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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달항아리의 '카르마'…노화랑 최영욱 개인전

등록 2020-11-09 15:02:13   최종수정 2020-11-24 09: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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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 개인전 25점 솔드아웃

이어 11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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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 노화랑 최영욱 개인전에 선보인 달항아리. 그림인지 사진인지 헛갈릴정도여서 관람객들은 자꾸만 몸을 숙여 가까이서 그림을 보고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생에 무슨 업을 지은 것일까. 화가는 시시포스처럼 매일 10시간씩 똑같이 살고 있다. 백색 돌가루와 제소를 캔버스에 올린 후 사포로 갈아내는 과정을 70~80번 반복한다.

그렇게 시간의 고역을 되풀이해 나와 전시장에 걸리면 세상에 마법을 건다.
 
"정말 그린 것 맞아?"

두둥실 하얀 달이 떠 있는 듯한 달항아리는 캔버스를 벗어날듯한 존재감으로 위풍당당하다.

특히 도자기 표면에 난 균열은 진짜 항아리같은 교묘한 흔적으로 눈을 홀린다.

'빙열(氷裂)'의 섬세함은 최영욱(56) 작가의 특기다. 여타 달항아리 작가와 차별화다.  

작품 제목은 '카르마(Karma·업)'. 코로나 시대에도 달항아리는 국내를 넘어 미국에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10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헬렌J 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은 25점이 완판됐다. 갤러리측의 주문이 이어져 7점을 더 배송했다.

LA에 이어 국내에서도 개인전이 이어진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11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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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영욱.karma202010-4_165x150cm_mixed media on canvas_2020

최영욱의 달항아리가 미술시장을 강타한건 불과 10년 안팎이다. 홍익대학교 미술학을 졸업한 그는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200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영국 대영박물관에 썰렁하게 전시되어 있던 달항아리를 보고 우리 도자기의 진정한 멋을 보여주기 위해 달항아리 회화에 매진하기 시작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그의 작품을 구입하고 자택에까지 초대한 사실이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작품 제목은 모두 카르마(karma). 돌고 도는 인생처럼 그의 작업도 지난한 반복의 연속이다. 실제 달항아리같은 그림의 비결이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잘 알고 있는 것이라, 대충 묘사했다간 쉽게 외면당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작품 제작순서는 우선 캔버스에 가볍게 드로잉 한 다음에 젯소에 백색가루를 섞어 형태를 만들고 사포로 문지르고 다시 형태를 만들기를 100여 회 가까이 반복해 어느 정도 두께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야만 갈라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달항아리가 품고 있을 세월의 흔적을 찾아 화면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최영욱은 달항아리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을 극사실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작품 겉모습에 취한 것이다.

달항아리가 탄생했을 때부터 생겼을 흔적에서부터, 세월을 겪으며 아팠던 상처가 만든 흔적을 추적하여 세세히 그려나간다.그의 달항아리에는 수많은 선들이 이어지고 갈라지며 또 이어지고 갈라지고 있다. 작가는 "'카르마(KARMA)'는 결국 우리의 인생길"이라고 했다.

'카르마(karma)'. 캔버스에 물레를 돌리듯 달항아리를 빚고 있는 최영욱은 전생에 도공이었을까.

달항아리 그림은 500여 점을 그렸다. "아직도 제 달항아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300여년 역사를 지닌 달항아리 미학을 캔버스에 담기에는 아직도 멀었다"고 했다.

왜 달항아리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극도로 세련된 그 피조물을 먹먹히 보고 있노라면 달항아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달항아리처럼 살고 싶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라고.

10여년간 미술시장을 달궈온 달항아라는 지루해질만도 한데 노화랑에 따르면 여전히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달항아리 백자를 그림의 소재로 처음으로 다룬 도상봉과 김환기에 이어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원로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있는 듯 없는 듯한 예감에 넘치는 형태 속으로 빨려든다. 부분적으로 선명하게 떠오르다가 공간 속으로 끝없이 잠기는 차원은 확실히 몽환적"이라고 했다. 전시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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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영욱.karma20205-21_50x210cm_mixed media on canvas_2020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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