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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코로나19 대응 칭찬 받던 軍, 민간인들 부대 침입에 곤혹

등록 2020-03-2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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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코로나19 대응에 2700명 투입해 여론 호응

대구·경북 등 전국 각지서 헌신적인 태도 칭찬

제주 해군기지 등 민간인 무단 침입에 속앓이

정경두 "고군분투 장병 노력이 헛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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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육군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혈액 수급난 해소를 위해 ‘사랑의 헌혈운동’ 캠페인을 펼쳐 온 육군이 단일기관으로 최단시간에 최다헌혈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2사단 장병이 헌혈하는 모습. (사진=육군 제공) [email protected]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옛 성현 공자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을 남겼다. 공자는 중국 노(魯)나라 애공(哀公)과 참된 군주의 자세를 논하면서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배를 뒤집기도 한다. 군주께서 이것을 위태롭다 여기신다면 위태로움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백성이 군주를 보호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정권을 전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라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도자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임금 군(君)자를 군사 군(軍)자로 바꿔도 뜻이 통할만 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으로 인해 우리 군의 위상이 올라갔다가 느닷없이 하락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활약하며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던 우리 군이 일부 민간인의 기지 무단 침입 탓에 졸지에 비난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국민적 지지를 즐길 시간도 없이 다시 예전처럼 성토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에 군 내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우리 군은 대민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국방부는 17일 기준으로 의료인력 445명과 지원인력 2348명 등 모두 2793명을 투입해 역학조사, 검역업무, 마스크 제작·판매, 방역지원을 돕고 있다.

국방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인 국방신속지원단을 꾸렸다. 국방부 산하기관도 힘을 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군용 화생방 장비인 건식제독기를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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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50사단 장병들로 구성된 육군 현장지원팀이 2일 안동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열화상카메라 운용 및 이용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50사단 제공) 2020.03.03 [email protected]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대구·경북지역에 위치한 육군 50사단은 방역 일선에 투입됐다. 화생방 방호 전문부대인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국군화생방사)는 경북대와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돼 방역 활동을 펼쳤다. 국군간호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임 간호장교들은 국군대구병원으로 이동해 국군의료지원단 일원으로 코로나19 대응 임무에 투입됐다.

군인 개개인 역시 힘을 보탰다. 국군의무사령부 국방의료정보체계 성능개선TF팀 소속인 허준녕 대위(신경과 전문의)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고 환자 중증도를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과 선별진료소 검사 대상인지를 알려주는 '코로나19 체크업 앱'을 개발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헌혈이 부진하자 군 장병들은 단체 헌혈자로 나섰다. 결혼과 전출, 휴가까지 미루고 코로나19 확산 방지 임무를 수행하는 군 장병들의 헌신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전국에 있는 육·해·공·해병대 장병들은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보태겠다며 수억원대 성금을 모았다.

국방부 스스로도 코로나19 대응이 우리 군의 인기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정경두 장관은 16일 국방부 방역대책본부 화상회의에서 "우리 군의 지원이 코로나19 상황 조기 안정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국민을 위한 군의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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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허준녕 대위가 자신이 만든 ‘코로나19 체크업’ 앱을 가리키며 설명해주고 있다. 2020.03.11. (사진=국방부  제공)
이런 평가는 내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군 정책 지지도가 급상승했음이 확인됐다. 군의 코로나19 대응에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18개 행정부처 대상 '2020년 2월 대한민국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 조사' 결과 국방부는 100점 만점에 43.1점을 받아 18개 부처 중 10위에 올랐다. 10위는 역대 최고 순위다.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실시된 이 조사에서 줄곧 16~17위를 맴돌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부터 1월 12위, 2월 10위로 상승세를 탔다.

이처럼 순조롭기만 할 듯했던 국방부의 이미지 쇄신은 예기치 못한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의 불문율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군기 문란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민간인이었다.

16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 근처에 산나물을 캐러 간 민간인이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침입했지만 군은 이 사실을 1시간가량 몰랐다. 7일에는 민간 시위대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들어와 2시간 가까이 기지를 배회했지만 부대는 이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고 5분 대기조도 늑장 출동시켰다. 지난 1월에는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치매 증상이 있던 민간인이 위병소를 제지 없이 통과해 기지 안을 1시간30분간 돌아다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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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고동명 기자 = 2일 오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가는 이지스함 서애류성룡함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서귀포시 전경이다.2016.03.02. [email protected]
경계 실패는 국방부 수장인 정경두 장관의 책임 인정 발언으로 이어졌다. 정 장관은 17일 "지난해 북한 소형목선 상황 발생 후 다시는 경계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 여러분들께 약속드린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와 같은 일들이 잇달아 발생한 것에 대해 국방부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군기 문란 관련 반성이 거듭되고 있는 점은 군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정 장관은 군의관들의 실리콘 지문 출퇴근 조작과 천궁 미사일 오발 사고 등이 있었던 지난해 3월, 그리고 북한 목선 삼척항 정박 사건 후인 지난해 7월 군 주요 지휘관 워크숍에서도 군기 문란을 지적하며 구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했었다.

이처럼 군기 문란 문제가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롯해 복무기간 단축,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허용, 영창 폐지 등 조치가 군 기강을 위태롭게 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와 함께 군부대 이전·재배치와 병역 자원 감축, 대체복무제 도입 등 현 정부의 국방개혁 2.0 정책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역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대민 지원에 공을 들이던 군이 일부 민간인의 돌발 행위 탓에 오히려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일부 민간인의 돌출 행동 때문에 발생한 일이지만 군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민간인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해도 경계 태세를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인이 아닌 북한 간첩이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부대에 들어와 군인들을 감염시켰다면 어쩌려고 했느냐' 등 비판에 군은 반박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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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경두 국방부장관이 16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국가지정응압병상을 방문해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국방홍보원 제공) [email protected]
국방부 역시 공교롭게도 대국민 지지를 확보해가는 시점에 발생한 이번 경계 실패에 아쉬움이 크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군이 여러 부분에서 많은 지원을 하면서 국민들께 희망과 또 힘이 돼주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경두 장관이 같은 날 전 군에 보낸 '장관 지휘서신 제10호'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난다. 정 장관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어떠한 전통적·비전통적 포괄안보위협 속에서도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와 경계 작전에는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계 실패로 군 조직이 받은 타격은 작지 않다.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경계 작전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이 보직 해임됐다. 지휘 책임이 있는 함대사령관(소장)은 징계를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대목은 민간인에게도 뚫리는 군 부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점이다.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 애쓰고 있는 군으로선 야속해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군의 이 같은 억울함이 민간인에 대해 위압감을 조성하는 쪽으로 비화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박한기 합참의장 주관으로 긴급 작전지휘관회의를 연 뒤 보도자료에서 "최악의 경우 경계근무자에게 적이나 불순세력으로 오인돼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계가 삼엄해지면 오인 사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인데 이는 부대 인근 주민에 대한 일종의 위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같은 태도는 코로나19 대민 지원으로 어렵게 쌓은 긍정적인 인상을 한 순간에 퇴색하게 할 수 있다.

철저한 기지 경계와 인근 주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우리 군의 주도면밀함이 요긴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라는 군 스스로 세운 목표에 더욱 다가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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