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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풍성해진 與…'경선이 본선' 대권 경쟁 뜨거워진다

등록 2020-04-19 12:53:17   최종수정 2020-04-27 0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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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주자 입지 굳힌 이낙연…당권 쥐고 대권 도전하나

'盧의 남자' 이광재, 강원 맹주로 10년만에 정계 복귀

18대 대선 도전했던 '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서 생환

박원순, 국회에 측근 대거 입성…당내 대선 우군 확보

코로나 대응 강력한 리더십 부각 이재명 지지율 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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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당내 대권 경쟁도 보다 뜨거워지게 됐다.

다수의 잠룡들이 생환에 성공하고 당내 정치적 입지도 강화하게 되면서 어느 때보다 풍부해진 대선 '인재풀'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위협할 정도로 당 내외 지지세를 보여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과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 재판 등으로 한때 차기 대권주자 풀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 궤멸적 참패로 황교안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력 대권주자를 잃은 미래통합당과 달리 '역대급' 규모의 차기 주자군이 형성되는 반전에 성공하면서 2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2022년 3월9일)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치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60%에 육박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압도적 총선 결과를 낳은 민심이 대선 정국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대선 경선 통과가 곧 본선 승리나 다름 없을 수 있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당내 대권 경쟁이 예견된다.

현재까지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는 주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 출신이자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으로 선거를 이끈 이 전 총리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서 통합당의 황 전 대표를 여유있게 누르며 '1등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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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김경목 기자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원주갑 당선인이 16일 오전 강원 원주시 선거사무소에서 가족과 당선을 자축하는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광재 당선인 제공). 2020.04.16. photo@newsis.com
각종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를 달렸던 그는 종로 당선으로 호남에서만 내리 4선을 했다는 지역적 한계를 완전히 뗄 수 있게 됐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38명의 후보 중 22명(57.9%)이 생환하면서 약점으로 꼽혔던 당내 지지 기반 확충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전 총리의 행보에는 특히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의 차기 당 대표 출마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015년 2월 당 대표에 선출됐다가 2016년 1월 대표직에서 물러나 대권에 도전한 바 있다.

당권 도전은 '자기 세력화'를 공고히 할 첩경이다. 문 대통령이 선택한 초대 총리이지만 이 전 총리는 당내 친문 핵심 세력과는 거리가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확실한 자기 편을 확보한다면 다음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굳힐 수 있다.

다만 민주당 당규상 대선 1년 전에는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6~7개월짜리 단기 대표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내 견제 세력이 생기는 부담도 예상해볼 수 있어서 친문 핵심 세력과 어떤 식의 교통정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전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6일 총선 당선증을 수령한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당내 문제는 아직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국난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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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뉴시스] 안지율 기자 =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된 김두관 후보가 16일 웅상읍 선거 사무실에서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김두관 당선인 사무실 제공) 2020.04.16.   [email protected]
험지에서 생환한 '지역 맹주'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김두관 의원도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됐다.

'돌아온 노무현의 남자'란 수식어가 붙는 이 전 지사는 2011년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사직을 상실했지만 9년 만에 다시 강원 지역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왔다. 민주당의 강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 의석 확장을 책임졌고 그 결과 자신의 원주시갑 승리를 비롯해 민주당의 험지인 강원 지역 의석을 현재 1석에서 3석으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전 지사는 선거 뒤 "원주시민들과 강원도민들의 지지로 30대에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40대에 최연소 강원도지사를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다시 10년 만에 제가 사랑하는 원주에서 3선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셨다"며 "원주시민들과 강원도민들에게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2012년 대선에 출마하려 경남지사직을 던졌던 김두관 의원은 부산·울산·경남(PK) 선거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당 지도부 요청에 따라 현 지역구 경기 김포시갑을 떠나 험지인 경남 양산시을에 도전해 쉽지 않은 승리를 거뒀다.

경남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현재 10석인 PK 의석을 15석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 비해 결과(7석)는 못 미쳤지만 영남권의 반여(反與) 정서 속에서도 PK의 민주당 전체 득표율은 상승했다는 점에서 선방한 결과라는 평가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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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원순 시장(왼쪽)이 지난 17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화상세미나에 참여해 방역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은 선거 다음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경남에서 기대했던 만큼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경남도민과 양산시민들이 따뜻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이 전 총리의 출마 여부와 함께 차기 전당대회가 민주당 대선 레이스 구도를 판가름할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번 총선을 통해 이른바 '박원순의 사람들'이 약진함에 따라 당내 대권주자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시장과 가까운 '친(親) 박원순계' 인사들로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 윤준병(전북 정읍시고창군), 변호사 출신으로 서울시장 선거 당시 캠프에서 선거법률자문을 했던 민병덕(경기 안양시동안구갑), 박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천준호(서울 강북구갑)와 허영(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인 진성준(서울 강서구을) 후보 등이 당선증을 받아들게 됐다.

김영호(서울 서대문구을),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기동민(서울 성북구을), 남인순(서울 송파구병) 의원 등 이미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들도 일제히 생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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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17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 아람솔루션을 방문하고 있다.
이로써 국회 내에 강력한 지지세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게 약점으로 꼽혀 온 박 시장은 기반 확충에 탄력이 붙고 대선 가도에서도 든든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염원했던 개혁과제들을 이제 흔들림 없이 제대로 완성하라는 뜻"이라며 "저부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심기일전하겠다"고 총선 결과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이규민(경기 안성시) 당선인을 제외한 측근 다수가 공천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정성호(경기 양주시), 김영진(경기 수원시병), 김병욱(깅겨 성남시분당구을) 의원 등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생환해 존재감을 유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으로 지지율도 부쩍 상승세를 보였다.

그는 총선 결과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는 촛불혁명을 반드시 완수하라는 명령이자 경고"라며 "겸허한 마음과 비장한 각오로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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