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렌트' 최재림 "11년전과 비교하면 용됐죠...코로나 시대 무대 감사"
뮤지컬 데뷔작...'콜린' 역 11년 만에 다시 출연
뮤지컬배우 최재림(35)으로부터 뜻밖에 '콤플렉스'에 관한 고백을 들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엄마 곁은 맴도는 '게이브',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조쉬', '킹키부츠'에서 여장남자 쇼걸 '롤라', '렌트'에서 에이즈에 걸린 컴퓨터 프로그래머 '콜린'처럼 세상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심정을 헤아린 것처럼 연기해온 그가 아닌가.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최재림은 "상대방의 슬픔을 함께 이겨낸다거나, 다른 사람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 저도 행복해하고 싶어요. 일상에서 이런 저의 부족한 부분은 무대에서 채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적인 면을 가지고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평범하기보다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껴요. 간접적으로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크죠." 신도림역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렌트'에서 콜린을 맡은 최재림이 상대역인 '엔젤'이 세상을 떠난 뒤 부르는 '아윌 커버 유(I'll cover you)' 리프라이즈(같은 노래가 반복 또는 다른 식으로 변주되는 것을 가리킴) 장면에서 그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최재림은 지난 2009년 '렌트'에서 콜린 역을 맡아 데뷔했다. 이번에 11년 만에 같은 역을 맡아 캐릭터의 심층수를 찾아낸 듯 깊을 맛을 내고 있다.
새 시즌 공연을 앞두고 본 오디션에서 안드레스 세뇨르 주니어 연출은 '아윌 커버 유'를 부른 최재림에게 "노래는 잘 하는 걸 알았으니, '당신의 삶에서 소중하거나 당신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청했다. 이 노래의 대상인 엔젤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으로 콜린 그리고 주인공인 로저·미미를 비롯 '렌트'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최재림은 "예전에는 '아윌 커버 유'가 아픔이 담긴 슬픈 노래라고만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같은 노래지만 접근 방법이 180도 달라졌죠. 나의 슬픔을 담은 것이 아닌, 엔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던 사람이었는지를 표현하고 그를 찬양하는 마음을 담았거든요"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최재림 콜린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글동글한 성격으로 모든 인물들과 잘 어울리는 콜린의 모습은 최재림의 일상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인물들의 노래는 록 기반인 것과 달리 콜린의 노래는 좀 더 부드러운데 경원대(현 가천대) 성악과를 수석 졸업한 최재림과 목소리 톤도 잘 맞는다. 성악도 시절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했고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는 최재림은 음색, 음역대의 스펙트럼이 넓다. 목소리도 크고 키가 188㎝이라 단번에 눈에 띈다. 롤라를 비롯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와 지저스, '마틸다'의 트런치불 등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맡아온 이유다. 트런치불 역으로는 작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앙상블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렌트' 같은 작품에서도 배우들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주목 받아야 할 때, 그렇지 않을 때를 철저하게 구분하려 해요. 제가 보이지 않아야 할 때는 가만히 있거나 몸을 작게 만들고 다 같이 에너지를 실어야 하는 장면에서는 뒤에서 받쳐주는 식이죠." 이처럼 10년 넘게 뮤지컬을 해오면서 좋은 삶을 살아가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처음과 비교하면 정말 용 됐어요. 하하.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영향도 받았고 덕분에 배우로서 성숙한 길을 걸어왔죠. 무엇보다 인간적으로도 나아진 거 같아요. 포용력이 생겼고, 좀 더 어른스워졌어요. 그래서 뮤지컬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어요."
이전 가왕의 7연승을 막았낸 만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며칠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그의 이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가창력의 보유자인 그가 2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자 일부에서는 '렌트' 출연 때문에 일부러 탈락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 네티즌의 반응에 감사하다며 웃은 최재림은 다양한 매체 활동을 하고 싶다면서도 변치 않는 공연 사랑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공연계를 스태프들과 함께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아이다'의 지난 3, 4월 부산 공연 취소도 경험한 최재림은 "지금은 모두가 힘든 상황이잖아요. 극장 관계자, 스태프, 배우 중 한명에게라도 이상이 생기면 멈출 위험을 안고 있는 거죠. 그래서 모두 철저하게 안전과 방역에 신경을 쓰고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매일 새기고 있다"고 했다. 사실 1990년대 에이즈의 그늘을 다룬 '렌트'는 현재 코로나19 시대에 위로를 안긴다. 두 병은 걸리는 이유, 발병 현상은 확연히 다르지만 모두 사람들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긴다는 점에서는 같다. '렌트'의 희망과 연대에 대한 노래는 그래서 지금도 필요하다. 최재림은 "지금 코로나19라는 힘든 일을 겪고 있고, 여전히 실업난이 존재하며 세대와 성별 갈등은 심해지고 있죠. 이런 상화에서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갈망하고 연대하는 '렌트'는 잘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몸은 떨어져야 하지만 마음으로는 공감이 필요한 시대잖아요. 11년 만에 다시 출연하지만 이 역이 많이 와 닿아요." '렌트'는 오는 8월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로저 오종혁·장지후, 미미 아이비·김수하, 모린 전나영·민경아, 마크 정원영·배두훈, 엔젤 김호영·김지휘, 콜린 최재림·유효진 출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