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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택배 훔친뒤 "착각했다" 항변…법정서 안먹힌 이유

등록 2020-04-19 05:00:00   최종수정 2020-05-04 09: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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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문앞 택배상자 절취한 혐의

10초간 살펴보다 집으로 가져가

"절도 고의 없고, 착오였다" 항변

법원은 "고의 맞다"…벌금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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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택배상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자영업을 하는 윤모씨는 지난 2018년 11월7일 오전 11시28분께 자신의 집 앞 복도를 지나가다가 옆집 문 앞에 택배상자가 배달된 것을 확인했다. 해당 택배상자에는 30만원 상당의 머플러가 들어있었다.

택배상자를 집어 든 윤씨는 약 10초 정도 유심히 살펴본 뒤 복도 반대편으로 갔다가 다시 와 좌우를 살피고 허리를 숙여 택배상자를 갖고 집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윤씨가 고의로 택배상자를 절취한 것이라 보고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윤씨는 자신의 모친이 부산에 거주하는데 택배상자 발송지가 부산이라 자신의 것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또 택배상자에는 수신자가 '안OO'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자신의 이름과 헷갈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윤씨는 절도 고의가 없었고, 택배상자가 자신에게 배달된 것으로 생각해 착오로 가져간 것이라고 항변했다. 윤씨는 현재 치매를 앓고 있어 사리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윤씨가 택배상자를 살펴본 후 집으로 가져간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수신인을 착각했다고 주장하지만, 윤씨에게 특별히 시력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상자의 수신인란은 정자체로 출력된 형태로 보이고, 윤씨가 약 10초간 택배상자를 살펴보고 가져간 상황을 볼 때 착오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윤씨는 당시 회사를 경영하는 등 정상적 사회활동을 해 사리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도 "윤씨가 택배상자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를 영득할 의사로 가져갔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윤씨가 택배상자를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했다면 이를 곧장 집어 들어 가지고 들어갔을 것이지 상자 외양을 유심히 관찰하고 수거하지 않은 채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가지고 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택배상자 겉면에 주소는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상자 겉면을 꽤 오랜 시간 관찰했음에도 오로지 '부산'이라는 발송 도시명만 확인하고 다른 정보는 모두 잘못 보거나 간과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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