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첨단 물시계 '자격루', 만든 이들 밝혀졌다
이공장·안현·김수성·채무적 등 4명 이름 드러나…3명은 천문 전문가수수호 용 문양 제작방식도 확인, 밀랍주조기법 추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1년 7개월간 진행된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자격루는 물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첨단 물시계로 조선시대의 국가 표준시계였다. 1434년(세종 16년) 세종의 명에 따라 장영실이 만들었지만 당시 만들었던 자격루는 지금 전해지지 않는다. 대신 1536년(종종 31년)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인 파수호(播水壺·물을 보내는 청동 항아리로 크기에 따라 대·중·소로 나뉨) 3점, 수수호(受水壺·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로 두 점의 크기는 동일함) 2점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있었다.
특히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그동안 정확한 관찰이 어려웠던 수수호 왼쪽 상단의 명문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 당시 주조 돋을새김(양각)한 명문에는 자격루 제작에 참여한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었고 그동안 명문의 몇몇 글자는 마모돼 12명 중 4명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가 이번에 새로 확인됐다. 확인된 인물은 이공장(李公檣·?∼?), 안현(安玹·1501∼1560), 김수성(金遂性·?∼1546), 채무적(蔡無敵·1500∼1554)이다.
수수호의 표면에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문양이 새겨져 있어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해당 용 문양도 3차원 입체(3D) 스캔과 실리콘 복제방법을 이용해 수수호 표면을 평면 형태로 펼치는 방식으로 살펴봤다. 이를 통해 수수호 왼쪽과 오른쪽 용 형태가 대부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얼굴과 수염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용 문양에 겹쳐진 구름 문양이 관찰된 가운데 먼저 수수호 표면에 용 문양을 붙인 뒤 구름 문양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파수호의 표면에는 자격루 제작시기를 알려주는 '가정병신육월 일조(嘉靖丙申六月 日造)'가 세로로 새겨져 있었고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 검은색 명문에서 은(銀)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은입사된 명문은 부식으로 검게 보였지만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은백색의 본래 빛을 찾게 됐다. 자격루 제작 완료 시기에 맞춰 대파수호 표면에 은입사 기법으로 명문을 새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3D 입체 실측을 활용해 유물의 형태를 정밀하게 기록했으며 비파괴 성분 분석을 통해 표면에는 청동 부식물이 형성됐고 그 위에 실리콘 오일 성분의 기름과 흙먼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오염물은 계면활성제와 초음파 스케일러 등을 이용해 제거했으며 재질 강화처리도 마쳤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보존처리를 완료한 창경궁 자격루는 조선 시대 과학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된다"며 "보존처리로 자격루의 원형을 보존하고 제작 참여자와 제작기법 등 사라진 기록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