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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與 재난지원금의 정치학…표적이 된 '원톱' 이재명

등록 2021-01-24 09:30:00   최종수정 2021-02-01 0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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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선두 이재명,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론 박차

이낙연 "왼쪽 깜박이" 정세균 "차등이 옳아" 협공

'잠룡' 임종석까지 참전…이재명 측 "오히려 기회"

재난지원금으로 이슈 몰이, 野 경선서 시선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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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10만원씩 경기도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이 때 이르게 불붙고 있다.

대세론을 타던 이낙연 대표가 빠르게 추락하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원톱으로 치고나가는 지각변동이 일어난 탓이다. '재난지원금 보편, 선별 지급' 논쟁이 첫 번째 전장이 됐다.

지지율 선두 이재명,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론 박차
이재명 지사는 지난 20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급 시기는 코로나19 방역 추이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4일 지역화폐를 통한 보편 지원에 동조할 것을 촉구하는 친전을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돌린 데 이어 경기도 자체적으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에서 제동을 걸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복수의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으로 이낙연 대표가 코너에 몰리자 단독 선두로 부상한 것이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지사 23%, 이낙연 대표 10%로 더블스코어 격차를 보였다.(12~14일, 만 18세 이상 1000명,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21일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회사가 공동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이 지사는 27%, 이 대표는 13%로 집계됐다.(18~20일, 만 18세 이상 1006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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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낙연 "왼쪽 깜박이 켜고 오른쪽으로" 정세균 "차등 옳아" 협공
이 지사가 선두를 달리자 여권 내 견제도 본격화됐다. 특히 이 지사의 정책 상징 격인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지난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보편, 선별 지급을 놓고 격돌했던 이 대표가 선봉에 섰다. 대권 레이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잠룡들도 속속 참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경기도의 재난지원금에 대해 "지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를 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박이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이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도가 지원하는 건 좋다. 그렇지만 지금은 피해를 본 분들한테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전국민 지급 주장 자체에 대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혜택을 본 국민도 있고, 전이나 다름없는 분들도 있고, 피해를 많이 본 분도 있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어디다 지원해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차등 지원하는 게, 피해를 많이 본 쪽부터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쐐기를 박았다.

여기에 정세균계(SK) 핵심 이원욱 의원이 거들고 나섰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를 '친구'로 지칭하며 "더 이상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포퓰리즘 논쟁은 중지하자"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재난지원금을 경기도민 전체에 주는가, 차등지급해야 하는가 그것이 아님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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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1.22. [email protected]

'잠룡' 임종석까지 참전…이재명 측 "오히려 기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재난지원금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에 "고통과 피해가 큰 곳에 더 빨리 더 과감하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더 긴요하고 더 공정하고 더 정의롭다"며 선별 지급에 힘을 실었다.

나아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코로나 방역조치로 문을 닫는 가게에 일정기간 월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우리도 이런 수준까지 해야한다. 이젠 대한민국도 할 수 있으니까"라고 자영업자 전폭 지원도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최근 감사원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 위법성 여부 감사에 착수하자, "집을 잘 지키랬더니 안방을 차지하려 한다"고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86그룹 우상호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도 표명했다.

지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정계와 거리를 두던 임 전 실장이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 대표가 휘청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 측은 오히려 공방을 반기는 눈치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지사에게 '더 조심하고 공격에 일일이 즉시 반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보편 지원에 기운 것이 우리당 지지층인 만큼 오히려 이재명이 더 확고하게 자리할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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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 = 우 의원 페이스북) 2021.1.22

재난지원금으로 이슈 몰이, 野 경선에 쏠린 시선 탈환
여권 입장에서도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차 재난지원금 이슈를 선점당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에 비춰보면, 유력 대선주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붙으며 4차 재난지원금 국면은 여권이 독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은 지난 21대 총선을 뒤흔든 매머드급 이슈로 현재도 막대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22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소득 수준을 고려한 선별 지급' 입장이 47%, '소득에 상관없이 전 국민 지급'은 32%로 집계됐다. '지급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응답은 17%였다.(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선별과 보편 지급을 막론한 지급 찬성 의견은 79%로 압도적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후보군이 난립한 데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이슈로 관심을 끌고 있는 야권 경선 국면에서 여론의 시선을 다시 여권 쪽으로 돌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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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긴급고용안정지원금(3차 재난지원금) 신청 및 지급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특수형태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신청 접수를 하고 있다. 2021.01.11. [email protected]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하며 춘추전국시대가 된 것"이라며 "그렇다고 친문이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지사의 높은 지지율에도 정 총리, 임 전 실장 등이 치고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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