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학교폭력 미투'…국회, 가해자 처벌 강화 나설까
국민 70%, 학폭 선수 국가대표 박탈에 찬성여야, 학폭 사태 이전엔 처벌보단 보호·예방민주당, 피해자 보호 관련 법안 발의 많아국민의힘, 예방적 측면 강조…교육 실시 등이낙연 "처벌 여전히 미약"…처벌 강화 시사정부도 학교폭력 징계 통합 관리법 추진 중
다만 여야가 현재까지 발의한 법안들은 대체로 피해자 보호와 예방적 측면에 중점을 둬 '뒷북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0.1%가 '체육계 학교폭력 방지 차원에서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학교폭력을 일으킨 체육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청소년 시절 잘못으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은 지나치다'는 응답은 23.8%, '잘 모르겠다'는 6.1%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 피해자 보호 중점…가해자 분리법도 반면 학폭 사태 이전 민주당 의원들이 학교폭력과 관련해 발의한 법안들은 처벌보다는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왔다.이탄희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하고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학교폭력방지법)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학교폭력사건 접수 이후 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가 진행되기까지 평균 30일 이상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 2차 가해와 재범 등이 발생하는 상황이란 것이 입법 배경이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4일 사이 발의돼 상임위에 계류 중인 여당의 학교폭력방지법 개정안들 역시 피해자 보호에 방점이 찍혔다. 송옥주 의원안은 대안학교 학생들을 학교폭력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인가 대안학교도 학교폭력방지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운동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나 학교 내에서 학생선수들 간의 폭력에 대해 쉬쉬할 경우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이를 인지, 조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체육진흥법(일명 최숙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 시행됐지만 이는 주로 지도자와 선수 간의 문제를 규율하는 내용이어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도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방지법을 발의해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예방적 차원에서 처벌 강화 조항도 넣었다. 강 의원안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의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병과하거나 조치를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해학생으로 하여금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 및 장애 인식 개선에 관한 특별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장애학생에 대한 보호와 학교폭력 예방 효과를 기대했다. 국민의힘, 예방적 측면 강조…분기별 예방교육 국민의힘 발의 법안들도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김정재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학교폭력방지법 개정안은 교육부 장관이 학생의 의견이 반영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및 가이드라인을 연구, 개발, 보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제정됐으나 대부분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그 대응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학교폭력의 예방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학교의 장이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분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교육부 장관은 학교폭력 예방 홍보영상을 제작해 방송사업자에게 배포하고 이를 송출하도록 방송사업자에게 요청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항도 마련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상담·치유 활동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교육감에게 학교폭력상담치유센터 설립 의무를 부과하고 학교폭력상담치유센터의 사업 및 운영경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강기윤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개정안도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진행상황을 잘 알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흐름은 처벌 강화와 같은 단발성 대책보다는 예방과 피해자 보호, 신고 체계 확립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형법상 폭행죄의 공소시효가 최대 10년이고 증거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옳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학폭 징계 관리 입법 추진…프로구단 참고토록 다만 민주당은 향후 당 차원에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 발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체육계를 중심으로 과거 학교폭력 피해 (고발) 사건이 두드러지고 있고, 연예계로도 확대될 조짐"이라며 "법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학교폭력과 비정상적 교육 현장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폭력이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으로, 비대면으로 교묘해지고 있다. 처벌은 여전히 미약하고 2차 피해도 번번이 발생한다"며 처벌 수위 강화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제안한 학교폭력 방지 법안이 많이 나와 있는데 당정 협의를 통해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24일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 직후 발표한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 개선 방안'에 따르면 문체부는 종목단체별 징계정보 통합관리에 더해 가해 학생선수에 대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를 징계 정보에 포함해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프로스포츠 구단, 실업팀, 국가대표, 대학 등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학교폭력 관련 이력을 확인해 선발을 제한하는 등 참고하도록 한다. 여야, 합의 처리 전망 밝아…각론 두고 이견 있을 수도 학교폭력 관련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 처리 가능성도 현재까지는 높다.이낙연 대표가 의지를 보인 데 이어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체육계 폭력 관련 법안 처리는 이전에도 합의한 바 있다"며 "남을 배려하고 함께 협력해야 할 스포츠가 폭력에 오염돼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도 "합의 처리 취지에 동의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더 먼저, 잘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처벌 수위 등 세부사항에서 이견으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학폭은 초당적으로 가야될 문제"라면서도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뭐 하나 터지면 주르륵 법을 내는 건 이벤트성 법안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그런 법안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느냐를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며 "과거에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무조건 징역'이란 식으로 법안이 성안돼선 안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앞서 인용된 조사는 2020년 10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권역별 가중값(림가중)을 부여했고, 무선(80%)·유선(2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응답률은 6.8%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