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취약한 공공의료체계 민낯…공공병원 확충·상병수당 절실
20일 코로나19 1년…3차유행 확진자·사망자 증가"방역 일부 성과…병상·의료진 부족 문제 아쉬워"정부, 2025년까지 공공병원 44개 5200병상 확충공공병원 병상 확충만…"민간병원 병상 활용해야"의료진 확보도 중요…"의료 인력 양성 실행 적기"의료체계 유지 위해 백신·치료제 도입 전 거리두기상병수당 도입도 검토…"감염병 불평등 구조 개선"
의료 전문가들은 다음달 도입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확보될 때까지 의료체계 부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집단면역이 확보될 때까지 거리두기를 통한 유행을 관리하는 한편, 누구든지 검사를 받고 확진되면 바로 입원할 수 있는 충분한 병상과 의료진이 확보돼야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일은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입국 검역 중 발견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국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 기준 국내 총 확진자는 7만2340명, 사망자는 1249명이다. 이 중 3차 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총 확진자의 절반 이상인 3만7689명이 확진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723명으로, 총 사망자의 57.9%가 3차 유행 시기에 집중됐다. 3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한때 확진 후 1일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린 수도권 확진자가 600명에 육박했다.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자택 대기 중 숨진 사망자 10명 중 지난해 12월에 7명, 올해 1월에 1명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1년간 코로나19 의료체계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18일 "코로나19 방역 부문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공공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료 부문 대응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도 "중·장기적으로 재확산을 대비한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인력 충원을 1차 유행 때부터 준비를 했어야 했다"면서 "특히 인력 문제가 심각했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 3차 유행을 맞이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병상 부족 문제에 직면하자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병상 확보전에 나섰다. 현재 적십자병원을 포함한 지방의료원은 총 41개로 1만450병상 규모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난해 12월13일 발표한 '감염병 효과적 대응 및 필수의료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통해 2025년까지 400개 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을 20개 내외로 확충하고, 5200여 병상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까지 11개 지방의료원을 증축해 1700병상을 확대하고, 2025년까지 3개소 신축, 6개소 이전 신축을 통해 44개 지방의료원 3500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공공병원 확충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복지부 예산 중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료원 시설장비 현대화 및 감염병 대응 기능 특성화 등에 1433억원이 투입된다. 1433억원 중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0원'이다.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 15억원만 반영됐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와 예산 확보라는 고개도 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병상 동원체계가 공공병원에만 한정돼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신 민간병원 병상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은 공공과 민간을 합치면 충분한데, 공공병원이 80% 이상을 떠맡는 구조"라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시기에 민간 병상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1년이 지났는데도 마련하지 못했다. 재유행될 때마다 입원을 못해 숨지는 환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마련된 10만여병상 중 6%인 6000병상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동원되고 있다. 중환자 치료를 위한 1만여 병상 중에선 7%인 750병상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사용 중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그해 12월13일 평택 박애병원을 시작으로 민간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환자를 치료하기로 했다. 이어 12월18일엔 상급종합병원 42곳과 국립대병원 17곳에 병상의 1% 이상을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으로 전환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병상 확보 명령은 병상을 몇 개 확보한 것일 뿐 궁극적인 병상 동원체계가 마련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선진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고 병상을 동원한다. 우리나라만 유독 민간병원 병상 확보에 소극적이다"라고 반박했다.
강연배 실장은 "간호 인력, 의료진 인력 문제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감염병 유행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이번 3차 유행 이후 의료인력 양성 방안을 실행하기에 좋은 기회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필수의료분야 간호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 특별수당 등 추가 지급 시 인건비로 연계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또 공중보건장학제도 대상을 의사에서 간호사로 확대하고, 장기 근속과 경력간호사 확보를 위한 다양한 근무형태 시범사업을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김윤 교수는 "의료·간호인력을 비상 시에 체계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사전 등록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환자실 근무 이력이 있는 간호사를 사전에 등록한 후 비상 상황 시 미리 배정된 병원에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인력 확보는 중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할 사항이다. 이 때문에 당장 유행세를 줄이고 다음달 시작되는 백신 접종으로부터 집단면역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거리두기 조치와 방역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행 규모가 의료자원을 고려할때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줄어들면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18일부터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가능하고, 카페 매장 내 취식을 허용하는 거리두기 조정 방안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자 정부는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고, 연말부턴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처를 했다. 이달 중순 들어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명대로 줄어들었지만, 6주 이상 지속된 집합금지에 업계에선 생계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유흥시설을 제외한 집합금지 시설의 방역수칙 강화를 전제로 운영을 허용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병상도 많고 치료 여건이 좋으면 방역 조치를 세게 안 해도 되지만, 지금 상황에선 매일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온다면 의료체계가 버틸 수 없다"며 "백신, 치료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아프면 쉬기' 실천을 위해 상병수당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연배 실장은 "우리나라 재정 규모로는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으로 치료받느라 일을 할 수 없을 경우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보상하는 급여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 상병수당을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상병수당을 도입했기 때문에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을 올해 수행하고, 내년부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상병수당을 도입하는 시법사업을 추진한다. 김윤 교수는 "비정규직이나 영세 업체에 고용된 사람들은 아파도 쉴 수 없었기 때문에 감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였다"며 "상병수당 도입이 감염병에서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