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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美장갑차-SUV 추돌사고가 소환한 18년 전 사건

등록 2020-09-05 13:46:09   최종수정 2020-09-14 09: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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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천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사고

4명 사망…주한미군측과 운전자 과실 함께 거론

2002년 6월엔 갓길 걷던 중학생 효순·미선 사망

당시 사고는 미군 과실로 발생했으나 책임 회피

한국 검찰 조사 불응하다 미군 스스로 무죄 선고

여론 급격 악화…시민사회 자발적 촛불집회 태동

이후 美측 태도 달라져…사건사고 대처 전환점

이번 SUV 사고에 애도 성명, 훈련 중지 조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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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30일 밤 9시 27분께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영로대교에서 미군 장갑차와 SUV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해 경찰들이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 사고로 SUV 차량 탑승자 4명이 사망, 미군 1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진=포천소방서 제공) 2020.08.31. [email protected]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주한미군 장갑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충돌해 민간인 4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소식을 들으며 18년 전 미군 장갑차에 압사한 효순이와 미선이를 떠올린 이들이 많았다.

사고 양상은 18년 전과 달랐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30분께 경기 포천시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인근 영로대교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군 병력 수송 장갑차를 추돌했다. 이 장갑차는 훈련을 위해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사격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50대 4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1명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원인으로는 장갑차의 호위 차량 미운행, 후미등 미점등, 사전통보 미시행 등 주한미군 측 과실과 추돌 차량 운전자의 음주운전 가능성 등 운전자 측의 과실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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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30일 밤 9시 27분께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영로대교에서 미군 장갑차와 SUV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SUV 차량 탑승자 4명이 사망, 미군 1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진=포천소방서 제공) 2020.08.31. [email protected]
반면 18년 전 사고는 미군의 과실에 의해 발생했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2002년 6월13일 당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신효순양과 심미선양은 경기도 양주군(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 갓길을 걷고 있었다.

훈련을 위해 이동 중이던 주한미군 육군 제2보병사단 소속 M60 AVLM 장갑차가 이 길로 진입했다. 이 차량은 M60 패튼 전차의 차대에 별도 장비를 탑재한 지뢰 제거용 장갑차였다. 이 장갑차는 신효순양과 심미선양을 압사시켰다.

사고 당일 미8군 사령관은 유감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들은 우발적 사고임을 강조하며 자신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6월19일 한미 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것이 아닌 비극적인 사고라는 결과였다. 장갑차 조종수인 마크 워커가 사각지대 탓에 학생들을 확인하지 못했고 여기에 관제병이었던 페르난도 니노의 통신 장애까지 겹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6월28일 차량 운전병과 관제병, 미2사단장 등 미군 책임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정부지청에 고소했다.

우리 검찰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미군은 신변 위협을 이유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7월10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재판권 포기 요청서를 보냈다. 그러나 8월7일 미군 당국은 "동 사고가 공무 중에 일어난 사고이기에 재판권이 미국에 있으며, 이제껏 미국이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한 전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미군 당국은 운전병과 관제병을 과실치사죄로 미 군사법원에 기소했다. 11월18일부터 23일까지 동두천 캠프 케이시 내 미 군사법정에서 열린 군사재판 결과 공무를 행하던 중 발생한 과실사고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에 참여한 재판부와 배심원 모두 현역 미군이었다. 당사자 2명은 며칠 뒤 일본을 경유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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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선, 효순양이 미군 장갑차에 목숨을 잃은지 5년째인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5주기 추모 촛불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email protected]
무죄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시민사회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11월26일 압사 여중생 추모 대회를 겸한 촛불 집회가 열렸다. 반미 감정이 증폭됐고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분출했다. 특정 단체 주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촛불집회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반미 집회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직간접적으로 유감을 표명했고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도 유감을 표명했다.

이 사건은 미국과 미군 당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미국은 미군 관련 사건 사고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게 됐고 미국 정계도 한국의 반미 감정을 재인식하게 됐다.

최근 발생한 미군 장갑차와 SUV 추돌 사고 이후 미측 인사들의 태도는 미국의 달라진 사고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

이번 사고 후 주한미군 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은 사망자들의 가족과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망자와 그들의 가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미8군은 일시적으로 사고 장소 인근 지역에서 훈련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어와 영어로 "어제 저녁 포천 인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한 희생자들, 그리고 유족들께 주한미군과 더불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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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3일 효순·미선 17주기 추모제에서 추모객들이 신효순·심미선양의 영정 사진과 함께 도로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사진=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제공)
이 같은 태도는 최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보여준 강압적인 태도,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파병 미군 감축 움직임 등과도 연관돼있다.

미군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효순이 미선이 사건 당시처럼 대처했다간 자칫 18년 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군에 의한 한국인 여중생들 사망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나오고 있다.

미 육군 대령 출신의 평화운동가 앤 라이트(Ann Wright)씨는 지난 6월 효순 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조성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한국의 두 10대 여학생이 때 아닌 죽음을 당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큰 비극에 대한 여러분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며 "미군 출신으로서 지난 75년 동안 미군이 한국에서 저지른 많은 범죄로 고통을 받아 온 효순, 미선양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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