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대화 문 열려 있다"…북미회담 모멘텀 다시 살아날까(종합)
美국가안보보좌관 "대화 진척 문 열려 있다"방한 조율 중인 비건 "외교의 문 열어둘 것"대선 전까지 도발 자제 경고하며 관리 의도비건 조만간 방한시 대북 접촉 가능성 주목文대통령 "美대선 전 북미간 대화하도록 전력""백악관서 대선 전 北 관계 개선 유리 기류"北, 美 태도 변화 없인 대화 나서지 않을 듯
미 백악관 내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며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대남 압박 행보를 보여왔던 북한이 군사 행동을 보류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다시 추동해 남북 관계의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 대선까지 불과 4개월 남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추세를 감안하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새로운 셈법' 없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 대선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로 인해 한미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美국가안보보좌관 "대화와 진척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미 국익연구소(CNI)가 개최한 웹 세미나에서 "대화와 진척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의무를 준수하며, 일관되고 실질적인 협상으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우리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제시된 목표 달성에 전념한다"라며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편, 전쟁의 상흔 치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 국민을 위한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아래에서 밝은 경제적 미래를 달성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을 향해 협상에 다시 나서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비영리기구 저먼마셜펀드가 개최한 '브뤼셀포럼 2020'에서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 둔다면 미국과 북한엔 여전히 양측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과의 합의는 우리 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달려 있다"며 "우리는 분명하고 탄탄한 세부 계획을 내놨다. 만약 북한이 우리와 함께하려 한다면, 매우 신속하게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도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추진하며 북한과 강한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빠르면 오는 7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 후에는 카운터파트인 조세영 1차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성사되면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방한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진행한 후 "우린 여기 있고, 북한은 우리에게 접촉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대화를 제의했지만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까지 나서 북미 대화에 군불을 때면서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에 이어 스톡홀롬 실무협상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살아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EU 화상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바라기로는 미국의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올해 초 남북 관계 진전을 통한 북미 관계를 추동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남북 협력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다시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 측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이미 미국 측에 전달됐고, 미국 측도 (북미 정상 만남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현재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한미 모두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목표로 대화를 추진해온 상황에서 군사 도발이 이어지고, 성과가 백지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북한이 충격적 행동과 새로운 전략 무기를 예고했고, 8월이면 한미연합훈련,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이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 있는 요인이 없다"고 짚었다. 미 백악관 내에서도 대선 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관측도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불신과 흑인 사망 시위로 핵심 경합주에서 민주당 조 바이튼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일 언론진흥재단 주최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 외교적 돌파구를 만든다면 중국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 가는 게 아니냐"는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의 최근 칼럼 내용을 소개하면서 백악관 내 긍정적 기류가 있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중국 변수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서 돌파구 마련하는 게 공화당의 대선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문 특보는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줄 분명한 카드가 있어야 하고, 미국 시민과 민주당의 반발을 촉발하지 않을 카드를 줘야 할 텐데 사전 조율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미국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북미 대화에 다시 응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미간 대화 노력이 결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섣불리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북한이 당분간 대남 공세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 대선 이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대미 압박에 나설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며 "우리는 다시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장기적인 핵전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할 데 대해 엄숙히 천명했다"며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를 언급한 데 이어 핵무력 증강 노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지난 달 4일부터 대남 공세를 시작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11월 대선 앞두고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비건 부장관이 방한 역시 북한에 대화의 적극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이 새로운 안을 만든 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문성묵 센터장은 "미국은 대화의 문이 열려 있으며, 김 위원장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대화 의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간 입장이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 입장 차이가 있어서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