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하준 "비난 두려웠지만···연기하는 자체가 행복"
최근 막을 내린 SBS TV 일일극 '맛 좀 보실래요?'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강해진'(심이영)의 철 없는 연하 남편 '이진상'으로 분했다. 애초 이 역에는 다른 연기자가 캐스팅됐지만, 서하준은 우여곡절 끝에 합류했다. "첫 촬영 전까지도 불안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촬영 시작 4~5일 전에 출연 확정이 났다. (대중들의 비난이) 두렵기도 했지만 어쨌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겁이 나면 아예 이 일을 포기하고, 아님 용기를 내 뚫고 나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촬영장에 있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늦게 작품에 들어갔지만, 이전에 일일극을 몇 번 해봐서 큰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역이라서 도전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그동안 서하준은 부잣집 아들, 실장님, 왕 등 댄디하고 멋있는 역을 주로 연기했다. 이번에 '지질한 불륜남' 역을 맡아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터다. "결혼, 불륜 등을 실제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최대한 극본에 맞춰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역할의 성격 덕분에 행동에 제한이 없어서 제스처도 자연스럽게 해 연기할 때 편했다. 주위 사람들이 '실제 같다'며 어색하지 않다고 하더라. 다행히 연기 관련해서도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맛 좀 보실래요?'는 시청률 8~9%대를 기록하며 인기몰이했다.아침 일일극인 만큼 40~60대 주부들의 열띤 반응을 실감했다. 예전에는 식당에 가면 사장님이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응원해줬지만, "이제 완전히 반대가 됐다. 다들 '해진이 말 좀 잘 들어라'라고 하더라. 눈치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몰입해주는 것 아닌가. 결혼하면 '이진상처럼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서하준은 "윤 PD님은 항상 묵묵히 응원해줬다. '사랑만 할래'(2014) 때 PD님이 잠깐 도와줘서 알게 됐다. 이후 두 작품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 같이 하자'고 했는데 세 번 만에 만나게 됐다"면서 "불화도 없었고 함께 한 연기자, 스태프들 모두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심이영 누나는 워낙 베테랑이라서 잘 이끌어줬다. 연기하면서 정말 편했다. 서도영 형도 성격이 정말 좋다. 이영 누나와 도영 형이 중심 역할을 잘 해줘서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격려도 많이 받았다. 영화배우 정준호를 비롯해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탤런트 임세미 등은 커피차를 보내주며 응원했다. 각각 드라마 '옥중화'(2016), 뮤지컬 '풀 하우스'(2014), 드라마 '사랑만 할래'로 인연을 맺었다. 서하준은 "내가 이 정도까지 베풀지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니 정말 고맙더라. 항상 자책만 해왔는데, 연기를 하며 보람을 느낀 건 오랜만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변함없이 응원해줬다. 얼마 없는 분인데 정말 복"이라며 "가족들에게는 일단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많이 배운 것보다 살면서 잊고 있던 '소확행'(작고 소중한 행복)을 느꼈다. 그 전에는 당연시했던 부분들도 '이제 쉽게 이룰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고,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서하준은 "팬들은 가족 다음으로 제일 감사한 분들"이라며 "나와 한 배를 타고 풍파를 같이 겪어서 애틋한 마음이 크다. 사람이라면 마음이 변할 수도 있었는데 묵묵히 응원해주고 오랜시간 나와 함께 했다.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면 팬들과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요즘 서하준은 극본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근 몇 년간은 작품 제안조차 많이 오지 않았지만, 이제 "극본을 보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며 행복해했다. "'내가 이 역을 연기하면 어떨까?' 상상하는 자체만으로 즐겁다"며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회상신이 유독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소중한 장소 부근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과거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라. 대중들이 '진실되게 연기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게 최고의 목표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지금은 '어떤 역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 그저 올해가 끝나기 전에 작품 하나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분히 오래 쉬었으니까. 또 쉬고 싶지 않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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