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코로나 이후 신세계] 경험 못한 충격에 150조 재정투입 적정한가

등록 2020-04-20 06:00:00   최종수정 2020-04-27 09:48:42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IMF "올해 세계경제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 침체" 전망

美 2.1조 달러·獨 1조 달러 등 주요국 대규모 재정 투입

韓, 1·2차 추경 등 150조 규모 민생경제·금융안정 지원책

GDP 7.8% 수준…경제적 충격 버텨내기 재정 더 풀어야

유동성 수요 곳곳에 넘쳐…3차 추경안 편성도 시간문제

대규모 재정 투입 국가 재정 악화, 수위·속도 조절 필요

associate_pic
[ 뉴욕= AP/뉴시스]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 이후 보행자마저 크게 줄어 한산해진 17일(현지시간)의 뉴욕 시내 도심 번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10인이상 집회 금지발표 이후 미국의 대표적 영화관체인이 모두 폐쇄를 발표하면서 주요 개봉작들의 개봉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2020.03.18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1930년대 대공황과 비견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더욱 두려운 것은 그 충격이 어디까지 비화될지 지금으로선 가늠조차 어렵다는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009년(-1.7%)보다 낮은 -3.0%로 예측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자료를 공개한 1980년 이후 지금까지 마이너스 성장인 해는 2009년이 유일한 데 이를 넘어서는 충격이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 비극이 현실화되면 인류는 '대봉쇄'(Great Lockdown)로 일컫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 대재앙을 맞는 셈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충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 위해 확산 방지와 경기 부양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두고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IMF는 코로나19에 맞서 각국 정부가 8조 달러(약 972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재정 지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는 역시나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3차례에 걸친 코로나대책법을 통과시키면서 총 2조1083억 달러(약 257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대응 재정의 4분의 1 수준으로 여기에는 성인 1인당 1200달러의 현금 지원, 기존 실업수당의 인상과 기간 연장, 긴급실업수당의 도입 등 직접적 소득보조 방안이 담겼다. 미국의 연방중앙은행(FRB)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전담반(TF)과 함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정부규제 연장하는 발표를 하면서 "정부 지시에 잘 따르는 것은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시민은 희생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대단히 고통스러운 2주일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04.01.

미국만큼이나 큰 충격에 휩싸인 유럽의 주요국들도 앞 다퉈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7560억 유로(약 1024조원), 영국은 3600억 파운드(약 540조원), 프랑스는 3450억 유로(약 473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들은 고용유지를 위한 임금보조 확대, 소상공인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실업지원제도의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EU는 '재정적자 국내총생산(GDP) 3% 이하, 국가채무 GDP 60% 이하'라는 EU 재정준칙 적용을 일시 중단했다. 회원국들이 경제 위기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도록 했다.

IMF 역시 지출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재정 적자가 지난해 GDP의 3.7%에서 올해는 GDP의 9.9% 수준으로 2배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당장은 각국이 돈을 풀도록 독려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까지 투입키로 한 재정 지출 규모는 IMF가 집계한 2018년 기준 미국 GDP의 10.69%를 차지하는 규모다. 독일은 GDP의 30%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뒤늦게 국가적 대응에 나선 일본도 GDP 10% 수준인 56조엔(약 634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마련했다.

associate_pic
[프랑크프루트=AP/뉴시스] 13일 독일 프랑크프루트의 한 증권사에서 투자관리자가 낙폭을 그리는 주가 그래프를 바라보고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겪는 유럽의 기술기업(IT)들이 중국 자본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CNBC는 보도했다. 2020.4.16.

코로나19가 맨 처음 창궐한 중국을 제외하면 그 충격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전례 없는 신속하고도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쏟는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과 대응을 위해 목적 예비비를 우선 집행하고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투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업종별 실물 피해대책, 민생·경제종합대책, 금융안정대책 등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지원 대책은 총 1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집계했다.

이러한 재정 지원 규모는 지난해 우리 GDP(1914조원)의 7.8% 수준이다. 우리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의 대응과 비교하면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가계와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최대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단 회복이 이뤄지고 대유행 국면을 지나게 되면 선진국의 경우 광범위한 경기 부양책에 착수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라며 "이것이 모든 선진국에서 조율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은 물론 일본도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하고, 경제적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민층과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정 지출에 근거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 동안 국내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40%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이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두고 예산을 짜고 집행해왔다.

재정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태도를 보였다. 상상력을 발휘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에도, 위기 상황에 긴급하게 투입해야 하는 재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정치권의 요구에도 입장을 바꾸지 못했다.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이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60%를 넘어선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으로 적자폭은 더욱 커지고 채무비율도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쓰러지는 국민을 일으켜 세우고, 곤두박질치는 경제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나라 금고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도 1차 추경을 거치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40%선을 넘겼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미래 성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정부가 취해야할 자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의 지원 대책에도 유동성 수요는 곳곳에서 넘쳐난다. 정부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내수뿐 아니라 고용, 수출 측면에서도 경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적 여파는 고용 대란으로 번지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는 10년 만에 마이너스(-) 증가폭을 기록했고, 고용불안에 놓인 일시휴직자는 1년 전보다 4배나 폭증했다.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추가 재정 지출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3차 추경 편성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실물경제에 코로나19 여파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현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추가 재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규모 재정 투입은 국가 재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고 중복되는 사업을 제외한 철저한 계획에 의해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을 필요한 부분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재정수지적자,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는 데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형태의 정책은 재정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속도는 물론 수위 조절을 강조했다.

associate_pic
[런던=AP/뉴시스]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다우닝 10번가의 한 가정집 창문에 올해 6세 된 로건이라는 소년이 '희망'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린 무지개 그림이 전시돼 있다. 영국 총리실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집중 치료 병상에서 일반 병상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영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6만5863명, 사망자 수는 7978명으로 집계됐다. 2020.04.10.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