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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명창' 이봉근 "스크린 첫 도전…연기 욕심 10kg 뺐다"

등록 2020-06-24 14:18:49   최종수정 2020-07-06 1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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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꾼' 주연…7월1일 개봉

중학교 2학년때부터 판소리 배워

국악인으로 '불후의 명곡'도 출연

지인들 추천 소리꾼 오디션 "굉장히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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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소리꾼'의 주인공 배우 이봉근.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단역도 마다하지 않아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죠.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 영화로 연기 욕심이 생겼어요. 밑천부터 차근히 쌓고 싶죠."

영화 '소리꾼'으로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배우 이봉근은 완성된 영화를 보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7월1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우리의 판소리가 오롯이 드러나는 영화"라며 "아버지가 딸에게 해주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또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리꾼'은 영조 10년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 소리꾼 학규가 납치된 아내 간난을 찾아 떠나는 로드 무비다. 이봉근은 학규 역을 맡았고, 이유리가 아내 간난을 연기했다. 북 치는 고수 대봉 역은 박철민, 길 위에서 만난 몰락양반 역은 김동완이 맡았다.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 신작이다.

이봉근은 국악계에서 이름 난 소리꾼이다. 국악인으로 다양한 무대 경험을 갖고 있고,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두 차례 우승도 했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첫 연기 도전이다. 이봉근은 배우인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은 후 6개월 정도 준비해 '소리꾼' 오디션에 도전했다. 평소와 같은 무대라면 전혀 긴장하지 않았겠지만,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영역인 만큼 굉장히 떨었다고 했다.

이봉근은 "영화 촬영 중반쯤 심사를 했던 분께서 (오디션 때) 학규 눈빛을 봤다고 하더라. 하지만 당시 저는 너무 긴장해서 (붙겠다고) 전혀 생각을 못했다"면서 "(합격이) 너무 좋으면서도 부담이 됐다. '됐구나'하는 생각과 '큰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본래 스크린 연기에 뜻을 뒀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로 그 매력을 찾았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혼자 부담감을 안지 말라며 손을 선뜻 내밀어주며 많이 도와줬고, 즐겁게 촬영했다.

"박철민 선배가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봉근아, 현장의 하늘이 진짜 아름답다. 니가 그걸 깨닫는 날이 올 거다.' 현장이라는 공간에서 오는 긴장감과 희열감이 있었죠. 형님께서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알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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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소리꾼'의 주인공 배우 이봉근.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아내 역할을 한 이유리도 이봉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신인이다 보니까 누나가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가장 와닿었던 말 중 하나가 '진짜가 아니면 뱉지 말라'는 거였죠. 대사 하나를 뱉더라도 그 감정 안에서 진짜로 뱉어내라고 했고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조정래 감독은 '소리꾼'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힌 바 있다.

이봉근은 "저도 많이 봤고 너무 좋아한다. 존경하는 오정해 선생님이 은사이고, 영화를 준비할 때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며 "다만 결이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서편제'는 소리꾼인 장인의 고민에 집중했다면 '소리꾼'은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소리의 역할을 보여드렸다"고 설명했다.

판소리의 매력을 '공감 능력'으로 꼽은 이봉근은 영화에서 소리의 기교보다 정서 전달에 집중했다. 그는 "화려함은 빼고 판소리가 처음 나왔을 때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하는 데서 출발했다"며 "정서 전달에서는 탁월하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했다.

소리를 하는 장면은 그 간절함을 그대로 살리며 원테이크로 모두 소화했다. 영화의 절정에 다다르는 장면에서는 극 중 고수 역의 박철민과 감정을 나누며 학규에 온전히 빠져들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 같았어요. 장장 8분간 소리를 하는데 고수인 철민 형님과 보조출연자들도 모두 집중하고 다함께 소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득음이 눈에 보인다면 이런 느낌이랄까. 고수와 소리꾼이 같은 감정으로 무대를 가졌을 때 하나의 득음의 경지가 보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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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소리꾼'의 주인공 배우 이봉근.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간난의 납치를 기점으로 학규라는 인물은 달라진다고 했다. 처음엔 간난과 딸 청이에게 의존적이지만, 간난을 찾아나서며 소리로 감정을 선보인다. 이봉근은 "연기의 결이 전반부와 후반부가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며 "처음엔 부족해보일 수 있지만 모자라 보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경계가 (극 중) 1년 전과 후로 나뉘는데, 학규의 감정을 터트릴 수 있는 게 소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감정선을 표현하려 이봉근은 체중 감량도 마다하지 않았다. 초반에 75㎏ 정도였지만, 체중 조절로 후반부엔 63㎏까지 감량했다.

 이봉근은 '춘향가', '흥부가' 발상지인 전북 남원 출신으로 서예가 집안에서 자랐다. '악필'로 서예는 할 수 없었다며, 아버지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이름을 걸고 한 공연에서 느꼈던 희열감이 지금까지 소리의 길을 걷게 했다.

이제 배우로서의 한 걸음도 내디뎠다. 그는 "시사회를 보면서 부족함을 느꼈다. 한편으로 첫 술에 배불렀다면 자만할 수 있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다"며 "앞으로 불러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웃었다.

정극 연기는 물론 장르를 불문하고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장르를 따지지 않고 대사로, 연기로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배역을 하고 싶어요. 영화에서 제가 소리꾼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궁금한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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