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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2년]文대통령, 남북 '보건협력'으로 돌파구 만들까

등록 2020-04-26 06:32:00   최종수정 2020-05-04 09: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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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에서 남북협력 제안, 3·1절 기념사에서 구체화

코로나19 국제사회 연대·협력 주도…北 참여 포석 풀이

정세현 "6·15 전 남북회담 해야…4·27 때 회담 제안 필요"

문정인 "공중보건에서 새로운 돌파구 찾을 수 있을 것"

김동엽 "국제 공동대응 틀 속에 北 참가 유도하는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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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4.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졌다."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 (3·1절 101주년 기념사)

남북협력 추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보다 명확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남북 간 보건 분야 협력부터 시작하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해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과정에 변곡점을 만들었듯,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청와대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때와 같이 이번 2주년도 차분히 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판문점에서 진행된 통일부 주관의 공식 기념식 행사 참석 대신, 짧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1주년을 마무리 했다.

27일은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가 예정돼 있다.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신년사와 3·1절 기념사의 수준을 뛰어넘는 남북 협력 추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3·1절 10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공개 제안했다.

또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월에 있었던 신년사가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에 소원했던 것에 대한 자성의 메시지 측면이 강했다면, 3·1절 기념사는 남북 간에 당장 꼭 필요한 부분만 구체적으로 제안한 호소력 있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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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1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신년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등 기존 합의 사항 5가지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던 것과 달리 협력의 범위를 '보건 분야'로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이른바 '3·1절 구상'이라고 불리는 남북 보건협력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형 방역 모델(K-방역)이라는 자산을 앞세워 국제사회와의 연대·협력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3·1절 기념사에서 접경지역에서의 가축 감염병에 대한 대응을 함께 언급한 것은 현재의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라, 북한이 지난해 고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폭넓게 다루자는 의미도 함께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은 ASF가 전역을 강타한 탓에 전국의 돼지 개체 수가 심각한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남북 간 감염병 공동대응에서 시작해 철도연결, 공동유해발굴 등 기존에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공동선언에 담았다가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로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실제로 통일부가 판문점 선언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동해안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들이 본격화 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매개로 한 남북 보건협력으로 물꼬를 튼 뒤, 철도연결 등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 위주로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에 추진하는 철도연결 구간은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총 길이 110.9㎞)이다.  부산에서 시작돼 북측 안변역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철도 중 유일한 미연결 구간이다. 이 구간이 연결되고 북측 구간이 정비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중국횡단철도(TCR)와도 닿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동북아철도공동체 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7일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150명의 정부·지자체 관계자가 모여 남북철도 연결을 염원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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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하고 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관계 부처 차원에서의 남북협력 사업 추진도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남북 정상간 '톱-다운' 방식의 대화 채널이 아니고서는 추진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20일 판문점 선언 D-7 특별대담에서 "4·27 판문점 선언 2주년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며 "청와대 안보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27일쯤에는 정상회담 제안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담에 함께 참여했던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공중보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5월 초부터 6월 국회 개원 전까지는 북한이 화답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우리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경험만을 가지고 북한에 우리의 협력 의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성급한 접근은 오히려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전체적인 판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한 공개적으로 대외적인 지원을 요구하거나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국제 공동대응의 틀 속으로 북한 참가를 유도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가 다른 특정 국가를 일방적으로 지원하거나 지원받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가 동등한 입장과 자격으로 국제공조시스템에 참여해 함께 방역하고 공동으로 연구해 나간다면 제제의 틀 속에 갇힌 북한의 참여와 변화의 틈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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