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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대혼란…6·17대책 이후 '수읽기' 치열

등록 2020-06-19 17:33:05   최종수정 2020-06-29 09: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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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17대책 발표 직후 저마다 제각각 풍경

재건축 희비…은마 호가 1억 '뚝' vs 잠실5 '잠잠'

"정책 효과 아직…체감까지 다소 시일 걸릴 듯"

'풍선효과' 재현…중저가 아직 온기, 김포·파주 쏠림

국토부 "비규제 지역 과열 시 즉시 규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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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2년 거주의무 때문인지,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1억원 정도 낮춰서 내놓고 있기는 한 데 매수 문의는 별로 없네요."(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일단 관망이에요. 문의 전화는 있긴 한 데, 팔겠다는 집주인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간만 보고 있는 상태에요."(잠실주공5단지 인근 부동산)

정부가 초강력 규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이 대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정부 규제 발표에 매수세는 일단 진정된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를 낮추는 등 모습도 관측됐다. 다만 시장 전반으로 보면 집주인들도 규제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전히 버티는 중이다. 치열한 매도-매수간 '수읽기'가 전개된 상태다.

중저가 아파트 매매 시장의 경우 내달 '3억원 초과 아파트 전세대출 제한 규제'를 앞두고 여전히 수요가 몰리는가 하면, 김포·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 등 투자 수요가 정부 규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풍선효과'도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정부는 '풍선효과' 발생 지역은 규제지역을 지정하는 등 강경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어, 시장은 당분간 혼란의 연속일 전망이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근 종전 대비 1억원 낮은 20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지의 호가는 최근 22억원까지 뛰었으나 정부 규제 발표 이후 호가 하락세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정부 대책에 올해 연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2년 이상 거주해야 새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은마 아파트는 아직 조합 설립이 이전 단계의 재건축 단지다.

반면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는 온도차가 다르다. 이 단지의 전용 82㎡의 경우 아직 24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 단지는 지난 2013년 12월 조합설립 승인 인가를 마친 상태다.

특히 이 단지는 주변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개발사업, 인근 아파트 재건축 등 대형 개발 호재가 즐비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강력한 대책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 투자가 막혀 앞으로 매매 거래는 쉽지 않게 됐지만 아직까지 급매물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마의 경우 아직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았고, 연내 설립도 쉽지 않다 보니 일부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집주인은 호가를 낮추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잠실 5단지의 경우는 이 같은 개발호재의 영향으로 아직까지는 집주인들의 버티기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재건축 단지에서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달리 규제의 영향이 덜한 곳으로 매수세가 옮아가는 '풍선효과'는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 청담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투자수요는 송파구 신천동, 가락동 등 주변과 강동구 등 외곽 지역으로 뻗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의 경우 전세대출 제한을 제외하면 이번 대책을 통해 바뀌는 것이 없다"면서 "거래허가제를 빗겨간 지역의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강동구 지역 9억원 미만 단지로 수요가 빠르게 옮아가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유일한 비규제지역인 김포·파주시는 대책 발표 이후 불과 며칠 새 매수세가 대거 몰리면서 인근 시장의 혼란의 양상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에 전화 통화가 빗발쳤다"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수자는 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 집주인도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 들이면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전화가 지나치게 많이 걸려와 정신이 없다"면서 "문의는 많은 데 매물은 많지 않아 거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6·17대책 이후에도 시장은 매도-매수간에 치열한 수읽기를 벌이면서 잔불이 남겨진 상태다.

다만 지금같은 추세가 더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워낙 강경한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이 아직 규제의 영향을 체감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일단 갭투자에 급제동이 걸려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어 거래 급감, 급매물 출현, 가격 하락 순으로 단계를 지나면서 규제의 영향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김포의 경우도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5000만원 벌었다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온갖 곤욕을 겪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국토부도 이날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 이후 해명자료를 내서 "이번 규제지역 지정 이후에 비규제지역에서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규제지역 지정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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