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플레인' 리베카 솔닛의 청년기 걸작…'마음의 발걸음'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맨스플레인(mansplain).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의기양양하게 설명하는 것을 가르킨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비평가, 여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이 탄생시킨 용어다. 그는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 방면으로 다양한 현장운동에 참여해왔다. 리베카 솔닛은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설명강박을 비판한 바 있다. 남성의 과잉 확신과 무지함의 결합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맨스플레인이 속한다고 봤다. 리베카 솔닛은 1986년 마지막 날, 아일랜드 국적을 갖게 된다. 어머니 쪽 아일랜드 혈통 덕에 '법적 유럽인'이 된 것. 최근 출간된 '마음의 발걸음'은 그가 아일랜드를 두 발로 직접 밟으며 보고 느낀 것과 아일랜드 역사와 문학을 읽고 연구한 내용들을 담은 본격적인 여행기다. 저자는 책에서 "여행은 마음의 발걸음이기도 해서,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이 여행에서 내 마음의 발걸음도 한번 뒤따라 가보고 싶었다"며 "이 책의 장르는 통상적 의미의 여행서가 아니라 여행을 계기로 구상되고 배열된 연작 에세이다. 이 책의 글 한 편 한 편이 다양한 모양의 구슬이라면 이 책의 계기가 된 여행은 그 글들을 한데 엮는 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서구 중심 역사와 철학, 정치, 문학사에 관한 급진적이면서도 독특한 비판적 관점을 기본으로 서부가 어떤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자연적, 상징적 장소인지 아일랜드, 또는 멕시코, 콩고, 페루 푸투마요, 또는 미국, 유럽과 마주 놓으며 자세하게 밝힌다. 동부 중심의 미국사와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대한 문제 제기도 담았다. 작가는 아일랜드에서 마주친 장소와 사람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로 책을 써내려간다. 그에게 아일랜드는 영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총인구의 95% 이상이 백인이지만 유럽의 제3세계라 불리는 곳이다. 저자는 침략과 약탈을 겪은 아일랜드를 두고 "침입은 아일랜드 역사의 주요 모티프가 되어왔다" "더블린은 처음 세워질 때부터 지금까지 침입자들의 도시였다" "더블린을 뺀 나머지 아일랜드에서는 아직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마음의 발걸음'은 저자의 청년기 걸작으로 꼽힌다. 아일랜드 남자에게 맨스플레인을 당한 사연, 젊은 여성으로서 때로 폭력과 추행의 위험에 노출된 경험 등을 시니컬한 유머로 표현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여행기를 읽는 동안 적절한 긴장감도 선사한다. 김정아 옮김, 468쪽, 반비, 1만9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