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첼리스트 임희영 "음악인으로서 사회공헌 활동 할 것"
동양인 최초 로테르담 필 첼로 수석 출신베이징중앙음악원에 한국인 최초 교수두 번째 앨범 '러시안 첼로 소나타' 발매레슨 책 출간...수익금 '뷰티플마인드'에 기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2018년, 31세에 세계에서 손 꼽히는 음악학교 중국 베이징중앙음악원에 한국인 최초 교수로 부임, 주목받았다. 이미 화려한 입상 경력으로 '최초'의 신기록을 써왔다. 워싱턴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1위, 폴란드 루토슬라브스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하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에서 동양인 최초로 첼로 수석을 역임한 재원이다. "뛰어난 음악성과 유려한 테크닉을 지닌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이자, "뛰어나게 세련된 연주와 비단결 같은 아름다운 소리"(세계적인 권위의 음악잡지 그라모폰(Grammophon)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달 두번째 앨범 '러시안 첼로 소나타'를 발매했다. 2018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발매한 '프랑스 첼로 협주곡'에 이은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 C장조' 등이 수록됐다.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첼리스트 임희영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와 첼리스트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첼로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엄마 친구의 딸이 쓰던 첼로를 받았는데, 그땐 관심이 없어 1년 동안 거실에 장식처럼 뒀다. 그런데 3학년 때 친구가 놀러 와서 첼로를 보더니 좋다고 연주해 보겠다고 했다. 웬일인지 엄마가 친구에게 선뜻 첼로를 주겠다고 했다. 욕심과 질투심이었을까? 그 마음이 첼로의 길로 이끌었다. "친구한테 첼로를 주기 싫었어요. 그래서 첼로를 배울 거라고 우겼고, 그때부터 첼로 레슨을 받게 됐죠" 대개 음악가들이 음악가 집안인것과 달리 임희영은 가족 중 유일한 음악가다. "조부모님은 물론 이모, 삼촌 중 그 누구도 음악과 친하지 않다"고 했다. 돌연변이의 재능은 남달랐다. 유치원 시절 드라마에서 들었던 노래를 피아노의 음계에 그대로 옮기는 등 어릴 적부터 '절대음감'이 탁월했다. 타고난 재능은 경계를 뛰어넘게 했다. "고학년 언니·오빠들이 입상하는 이화경향콩쿠르에 초등학교 5학년때 1위 없는 2위로 입상했고 이듬해에는 한국 클래식 음악의 대표적 등용문으로 꼽히는 금호영재오디션에 바로 합격했어요."
첼로와 가열차게 만난건 예원학교(중학교)를 입학했을 때부터다. 잠실인 집에서 중구 정동에 있는 학교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밥을 한끼도 집에서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침은 차 안, 점심은 학교, 저녁도 차 안에서 처리하며 연주에만 매진했어요." 그 덕분으로 15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에 영재로 조기 입학했다. 이후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에서 석사를 따고, 바로 박사를 하지 않고 파리로 가서 석사 과정을 한 번 더 밟았다. "NEC에 다닐 당시 스위스 최대의 음악 축제인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갔는데, 그때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아요.미국에서 온 나와 달리 유럽에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베토벤, 브람스 등의 곡 해석 능력이 정말 놀라웠어요.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연주를 하지'라는 이런 생각밖에 안들더라고요." 운도 좋았다. "'만으로 21살인데 이 나이에 박사를 받아서 무엇하겠어. 유럽으로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프랑스 최고 명문 음악학교인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석사로 입학할 수 있는 제도가 처음 생겼어요. " 그해 단 두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진 석사 과정에 당당히 입학, 수석으로 졸업을 마쳤다. 이후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필하모닉 첼로 수석까지 거머졌다. 그럼에도 솔리스트를 선언한 건, 교수로서 활동하며 제자도 키우고 솔로 연주를 병행하는데 활동에도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에 데뷔 앨범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 첼로 협주곡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 두 번째 앨범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이 앨범에 대해 임희영은 "라흐마니노프는 첼로와 피아노, 두 악기의 밸런스를 동등하게 살렸다"면서 "피아니스틱한 면이 많은 노래다. 그러면서도 그의 특징인 서정성과 낭만성을 첼로가 살려준다"고 설명했다. 앨범 작업은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현장에서의 연주보다 녹음이 더 긴장된다. "초콜릿 1kg을 반나절 만에 혼자 먹어 치울 정도로" 압박감이 심하다. "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영감이 있어요. 하지만 녹음은 마이크와 저만 있는 세팅에서 하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인 것 같아요. 객관적인 입장도 돼야 하면서도 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면 음악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죠. 그렇다고 오버를 하면 내 음악이 아니게 될 수 있다고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워요." 음악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작곡가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일'이다. 임희영은 "연주자는 작곡가와 관객의 사이에 있다"며 " 과거 일부 스타 연주자들은 작곡가보다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했다. 요즘은 트렌드가 좀 바뀌었다. 작곡가가 남긴 의미를 최대한으로 해석하며 거기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로 관중과 만나는 연주를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제가 음악인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연주하고 가르치는 걸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겁니다. 기부 연주를 한다든지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싶어요. 첼로 레슨 책도 제가 오랜 시간 터득한 노하우를 남들과 나누고 싶어서 내게 됐어요." 이번 앨범과, 함께 출간한 후학들을 위한 레슨 책의 본인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오케스트라 '뷰티플마인드'에 기부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