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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세대]①국가부도, 금융위기, 코로나…"항상 위기였다"

등록 2021-03-02 07:00:00   최종수정 2021-03-22 1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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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IMF·금융위기, 커서 코로나 20대들

"예상치 못한 타격 받는 부모님…최악 늘 고려"

사회 진출 문턱서 코로나 만나 "굉장한 혼란"

"위기 대응…유능한 세대 될 것" 긍정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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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일상화한 '위기(Crisis)'의 시대다. 어느 시대이고 간단치 않은 세월이 없지만, 근 30년만큼 역대급 경제 파고와 대역병이 거의 10년 주기로 몰아치는 시기도 드물 것이다.

흔히 한국 현대사를 구분할 때 독재에 항거한 4·19 세대, 민주화를 이끈 86세대에 이어 2000년 대 이후의 신세대를 밀레니얼 세대(MZ)로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IMF(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코로나19를 연이어 겪고 있는 20대들이야 말로 다른 세대와 도드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른바 위기(Crisis)를 내재화한 C세대의 면모다. 무엇보다 최선 보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런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보다는 '나'를 중심에 둔다. 거창한 꿈이나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고, 즉각적 보상을 선호한다.

부모 세대가 누렸던 고도성장기의 활력을 접할 기회도 이들에게는 없었다. 수축기로 접어들고 고착화 하는 사회에서 자라난 이들에게 꿈과 희망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짙게 배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성장 과정에서 어른들의 고용 불안과 대량 실직을 목격했고, 그로 인해 가족 해체의 고통을 경험한 이들도 상당수다. 성인이 된 현재엔 스스로를 '버림받았다'고 자조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풍요로움에서 소외된 이들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연예도 결혼도 출산도 내집마련도 이번 생에서는 포기했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다. 그러면서 또다른 한편에선 스마트폰과 유튜브, SNS를 통해 끼리끼리 고급 정보를 공유하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투(빚내 주식투자)에 나서고, 밤새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출근해 졸린 눈을 비비며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한다. 부동산 구입에 뛰어드는 부린이(부동산 +어린이)가 되고, 암호 화폐에 몰빵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불거진 학폭 폭로와 대기업 성과급 논쟁들에서 보듯 한국의 20대는 불편·불쾌·불공정에 체념하지 않는, 놀랄만한 긍정의 에너지도 갖고 있다. 올해로 창사 20주년을 맞은 공감언론 뉴시스는 절망과 희망,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도드라진 미래 주역인 20대에 주목했다.

과연 이들에겐 어떤 꿈과 희망이 있는 걸까. 이들의 좌절과 고통은 무엇이고, 이 새로운 세대를 움직이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에너지는 무엇일까?  위기와 고통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를 키워온 대한민국 20대의 아픔과 성장 스토리, 그들이 말하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신재현·하지현 수습기자= "신종플루로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사소한 것부터, 코로나 시국 와서는 취업이라든지 장기적인 미래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하니까…무슨 선택을 할 때마다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는 것 같다."

7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신종플루가 국내에서 유행했던 시기는 2009년이다. 1997년생 김유리씨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신종플루 탓에 수학여행이 취소됐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만 24세가 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좁아진 취업 문을 통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뉴시스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7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국가 재난급 3대 위기(Crisis) 상황 속에서 성장한 20대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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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자 인디밴드에서 가수 활동을 한다는 이준행(29)씨는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당시 7살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노량진에서 다달이 수백만원을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다"면서 "그런데 IMF 때 아버지 일자리가 날아갔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집안일 하는 시인이 되셨다"고 말했다.

IMF를 체감했느냐고 물으니 이씨는 '새우깡'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당시에 (새우깡) 가격이 크게 올랐다. 200원인가"라며 "새우깡을 사달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거절을 했었다"고 전했다. 이 기억은 그에게 집안이 이전보다 어려워졌음을 느끼게 한 상징적 체험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2007년, 이씨는 뉴스로 세계 금융위기를 접했다. 이씨는 당시에 대해 새우깡만큼 선명한 기억은 없지만 어렴풋한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련의 뉴스를 통해 한국이 생각보다 안정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며 "뭐 유가가 올랐다 이런 것 가지고 (뉴스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수출 위주 중심이니까 많이 흔들리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던 보편적인 미래가 힘들 수도 있겠다'라는, 그런 생각을 그때부터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94년생 김모(26)씨는 IMF 당시 이씨보다 어린 3살이었다. 그에게 IMF는 직접 체험한 게 아니라 동떨어진 느낌이라고 했지만, "할아버지께서 다니던 직장을 나오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빡빡한 생계라고,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우리집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07년 당시 일본에서 생활했던 김씨는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보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리먼 사태가 있었을 때가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일본에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었다"며 "그때 당시 학교 측에서 통지서를 하나 받았는데, '환전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며 '최소한으로 해달라'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환전을 하는 게 일본에 경제적으로 안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라에서 공문이 떨어져서 나에게도 오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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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해 10월21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시민들이 구인 게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0.10.21.  [email protected]
부모님이 해외 경제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업을 하신다는 김유리씨는 "계획을 해도 의지와 관계없이 무산되는 경험들을 많이 하고, 부모님도 경제위기나 펜데믹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으니까 (저절로 나도) 결정에 있어 훨씬 보수적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 정도 하면 잘 되겠다'가 아니라 '이 정도 하면 최악의 경우는 면하겠지'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IMF나 세계 금융위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위기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취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막 취업한 사회 초년생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해 김유리씨는 '인생 전반에 있어서 굉장한 혼란'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미래에 이 직업이 있을지, 비전이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 않나"라면서, "근데 결정은 내려야 하는 상황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사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공고 (나오면) 다 써봐야지' 이런 기분"이라고 전했다.

"기껏 만든 내 자리가 없어지면 어떡하냐" 같은 불안감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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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청년 10명 중 9명은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1.02.02. [email protected]
작년 한 해 취업 준비를 하면서 겪은 황당한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강모(28)씨는 "두 달 전에 채용 연계형 공고가 떴는데, 접수 기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체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코로나 때문에 미뤄졌으니 추후 연락 주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취업준비생 박모(27)씨는 러시아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발탁돼 비자까지 받았지만 재택근무로 바뀌면서 한 달 만에 그만뒀다는 이야기도 했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이들이지만  미래에 대해 비관만 하지는 않았다.

대학원생 윤모(27)씨는 "위기를 겪었음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해 왔다"면서 "미래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래에 더 심한 위기가 있어도 해답을 찾아 나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씨도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은 사그라들지 않겠구나 싶지만, 어느 세대보다 유능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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