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핫100' 접수한 'K팝→글로벌 팝'...BTS·블랙핑크
방탄소년단, '핫100' 2주 연속 1위 '20번째 가수'블랙핑크, 13위로 K팝 걸그룹 최고 순위
8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새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12일자 '핫100'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5일자 '핫100'에 이어 2주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주 한국 가수 최초로 '핫100' 정상에 오르며 K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다이너마이트'는 역대 1위로 '핫100'에 데뷔한 43곡 중 2주째 1위를 지킨 20번째 곡이 됐다. 빌보드는 닐슨뮤직 데이터를 인용해 "'다이너마이트'는 지난 3일까지의 주간집계 기준으로 미국 내 스트리밍 횟수 1750만 회, 다운로드 수 18만 2000건으로 '핫 100' 차트 정상을 유지했다. 6일까지의 주간 집계 기준으로 1600만 라디오 방송 포인트를 획득했다. 또 '다이너마이트'는 첫 주 26만 5000건의 다운로드 수에 이어 둘째 주에 18만 2000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캔트 스톱 더 필링'(2016년 5~6월) 이후 최초로 발매 후 첫 2주 연속 18만 건 이상 다운로드 수를 올린 기록이다. 또 2주 연속 18만 건 이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기로는 2016년 9월 체인스모커스의 '클로저(Closer)'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K팝 걸그룹의 간판으로 떠오는 그룹 '블랙핑크'도 같은 12일자 '핫100'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 팝스타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가 피처링한 신곡 '아이스크림'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13위로 데뷔했다. 해당 차트 자체 최고 순위이자 K팝 걸그룹 최고 순위다. '아이스크림'은 발매 첫 주 미국에서 스트리밍 1830만회, 다운로드는 2만3000건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2위에 올랐다.
팬덤을 기반으로는 하는 빌보드의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 정상은 이미 K팝이 여러차례 선점했다. 방탄소년단이 4번, SM엔터테인먼트의 연합그룹 '슈퍼엠' 1번 1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 5위 안에는 그룹 '몬스타엑스'와 그룹 '엔시티(NCT) 127'도 들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핫100'은 다소 멀게만 느껴졌다. 2012년 싸이가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2위를 차지했지만, 1위는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이 주효했다.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싱글이자 미국에 익숙한 디스코 풍의 장르다. K팝의 현지화다. 무엇보다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과 빅히트가 자체 작사, 작사한 곡이 아니다.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의 '왓 어 맨 갓타 두(What A Man Gotta Do)?', 헤일리 스타인펠드(Hailee Steinfeld)의 '아이 러브 유스(I Love You's)'를 만든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 제시카 아곰바르(Jessica Agombar)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일부에서는 K팝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제작시스템, 프로모션 과정 등 철저하게 K팝 시스템으로 탄생한 곡이다.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 역시 글로벌화된 K팝의 좋은 사례다. 고메즈가 함께 불렀을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미국 팝 수퍼스타인 아리아나 그란데가 작사에 참여했다.
또 '다이너마이트'와 '아이스크림'은 기존 K팝 공개 시간과 다르게 미국 동부 시간 금요일 0시에 맞춘 금요일 오후 1시에 발표한 프로모션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점들로 인해 다소 보수적으로 통하는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돌파구를 모색, '핫100' 차트에 높은 점수가 반영됐다. 그간 한국어 노래 등이라는 이유로 K팝은 라디오 방송횟수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반면 이번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2주 차(8월28일∼9월3일)에 미국에서 스트리밍과 디지털 판매량(다운로드)이 지난주보다 각각 49%과 31%가 감소했지만, 라디오에서는 지난주보다 38% 상승한 1600만명의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출됐다. 이로 인해 라디오 방송 횟수로 산정하는 빌보드 팝송 차트에서 지난주 20위에서 이번 18위로 2계단 상승, 해당 차트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어덜트 팝송 방송 차트'에서는 첫 진입, 29위로 데뷔했다. 블랙핑크도 특히 라디오 방송 횟수로 산정하는 '팝 송스' 차트에서 32위를 기록, 보수적으로 통하는 미국 라디오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아이스크림'은 라디오 청취자 510만명에게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다이너마이트'의 차트 고공행진 비결 중 하나는 다양한 리믹스 버전들이다. 빌보드는 지난달 28일 발매된 풀사이드(Poolside)와 트로피컬(Tropical) 리믹스 버전을 언급하며 "두 곡은 8월 21일 발매된 오리지널 버전을 비롯해 EDM, 어쿠스틱(Acoustic) 리믹스 버전과 더불어 '다이너마이트'의 2주 차 스트리밍에 힘을 실었다"고 전했다.
이런 점들 덕분에 '다이너마이트'는 오랜 기간 '핫100'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발매해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의 타이틀곡 '온(On)'은 '핫100' 4위로 진입했으나, 2주째에는 68위로 순위가 급격히 하락했고 이후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뒤 발매한 '다이너마이트'는 영어싱글, 다양한 리믹스 버전 등 차트에서 연착륙할 수 있는 '버티는 힘'을 장착, 한동안 순위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핫100'에 많은 곡을 진입시켜 미국 일반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은 점도 이번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K팝 대표 그룹인 방탄소년단은 이번에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이제까지 '핫100'에 총 12곡을 올렸다. '온'(4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 '페이크 러브'(10위) 등 톱10에 든 곡만 네 곡이다. 이밖에도 '아이돌' 11위, '마이크 드롭' 리믹스 28위, '블랙스완' 57위, 'DNA' 67위, '메이크 잇 라이트' 76위, '마이 타임' 84위, '필터' 87위, '웨이스트 잇 온 미' 89위 등이 '핫100'에 진입했다. 멤버들이 따로 발표한 솔로곡까지 포함하면 핫100 진입곡은 더욱 늘어난다. 슈가의 '대취타'가 76위,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수프'는 81위에 올랐다. 이 곡들까지 포함시키면 방탄소년단이 '핫100'에 진입시킨 곡은 총 14곡이다.
블랙핑크가 해외 팝스타들과 협업곡까지 포함하면 '핫100' 진입곡 수는 더 늘어난다. 2018년 영국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와 함께 한 '키스 앤 메이크 업' 93위, 올해 초 레이디 가가의 노래에 피처링한 사워 캔디'가 33위를 기록했다. '핫 100' 40위권에 3곡을 연속으로 진입시킨 여성그룹은 미국 걸그룹 '피프스 하모니' 이후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피프스 하모니'는 지난 2015∼2016년 '핫100'에 4곡을 연속으로 올렸다. 빌보드는 1990년대 중후반 절정의 인기를 끈 영국 출신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톱40 진입 7연속 기록을 언급, 블랙핑크에 대한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데뷔 4년 만인 오는 10월2일 발표되는 블랙핑크의 첫 정규앨범 '더 앨범(THE ALBUM)'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예약 판매가 시작된 이 앨범은 6일 만에 선주문량 80만 장을 넘어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