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전쟁]②중·러 속도전, 미·영 안전성 확보…최종 승자는
中백신, 10여개 국에서 100만명 접종…"투명성 떨어져" 지적도초기 방역 실패한 日 '백신 확보전'서 신속히 대응러, 세계 최초 백신 승인 선언…안전성은 의문
코로나19가 출현한지 1년이 넘었지만,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백신이 갖는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가들이 백신 개발, 확보, 보급 및 접종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질보단 양으로 승부 코로나19 최초 발생국인 중국은 일찌감치 백신 개발을 시작했고, 과감한 임상시험을 통해 빠르게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백신 개발과 생산 분야에서 다른 국가를 압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자국 제약사 시노팜(중국의약집단)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정식 승인했고, 전 국민 무료 접종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14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했고, 이중 4개사가 개발한 5종이 최종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중국의 백신 개발 정보공개가 투명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중국과 10여개 국에서 100만명 가량이 이미 중국 제약업체 시노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노팜 자회사인 중국생물기술집단(CNBG)은 올해까지 연간 10억회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다른 중국 백신업체 시노백은 코로나19 백신 생산능력을 연 3억회에서 6억회로 늘릴 계획이다. 이 두 회사만해도 연간 16억회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 백신기업들이 앞다퉈 백신생산 능력을 키우면서 조만간 대규모 접종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중국 정부는 30억명(연인원 기준)이 이동하는 춘절(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의료진과 경찰 등 주요 인력 50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억제돼 국내 수요가 적은 반면 백신 생산업체들의 생산능력은 빠르게 제고되면서 중국의 백신 수출 여력은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라고 규정하며 외국 공급 물량을 늘려왔다. 시노팜과 시노백, 칸시노 등 중국 제약업체 3곳이 외국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백신 물량이 이미 4억회분에 달한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앞으로 중국의 백신 수출 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코로나 초기 방역은 실패, 백신戰에선 웃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2월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며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백신 확보에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백신 확보를 위한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를 포함한 협상팀을 발족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해외 제약사 3~4곳과 코로나19 백신 구매 협상을 추진했다. 이런 노력 끝에 일본은 지난해 7월31일 화이자와 백신 1억2000만회분(6000만명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0월29일에는 모더나와 5000만회분(2500만명), 지난 12월10일에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1억2000만회분(6000만명분) 계약을 마쳤다. 모두 합산하면 일본 인구 1억2700만명이 모두 접종하고도 남는 2억9000만회분(1억45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화이자가 지난달 일본 정부에 백신 사용 특례승인을 신청하면서 일본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오는 2월 중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일본은 코로나19 백신 전국민 무료 접종을 골자로 하는 예방접종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백신 접종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시 부작용이 발생해 피해자가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가 제약사의 손실을 부담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백신 배포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인 가운데 화이자 백신 유통과 배포를 위해 초저온 냉동고 약 3000개도 미리 확보해둔 상황이다. 아울러 바이오 벤처기업 안제스, 시오노기(塩野義) 등 일본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아시아 국가들 중 백신 확보에 발빠르게 나선 것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한데다 도쿄올림픽이 올 여름으로 연기되면서 안전한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백신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승인...안전성 괜찮은가
러시아가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승인했기 때문에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이 91.4%라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21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다른 대부분의 백신이 1·2차 같은 백신을 접종하는 반면 스푸트니크 V는 1·2차 백신이 서로 다르다. 러시아는 지난 12월5일부터 일반인 대상으로 대량 접종을 시작했고, 성인 인구 60% 접종을 목표로 세웠다. 이미 벨라루스와 아르헨티나 등에 스푸트니크 V를 수출한 상태이며 앞으로 다른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아르헨티나는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자체 백신 개발하지 못했지만 확보전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지만, 백신 확보전에서 승자로 평가된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 혁신센터의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구매 현황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장 많은 백신을 확보한 나라는 인도로 나타났다. 16억 회분을 확보했는데 미국 노바백스에서 10억 회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서 5억 회분,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에서 1억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백신을 구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서면서 자국 인구 2억7000만명보다 많은 3억회분 이상의 백신을 확보했고,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배송받았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부터 시작된 백신 확보 물밑작업이 이룬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전염성이 크게 증가한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면서 백신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백신을 얻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전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변수'로 등장 한편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변이 바이러스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긴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영국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향후 2~3주 관련 데이터가 수집되고 연구가 진행되면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변이 4종을 정식 확인했다. WHO는 지난 31일 사이트에 게재한 공고문에서 'D614G', '클러스터(Cluster) 5', 영국발 변이(VOC 202012/01), 남아공발 변이(N501Y)를 코로나19 4종의 변이라고 밝혔다. 영국발 변이에 대해 WHO는 “영국 보건 당국이 지난 12월14일 WHO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높아졌지만, 치명율은 높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31개 국가나 지역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남아공발 변이에 대해 WHO는 “남아공 정부는 지난달 18일 이 변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력이 높아졌지만, 치명율은 높아졌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30일 기준 4개 국가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