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엠넷 이선영 CP "너목보, 음치 찾기? 결국 사람 이야기"
힙합 대중화 기여한 '쇼미더머니' 기획한 스타 PD'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1부터 이끌어...올해 5주년 7시즌미국 지상파 채널 폭스서 정규 프로그램 제작...PD로 참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 사람이 과연 '음치일까' 추측하다가 각자 사연을 알게 되는 거죠. 짧지만 출연자분들의 각자 인생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최근 상암동에서 만난 케이블 음악채널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이선영 CP는 "음치를 찾는 노래 경연이지만 '너목보'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너목보'는 출연자마다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1월 24일 시즌7에 출연한 남민정 씨가 노래를 부른 뒤 하늘을 향해 힘겹게 입을 열었을 때다. "오빠 나 어땠어? 이 정도면 나 인정해줄 거지? 오빠 사랑해." 이 말은게스트로 나온 가수 홍진영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게 했고, 안방 시청자까지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남씨는 뮤지션의 꿈을 꿈 꿨지만,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를 대신해 무대에 서 노래를 한 것. 그래서 '너목보'는 '휴먼다큐'의 흔적이 다분하다. 엠넷 판 '전국 노래 자랑'을 꿈꾸며 2015년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올해 5주년에 7시즌을 맞는 엠넷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무명 설움을 겪은 가수 황치열도 이 프로를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나기도 했다. 우리가 못보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여주고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매력이다. 주변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는 것이다. "'평소 자주 본 우리 동네 치킨집 사장님인데, 노래를 너무 잘하시네!', 이런 부분이 신기한 거죠." 이선영 CP가 시즌1부터 이끌어온 '너목보'는 대표적인 한류 프로그램으로도 구축됐다.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에 포맷이 수출됐다. 2016년 국제 에미상 예능 부문 후보작이었고, 2018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한류 부문 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지상파 채널 폭스(FOX)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것을 확정했다. 올해 말에 첫 방송할 예정이다. 특히 '너목보' 미국판에는 기획단계부터 파일럿 제작, 본 방송 제작 등에 엠넷의 이 CP가 프로듀서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엠넷을 운영하는 CJ ENM은 "기존 해외 판매가 에이전트를 통해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CJ ENM과 폭스 간 직접 계약으로 이뤄져, 콘텐츠의 가능성을 크게 어필하고 가치를 인정 받은 사례"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가을 '너목보' 미국판 파일럿 제작부터 함께 한 이 CP는 "할리우드에서 미국 지상파 유명 프로듀서들과 같이 작업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하고 기분이 이상했다"며 활짝 웃었다. '너목보' 미국판은 지난 파일럿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 할리우드 배우인 켄 정이 MC로 나선다. 켄 정은 제임스 맥킨레이, 크레이그 플레스티스와 함께 '너목보' 미국판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한다. "'너목보' 미국판 프로듀서들이 '아메리칸 갓 탤런트' 등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해왔던 팀이에요. 서로 시스템은 다르지만 그래서 통하는 지점이 많았죠. 기본적으로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지점이 컸어요." 이 CP는 그간 엠넷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징인 '슈퍼스타 K' 시리즈,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힙합 열풍을 일으킨 '쇼미더머니' 기획 등을 맡은 음악예능 스타 PD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팝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중학교 때는 주변 친구들 덕에 클래식 음악에 빠지기도 했다. 용돈만 생기면, 테이프와 CD를 사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마니아였다.
국립창극단의 간판 소리꾼 김준수는 '너목보'에 나온 뒤 대중적으로 더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 CP는 "미국판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시는 분들도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이 CP는 처음부터 음악 PD를 꿈 꾸지 않았다. 현대문학과 영화를 결합시킨 석사 논문을 쓴 국문과 학도였다. PD가 된 것은 운명이었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PD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1년만 하다가 학교로 돌아오자는 생각을 했다. PD가 되고 1년 뒤 사표를 쓸 준비를 하고 있는데, "드라마 촬영장을 지나가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 CP의 감각이 절정에 달했던 프로그램은 2018년 '더 콜(The Call)'이었다. 신승훈, 김종국, 김범수, 휘성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신예 가수들과 협업 음원을 내놓는 형식의 프로그램.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한 새로운 음악을 내놓아 호평 받았다.
새로운 음악이 나오려면 '새롭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이 CP의 생각이었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엠넷이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쇼미더머니'를 만들 때도 우리는 음악 채널이니까, 힙합 장르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쇼미더머니' 이후 힙합이 주목을 받고 판 자체도 달라지니까 보람이 생기는 거예요. 엠넷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새로운 판을 까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 해본 것에 대한 위험도 크지만 안정적으로 가기보다 '신선한 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죠." 최신 트렌드의 선봉에 섰던 과거 엠넷의 '트렌드 리포트 필'을 시작으로 이 CP가 항상 섬세하고 날 선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