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당대표실을 찾아 이해찬 대표를 면담하려다 막판 철회하고 발길을 돌렸다. 전날 획정안에 따르면 서 의원 지역구 영암군, 무안군, 신안군이 제각기 타 지역구에 편입돼 자칫하면 이들 의원이 맞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호남권 공동선대위원장인 이 의원은 단수공천, 서 의원은 경선을 거쳐 각각 지역구 공천을 받았기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농촌 지역구를 줄이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며 "선거구 획정이 철저하게 여야 합의 결과를 무시해 그것을 확인하고 왔다"고 했다. 지역구가 갑·을·병 3곳에서 2곳으로 줄어든 서울 노원구의 여당 의원들은 연명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민주당 고용진(노원구갑), 우원식(노원구을), 김성환(노원구병)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의원지역구 획정 기준 인구수 결정일인 2019년 1월 현재 노원구 인구수는 54만2744명으로 해당 기간 강남구의 인구수보다 590명이 더 많다"며 "강남구를 그대로 두는 마당에 노원구 합구 결정은 법이 정한 원칙과 합리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획정위안대로 결정될 경우 전국적으로 내 지역 후보가 누군지도 모를 초유의 ‘깜깜이 선거’가 불 보듯 뻔하다"며 "획정위가 정한 기준이 선거유권자들의 참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획정안을 다시 정할 것을 요구하는 바"라고 했다. 민주당의 경우 서울 노원, 전남·전북 등 호남권 공천 절차를 상당부분 진행해와 향후 처리를 놓고 이미 공천이 확정됐던 후보들과 경선 등에서 떨어진 후보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혼란을 피하기 힘든 양상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군소 야당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지역구 의원 전원이 호남인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대단히 위법한 획정"이라며 "당초 국회 논의과정에서의 합의를 전면으로 배치하는 잘못된 선거구 획정 제출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전남 목포시에 출마를 준비해온 윤소하 정의당 의원(비례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만약 선관위가 현재의 인구기준을 고수하려 했다면, 지방에서 늘어나는 3개의 지역구를 수도권에서 줄여도 얼마든지 가능했던 문제였다"고 반발했다. 획정안에 따르면 목포시는 신안군과 합구된다. 윤 의원은 "그럼에도 특정 지역의 선거구가 통째로 바뀌는 이번 안을 제출한 것은 대단히 심각한 게리멘더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야당도 경기·강원의 자당 지역구가 통·폐합 대상이 되자 들고 일어났다. 통·폐합 대상인 경기 안산시의 미래통합당 3선 박순자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략적 야합으로 만들어진 누더기 선거구 획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통합당 지도부는 이렇게 불합리한 누더기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서 여권과 재조정 협상에 즉각적으로 나서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반발했다. 통합당 김현아 원내대변인도 전날 획정안 발표 후 논평을 통해 "현재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출마자들과 유권자 모두에게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며 "거대 광역 선거구의 탄생, 현실과 동떨어진 지역간 결합 등 손대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손을 댔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김명연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갑)도 "오로지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를 지켜주기 위해 안산시민을 희생시킨 반(反)헌법적 선거구 획정"이라면서 "여권은 선관위의 발표를 구실삼아 밀실 야합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아가 초유의 '공룡 선거구'가 나오게 된 강원 지역 여야 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을 냈다. 강원에선 6개 시·군이합쳐지면서 서울시(605㎢)의 약 7.6배 크기의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선거구가 탄생했다. 민주당 송기헌, 통합당 권성동, 김기선, 김진태, 염동열, 이철규, 이양수 의원은 4일 성명을 내고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은 지역 분권과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오로지 힘의 논리만으로 강원도를 죽이려는 만행이자 폭거"라며 "이에 여야 강원도 의원 일동은 민주주의의 양심으로 강원도 9개 의석으로 재획정을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당초 선거구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가 현행 유지가 결정된 지역의 의원들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서울 강남구을)은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과 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의 목적에도 부합하고 위헌적 선거구 획정을 방지하기 위한 합법적인 조치였다" "이러한 중앙위선관위 선거구획정위의 합법적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획정안을 옹호했다. 강남구는 노원구와 함께 현행 갑·을·병 3개 선거구의 축소가 거론됐지만 현행 선거구가 유지됐다. 앞서 전 의원은 강남구을 단수공천을 확정지은 바 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경기 군포시갑)도 "저는 '군포의 발전과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현행 선거구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민주당 지도부에게 지속 전달했다"면서 "제 의견이 반영된 오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안 발표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잘 챙기겠다"고 반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