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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B.A.P 출신 정대현 "대학로가 제 새로운 토양됐으면"

등록 2020-07-06 14:19:11   최종수정 2020-07-13 09: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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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막 뮤지컬 '더 모먼트'서 소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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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대현. 2020.07.06. (사진 = 라이언하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더 모먼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요. 대학로가 제 '새로운 토양'이 됐으면 합니다."

대표적 한류그룹 중 하나이던 그룹 'B.A.P' 출신 정대현(27)이 아이돌의 열매를 걷어내고, 뮤지컬의 귀중한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그가 명실상부 뮤지컬배우로 거듭날지는 시간이 답해야 할 몫이지만, 창작뮤지컬 '더 모먼트' 초연을 앞두고 뮤지컬배우로서 의지와 태도는 믿음직스러웠다.

최근 신사동에서 만난 정대현은 "창작 초연에 처음부터 참여를 해서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뮤지컬과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바이컴퍼니가 오는 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초연을 개막하는 '더 모먼트'는 세 명의 남자가 각자의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산장에서 조우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동화적 판타지로 풀어낸다.

정대현은 부모의 이혼 때문에 서울로 이사하면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장에 가게 된, 거칠고 반항적이지만 순정파 '소년'을 연기한다.

소년미가 넘치는 외모를 지닌 정대현은 "관객분들이 겉보기에 이질감이 있지는 않지만, 제 본래 성격과 다른 캐릭터"라면서 "도전적이고 투쟁적인데, 그래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많다"고 흥미로워했다. "순수한 캐릭터이다 보니 제 안의 날 것 본연의 모습을 찾고 있어요. '이런 부분을 잊고 살았구나'라는 걸 깨달으면서 즐거워하고 있죠."

'더 모먼트'는 정대현의 네 번째 뮤지컬 출연작이다. 지난 2017년 '나폴레옹'의 타이틀롤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올슉업' '그리스' 같은 쇼뮤지컬에 출연했다.

그러면서 대학로 창작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은 갈증이 생겨났다.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B.A.P 멤버로 세계 큰 콘서트장에서 여러 번 공연한 정대현은 "객석수가 적든 많든 신경을 쓰지 않아요. 어떤 환경에서 공연하는지가 더 중요하죠. 대학로의 따듯한 느낌이 부러웠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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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더 모먼트' 정대현. 2020.07.06. (사진 = 스탠바이 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그간 뮤지컬 출연작은 정대현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나폴레옹'은 그동안 써온 가면을 스스로 벗게 만들었고, '올슉업'은 스스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리스'는 또래들과 함께 작업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했다.

정대현은 B.A.P 시절부터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아이돌이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즐겼다. 명절에 가족들끼리 노래방에 가서 자주 노래를 불렀다. 김경호 같은 높은 음을 내는 남성 가수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여성 보컬그룹 '씨야'의 노래도 그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언제가는 발라드 가수가 돼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부산에서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정대현의 노래 부르는 영상을 눈여겨 본 기획사가 그를 발탁하면서 B.A.P의 메인보컬이 됐다.

2012년 데뷔한 이 팀은 강렬한 음악과 '칼군무'를 앞세워 급속도로 팬덤을 불렸다. 특히 이들의 팬클럽 '베이비'의 위세는 대단했다. 콘서트 날이면 BAP의 마스코트 캐릭터 '마토끼', 즉 '마스크를 쓴 토끼' 분장을 한 팬들이 서울 전역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다.

'마토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로 콘셉트를 삼은 멤버들에게 팬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작년 2월 팀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B.A.P는 K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제가 원래 정말 내성적이었어요. B.A.P 활동을 하면서 세계관이 많이 달라졌죠. 저희가 월드투어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덕분에 넓은 시야를 갖게 됐고, 생각하는 것들이 달라졌어요."

뮤지컬을 접하면서도 역시 성숙해지고 있다. 대중음악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발성은 물론 호흡, 자세 모두 다 다르죠. 처음에는 노래적인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어요. 이번에 네 번째 작품을 하면서 익숙해지더라고요. 특히 관객들과 호흡에서 짜릿함을 느껴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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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대현. 2020.07.06. (사진 = 라이언하트 제공) [email protected]
'그리스'에서 함께 연기한 뮤지컬배우 서경수와 절친해졌다는 정대현은 "형들과 함께 연대하며 연기하고 춤 추는 것이 정말 좋다"고 만족스러워하기도 했다.

뮤지컬을 보게 되면, 스스로 자극을 너무 받아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공연을 많이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거 '빨래',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유명한 대학로 뮤지컬들은 이미 섭렵했다. '모차르트!', '여신님이 보고 계셔', '록키호러쇼', '헤드윅', '뉴시즈' 등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 목록도 이미 작성했다.

그 중에서는 김선영·차지연 같은 여성 뮤지컬스타가 타이틀롤을 맡은 '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같은 작품도 있다. "호프가 마지막에 오열을 하는 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단했던 작품이죠.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노래 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연기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어요."

정대현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 한곡을 골라달라고 청하자 구윤회 '청춘예찬'를 뽑았다. 노랫말이 슬픈지만, 그 갈망이 본인의 심정을 표현한다고 여겼다.

"주위를 봐 모두 아무렇지 않아 / 깊은 밤 꿈꾸던 빛나던 날들은 / 모두 내 얘기가 아냐 / 차가운 눈빛은 날 자르고 / 채워지지 않을 타는 목마름에 / 나를 구원해줘."

계속 부딪혀 깨지는 현실과 달리 판타지를 부여하는 뮤지컬의 속성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정대현은 "현실과의 타협, 판타지적인 것에서 고민을 해나가는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많은 곳에서 찾는 배우와 가수가 되고 싶어요."

한편 '더 모먼트'는 연극 '페이퍼'의 작·연출 표상아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음악은 연극 '데스트랩'의 작곡가 김여우리가 완성한다. 사내 역 박시원(박송권)·원종환·유성재, 남자 역 강정우·주민진·유제윤이 출연한다. 소년 역에는 정대현 외에 김지온·홍승안이 캐스팅됐다. 9월 6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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