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세조종 등 혐의 기소…검찰 수사기록 21만쪽(종합)
이재용, 부정거래·시세조종·배임 등 혐의 적용'경영권 승계 계획' 마련해 합병 관여한 혐의검찰 "이재용에 보고됐다…관련자 입장 일치"1년9개월만 결론…수사 기록 21만여쪽 분량
앞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권고했으나, 검찰은 장고 끝에 권고를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17년 재판에 넘겨진 뒤 약 3년 반 만에 또다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오후 2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3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과 이왕익 전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에게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김용관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실장과 김종중 전 팀장에게도 같은 혐의가 더해졌다. 김종중 전 팀장과 김신 전 대표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관련한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결론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미 2012년 말 '프로젝트 G'라는 승계계획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2015년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흡수·합병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합병의 단계마다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부회장과 미전실이 여기에 관여했다고 보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2012년 이후부터 추진된 승계 작업이나 지배력 강화 작업은 이 부회장 본인에 대한 승계 목적이기에, 본인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 관계자들도 공소사실과 부합하고, 증거에 일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 등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콜옵션 권리 등 주요사항을 은폐해 거짓 공시하도록 하고, 2015년 재무제표에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해 바이오로직스 자산을 과다 계상하게 한 것이 외부감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하면서 수사에 나섰고, 같은해 12월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삼성 전·현직 관계자를 수차례 소환한 끝에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거론되는 이 부회장을 지난 5월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이 전 부회장은 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6월 외부 전문가들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고,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다만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각했고, 수사심의위도 6월말 불기소 의견을 내놨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가 인정된다면 주주들의 이익 보호와 관련한 의무 위반 행위가 극대화된 부분에 대해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부장검사들 역시 "어떤 형태로든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다수였다고 한다. 검찰은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간 약 300명에 대해 860여회 조사를 진행했고, 압수해 분석한 디지털 자료는 23TB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