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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브로콜리너마저 "오프라인 공연 부담...그래서 제대로 준비"

등록 2020-06-16 18:35:08   최종수정 2020-06-22 09: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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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19일 노들섬 라이브에서 '이른 열대야' 진행

최신 문헌 참고하며 코로나19 대비 방역 예방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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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로콜리 너마저'. 2020.06.04. (사진 = 브로콜리너마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 시대와 팀 내부적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래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거예요."(덕원)

현재 인간의 힘만으로 헹궈낼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불가항력에 가깝다. 대다수가 매일 허무함과 무능을 느끼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매일 '생존의 기술'을 공부하고 배우는 이들이 있다. 내달 3일부터 19일까지(매주 금~일)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여름 장기공연 '이른 열대야'를 펼치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도 그 중 하나다.

코로나 19로 많은 콘서트가 취소 또는 연기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응을 철저히 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 출신으로 보건학을 전공하기도 한 멤버인 키보디스트 잔디가 주도를 해서 믿음직스럽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잔디는 "오프라인 공연을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피해갈 수 없다면 '제대로 준비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본인은 감염 전문가가 아니라며 조심러워했지만 잔디와 브로콜리너마저의 코로나19 방지를 위한 조치들은 믿음을 줬다. "좌석은 지그재그로 띄어 앉기를 하고요, 좌석마다 1m의 물리적인 거리가 있어요." 여기까지는 기존에 다른 공연장들도 해왔던 조치.

공연장 방역은 물론 공연 당일에 전문 의료진들이 배치된다. 보통 공연장에서는 교육을 받은 어셔가 체온 측정 등을 한다. 잔디는 "체온을 재는 것부터 5년 이상 경력의 간호사가 해요. 체온을 측정하는 앞뒤에도 전문가들이 지켜야 할 것들이 있거든요. 체온계의 위생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요. 문진표 작성도 비접촉 방식인 온라인으로 할 겁니다."

무엇보다 잔디는 문진표의 문항을 만들기 위해 코로나19 관련 최신 문헌도 참고했다. "발열과 기침이 코로나 전염 증상과 관련 4, 5위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첫 번째는 후각 상실이었어요. 피로도가 쌓여서 그런 거죠. 계속 문헌을 참고하면서 문진표의 문항을 업데이트할 겁니다."

공연에서 앙코르곡을 들려주는 것 역시 코로나19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 노들섬 내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며 선보일 계획이다. 보컬·베이스 덕원은 "야외인 만큼 우천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좁은 공연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마음이 놓이는 측면도 있죠"라고 말했다.

2011년 출발해 작년까지 진행한 '이른 열대야'는 쉽게 잠들 수 없는 여름밤의 감성을 담아낸 브로콜리너마저의 대표적 브랜드 공연이다. 이번에 전문성을 더한 노력은 '팬들과 함께 해온 공연을 더 안전한 상황에서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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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2020.06.16. (사진 = 브로콜리너마저 제공) [email protected]
이런 고민을 거치면서 멤버들은 "어렵지만, 어느 사안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잔디는 "저희를 도와주는 분들, 단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브로콜리너마저를 만난 당일은 '격리기간의 우리들'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방송이었다. 브로콜리너마저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시대에 시인들과 협업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이날은 하재연 시인과 함께 '우주적인 자가격리'라는 제목으로 라이브를 했다.

덕원은 '격리기간의 우리들'을 진행하면서 "동료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음악 하는 동료들은 아니었지만 시인분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에게 없는 장점, 표현, 스타일을 발견하고 성숙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저희끼리 하는 것도 좋지만 외롭지 않았고, 무엇보다 저 (화면) 너머로 같이 말을 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죠." 드러머인 류지도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계기 자체가 즐거웠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이번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브로콜리너마저도 변화를 맞을 거 같다고 여겼다. 그간 오프라인에서 뭉쳐 합주를 하고 부딪혀가며 노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곡을 만들어가지 않을까라는 예상이다. 덕원은 "이전까지 말보다는 행동으로 합주를 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대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귀띔했다.

음악 전달 방식의 변화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사실 인디 밴드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브로콜리너마저를 비롯 상당수 팀들이 실연으로 생존의 끝에서 버텨왔는데, 그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덕원은 "실연을 제한된 상황에서 어떻게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 '이른 열대야' 공연이 그 시험대"라고 했다. 

2005년 결성된 브로콜리너마저는 복고적인 사운드와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로 마니아층을 이끌고 있는 팀이다. 사랑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토로하면서도 보듬어주는, 슬픔과 따뜻함이 동시에 담긴 노래들을 들려줬다.

2007년 10월 EP '앵콜 요청 금지'로 주목받았다. 2008년 12월 첫 정규음반 '보편적인 노래'를 발표했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유자차' 등을 히트시켰다. '보편적인 노래'와 2집 '졸업'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받는 등 인디신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작년 3집 '속물들'을 발매하며 팬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지난 3월31일 발매한 싱글 'B-사이드 파트. 2'를 마지막으로 기타리스트 향기가 팀을 떠나는 등 최근 변화도 생겼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지금 모두에게 필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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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2020.06.16. (사진 = 브로콜리너마저 제공) [email protected]
덕원은 "음악을 계속 해오면서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했죠. 멈추거나 머뭇거릴 수 있고,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죠. 특히 코로나19 같은 상황을 만나 수입도 줄면 이겨내기가 힘들죠. 어떻게 변화할 지 고민 중이고, 10년 이상 해온 만큼 중요한 변화가 있을 거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 변화를 다른 음악 동료들과 함께 이겨내고 싶다고 했다. 그간 브로콜리너마저는 방에 오도카니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수줍음 많은 청년처럼 음악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방에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단독으로 이 변화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도움을 받은 만큼 다른 음악가, 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이번에 콘서트를 하면서 공부하고 준비한 방역 대책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은 팀이 있다면 충분히 나누고 싶어요. 아직 실행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성공한 것도 아니지만 저희가 겪은 시행착오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는 것보다 연대가 힘들 때 더 좋을 수 있죠."(덕원)

브로콜리너마저는 꾸준히 싱글을 발매하며 내부적으로 음악 작업에 대한 고민도 진행 중이다. 작년 3집은 무려 9년 만에 나온 앨범. 덕원은 "음원 작업을 하면서 4집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생각하고 있다"면서 "꾸준히 스텝을 밟으며 미래를 조금씩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브로콜리너마저는 이번 장기 공연 '이른 열대야' 전에 '좀 더 이른 열대야'라는 타이틀로 사전 공연을 진행한다. 오는 20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27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2회를 연다. 노들섬 공간에서의 소소한 공연과 여러가지 재밌는 것들을 나눈다.

코로나19 로 인해 밀집도를 줄이고자 추첨을 통해 10명으로 한정한다. 17일 밤 10시까지 두 날 중에 하루를 택해 브로콜리너마저 소셜 미디어에 적힌 연락처로 보내면 된다. 실시간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함께 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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