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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시간 행적조사 막아라"…靑, 예산·인력 끊었다

등록 2020-04-23 13:01:00   최종수정 2020-04-27 09: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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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기 특조위 국장·공무원 파견 막아"

사회적참사 특조위, 전날 관련 조사 공개해

'VIP 행적 조사' 수사 안건에 들어가자 방해

"활동기간 끝날 때까지 국장 임명 안 해줘"

7개월간 조사 방해…"관련자·기관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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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박병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와대 등에 의한 세월호특조위 조사 방해 수사 요청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0.04.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VIP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내용의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일탈·월권행위인 만큼 해양수산부(해수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
 
 2015년 11월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소 8차례 이상 이런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당시는 1기 특조위가 소위원회를 통해 '참사 당일 VIP 행적 조사'를 다루기로 의결한 후 전원위원회 최종 의결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 전 비서실장의 지시는 그 한 달 사이 내려졌고, 이는 특조위의 진상규명국장 임명 보류와 공무원 파견 중단으로 구체화된다. 
 
2기 특조위(사회적참사 특조위)는 1기 특조위 활동 당시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이런 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위 '7시간 행적' 조사를 방해한 정황을 포착, 지난 22일 수사 요청을 예고했다. 당시 정부는 1기 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나는 시점까지 약 7개월 이상 끈질기게 방해 공작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2기 사회적참사 특조위(특조위)에 따르면 세월호 1기 특조위는 2015년 9월14일 세월호 유가족 등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신청 사건을 접수받았다. 이후 10월20일께 소위원회를 열어 '참사 당일 VIP 행적 조사' 등을 포함시켜 다뤄야 할 사건으로 의결했다. 
 
청와대는 해당 내용을 파악한 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이 모여 하는 이른바 '실수비회의'를 통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특조위가 전날 공개한 당시 해양수산비서관실 행정관 A씨 진술에 따르면 해당 회의에서 해수부 차관이 이 전 비서실장과 현정택 당시 정책조정수석에게 보고한 내용에는 '특조위 활동기간, 예산, 추가공무원 전면 재검토'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시를 통해 실제로 당시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의 임용이 보류됐다는 것이 2기 특조위 설명이다. 같은 해 8월 국장 채용 계획이 수립된 후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됐음에도 11월19일 인사심사를 통과한 이튿날인 20일 오전 9시께 인사혁신처장이 인사 재가 결제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진철 인사수석비서관은 특조위에 "'비서실장 및 세월호 담당 수석(정무 또는 정책조정)'에게 요청받아 인사혁신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진상규명국장 임용과 관련해 지시한 것이며, 인사처에 진상규명국장 임용 보류를 협조 요청한 것이 맞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기 특조위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1기 특조위의 '참사 당일 VIP 행적 조사'에 대한 전원위원회 의결 예정 일자가 11월23일이었다"면서 "11월19일부터 20일까지 국장 임명 보류와 파견 중단이 결정된 것은 특조위를 압박하기 위한 취지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후 11월23일 1기 특조위 전원위원회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배제하지 아니한다'는 해석을 포함해 의결,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를 조사 사안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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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와대 등에 의한 세월호특조위 조사 방해 수사 요청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묵념을 하고 있다. 2020.04.22. [email protected]
해양수산비서관실 행정관 A씨는 이때 특조위의 조사개시 결정이 나오자 앞서 차관으로부터 '추가공무원 재검토' 등을 '조치사항'으로 담아 각 수석실에 전파했다고 진술했다.

전파 내용에는 '당정 간 협의, 특조위 협조 전면 중단 검토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여당 측 추천위원(5명) 사퇴 ▲특조위 예산삭감 및 16년 예산 배정 보류 ▲야당발(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법 개정안(활동기간 연장) 통과 보류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렇게 결정된 방해 공작은 1기 특조위 활동 종료 시한까지 근 7개월간 계속됐다. 
 
2016년 2월1일 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과장의 업무인수인계서에 '특조위 사무처 직원 채용·파견 진행보류 요청'(별도 통보시까지 보류) 등의 전달 사항이 들어간 것이다. 진상규명국장 임용과 관련해서는 '현재 결재진행만 남은 상황으로 답변 보류'(회신 불필요 의견)라는 내용의 전달 사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6월9일 당시 강석훈 청와대 신임경제수석에게 해수부 비서관실이 진행한 주요 업무를 보고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에도 특조위 진상규명국장과 파견공무원이 결원 상태이며 '파견 보류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1기 특조위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22일까지 공문과 언론브리핑,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규명국장 임용과 공무원 파견을 촉구하지만 요구가 묵살된 채 6월30일 활동기간이 종료돼 해체됐다.  
 
박 국장은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 27명에 대해 총 37회 대인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증거자료 256건을 입수하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을 토대로 특조위는 조만간 검찰의 수사요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조위는 구체적으로 이 전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 관련 인사 9명, 인사혁신처 관련자 8명, 해수부 2명 등 19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파견에 응하지 않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감사원,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도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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