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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채권단에 자구안 제출…"모든 자산 매각·유동화 검토"(종합2보)

등록 2020-04-13 17:51:12   최종수정 2020-04-20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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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공장 내부.2020.01.22.(사진=경남도 제공)
[서울=뉴시스] 정옥주 김지은 기자 =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긴급 수혈받은 두산그룹이 13일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

두산은 "그룹과 대주주는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고, 두산중공업 또한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경영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두산그룹 측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제출했다"며 "채권단은 향후 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행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과 상환 가능성, 국가기간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계획은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 및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산업은행도 두산그룹과 협의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측은 자구안에 담긴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규모의 긴급 수혈을 결정하면서 자구노력 등을 확인한 후 추가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두산이 그룹전반의 지배구에 변화를 주는 고강도 쇄신안을 내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차입금 4조9000억원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비은행 차입금만 약 4조2000억원에 이른다. 채권단의 1조원 지원과 수출입은행이 오는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약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사채를 대출로 전환해 준다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이 1조5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감축해야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 등에서는 두산건설 매각, 특허권 포함 두산중공업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에 오너 일가 사재출연, 두산밥캣 지분 유동화 또는 담보대출, 인력 구조조정 확대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두산의 사업 부문 중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등 우량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 회사는 양대 신사업인 2차전지용 전지박과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각 사업이 성장성이 큰 만큼 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51%(경영권 포함) 또는 전량을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솔루스는 ㈜두산이 보통주 13.94%와 우선주 2.84%를 보유하고 있으며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보통주 50.48%, 우선주 11.04%에 달한다.

스카이레이크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매각대금은 6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두산솔루스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동박, 전지박 사업 영업가치를 961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산이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신성장동력인 두산솔루스를 완전히 포기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솔루스가 보유한 OLED 소재와 전지박 사업의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지분 매각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두산이 1대 주주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 계열사로 두산솔루스와 함께 두산그룹의 양대 신사업 계열사로 꼽힌다. ㈜두산이 약 30%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보통주만 65.08%에 달한다.

두산 일가의 사재 출연이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등 오너 일가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을 자회사·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과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산중공업의 재무리스크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을 정점으로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진다.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뒤 두산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지분을 투자회사에 몰아주고, (주)두산과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과거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을 매각할 당시 사용했던 방법이다.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채권단이 1조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두산그룹에 계열사 출자구조 변화를 요구했다"며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의 수직계열 구조에서 두산을 중심으로 하는 2원화된 계열구조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산이 두산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두산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두산이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이는 합병 관련 소요자금, 안정적인 자금확보, 책임경영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추가 명예퇴직, 일부 휴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시장의 추측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자구안에 대한 내용은 두산그룹 측의 요청에 따라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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