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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 택한 검찰…전문가 30인 셀프자문 구했다

등록 2020-09-01 15: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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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 권고에도…수사팀, 이재용 기소 택해

금융·경영·회계 등 전문가 30여명 의견 수렴

이재용 기소, 기업·국가에 미치는 영향 조사

"조직적 시장질서…사법판단 받을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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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가 이른바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9.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정면돌파를 택했다. 수사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전면 부정하기보단, 직접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을 재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전문가의 견해까지 수렴한 결과, 수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역시 기업 총수로서 적잖은 책임이 있다는 결론도 내렸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관계자 11명을 기소했다.

앞서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과반수의 의견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내놨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지만, 이전 권고가 대체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수사팀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권고 자체에 종속되기보단, 제도 본연의 취지를 따르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수사팀은 사회 각 분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사에 반영하는데 수사심의위 제도의 취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수사심의위의 논의 사항을 확인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직접 법률·금융·경영·회계 분야 인사 30여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이들 중에는 수사팀과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불법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이사들이 회사나 주주들의 이익이 아니라, 그룹의 총수 이익을 위한 합병임을 명확히 알면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찬성으로 결의한 것은 선관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전문가들은 포괄적 금지조항의 성격을 가진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를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자사주의 경우에도 자본시장법 176조에 따른 시세조종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범행이 성립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관한 회계부정에 대해서는 "현행 회계기준이 '원칙 중심 회계'더라도 회계 방식은 임의로 선택이 불가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사후처리를 위한 고의적인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더해졌다.

이 부회장 등 총수를 처벌함으로써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하기 위해, 수사팀은 총수들이 유죄 선고를 받은 35개 기업과 319개 계열사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총수의 검찰 수사 및 기소, 유죄 선고는 기업의 주가 및 경영 그리고 국가경제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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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9.01. [email protected]
이와 함께 금융수사 등의 경험이 있는 부장검사들이 일주일에 걸쳐 1200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논의한 끝에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수사팀은 내·외부 의견을 종합한 결과 ▲기업집단의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의 교란 범행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하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고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무시한 배임 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높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정했다.

이 밖에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재판부가 '책임 유무 등은 재판 과정에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 것 역시 기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검찰 수사 등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스스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수사팀의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심의위가 갖는 중요성, 향후 검찰이 신뢰받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어 심각하게 생각하고 검토하려 노력했다"라며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진심 어리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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