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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 질병관리청 승격에 "황당한 내용 포함" 지적 이유는?

등록 2020-06-04 11:16:11   최종수정 2020-06-08 14: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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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승격 등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입법예고

인사·예산 독립성 갖추지만…정원·예산은 줄어

보건소 방역 여전히 지자체에…'옥상옥' 우려

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 추진…"철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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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정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05.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업무를 일선에서 총괄한 질병관리본부가 노무현 정부 당시 출범한 지 16년 만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게 됐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컨트롤타워로서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되기보다 오히려 감염병 역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방역 최일선에 있는 보건소 방역 업무가 행정조직인 지방정부에 남아 있어 여전히 신속한 감염병 대응은 어렵고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옮기면서 감염병 대비 역량은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본은 청으로 승격되고 복지부에는 보건 분야를 담당할 2차관 직위를 추가하기로 했다.

1963년 국립보건원으로 출발해 질본으로 확대·개편된 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직후인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정부는 국립보건연구원과 13개 국립검역소 등을 포함했고 이후 공중보건위기대응팀, 호흡기바이러스과 등을 신설하는 등 내부 조직을 개편해 왔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 나서부터 청 승격 논의가 나왔지만 2016년 실장급에서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하고 긴급상황센터 신설 및 위기소통담당관, 위기분석국제협력과, 감염병진단관리과, 운영지원팀 신설 등 내부 조직만 개편했다.

청이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전문 인력 확충이 용이해지고 전문성을 집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정은경 본부장의 인사권은 제한적이지만 청장은 독립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장·과장급은 복지부 인사에 따라 복지부 공무원이 맡는 경우가 많다. 질본에 의사 등 의료 전문가 출신이 부족한 이유로 의사 수입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인건비도 있지만 전문 인력들의 승진에 제한이 있다는 점도 줄곧 지적돼 왔다.

또 하나는 예산 독립성이다. 질본 예산 총괄편성 권한은 현재 복지부가 가지고 있다. 질본은 복지부를 통해 편성된 예산 범위 안에서만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 청이 되면 예산 편성권 자체를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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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차관급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복지부에 보건·복지 분야 복수차관제를 도입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 중 청 승격을 제외한 다른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질병관리청 아래 신설하게 될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가 있다. 정부는 이 센터들을 통해 지역 단위의 상시적인 질병 조사·분석을 수행하겠다는 취지인데 여전히 일선 보건소 방역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통솔하게 돼 있어 자칫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지청 형태처럼 지역별로 지방 질병관리지청을 설치해 최소한 보건소 업무 중 방역 업무라도 질병관리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방역 관련 인력들을 질병관리청 산하로 흡수하지 않으면 평소에 감염병 대응 준비가 안 된다"며 "평소에 질병관리청이 중앙에서도 지방에 가보고 지방에서도 감염병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해왔으면 대구 신천지나 구로 콜센터, 부천 쿠팡 물류센터와 같은 집단 감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본부장은 "(질병대응센터만 권역별로 설치하면) 보건소 직원들은 지자체장 간섭을 받아야지, 인력 충원하려면 행안부에 잘 보여야지, 복지부 업무 따로 있지, 질병관리청에서도 업무 요청을 받게 된다"며 "보건소에 근무하는 분들은 옥상옥만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선 보건소와 지자체의 방역직 공무원에 대한 통솔권 이관 문제는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물론 만성질환, 유전체, 연구 기반 등을 총괄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복지부로 이관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만 해도 현재는 질본 산하에 국립보건연구원이 있어 감염병과 유전체, 백신 연구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복지부 이관 시 이런 업무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질병관리청의 승격을 열렬히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행안부에서 발표한 질병관리청의 승격에는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산하기관으로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해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이냐"며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자리에 보건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하여 행시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시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있어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정책과 방역기능, 감염병 연구기능 전체를 아우르는 한국의 감염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K-방역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확실히 격려하고 밀어주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해당 국민청원에는 1만2000명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론 미국처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을 독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 독립 기관이 아닌 복지부 산하에 두는 건 부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장기이식·혈액·인체조직 관리 업무 등도 질본에서 복지부로 옮긴다는 내용이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복수차관제로 보건 담당 차관을 신설하는 가운데 해당 업무는 보건의료자원 관리 및 보건사업과 연계성을 고려해 복지부로 옮기기로 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이렇게 기존 질본 조직이 복지부로 이관되면서 질본 정원과 예산은 현재 907명, 8171억원에서 746명, 6689억원으로 되레 청 승격 이후 감소하게 된다.

방역당국은 세부 조직 구성 등에 대해 행안부 등과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감염병, 특히 위기대응을 위한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게 청 신설의 목적이 있다"며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들, 지역에서 지역의 감염병 위기대응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 조직들, 감염병에 대한 역학 연구나 정책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세부적인 조직 내용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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