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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문법 잘 살린 무비컬…'검은 사제들'

등록 2021-03-05 16:54:21   최종수정 2021-03-16 09: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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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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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검은 사제들'. 2021.03.05.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화와 뮤지컬은 다르다. 자유로운 편집으로 시공간을 꿰뚫는 것이 영화라면, 무대 위 배우·음악·연출의 생생함을 전달하는 것이 뮤지컬이다. 

54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김윤석·강동원 주연의 동명영화(감독 장재현·제작 영화사 집·2015)을 원작으로 삼은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검은 사제들' 초연은 원작을 뮤지컬 문법으로 매끈하게 옮겨왔다.

'검은 사제들'은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속죄로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 '최부제'와 신을 믿으나 종교가 추구하는 방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김신부'가 주인공이다. 악에 씌였지만 악에 복종하지 않고, 스스로를 희생해 마귀를 붙잡고 있는 소녀 '이영신'을 구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

장재현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인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했다. 개봉 당시 국내 처음으로 엑소시즘을 소재로 삼아,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을 들었다.

영화 개봉 6년 만에 무대로 옮겨진 뮤지컬은 영화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따라간다. 대신 뮤지컬 무대의 특색을 살린 연출로 매력을 살렸다.

이영신의 몸에 들어간 악귀를 표현한 연출이 대표적이다. 영화에서는 공포스런 악귀를 박소담의 열연과 특수효과로 연출했다. 뮤지컬에서는 악귀 역을 상징하는 앙상블이 이영신 역에 밀착해 그로테스크한 장면들로 표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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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검은 사제들'. 2021.03.05.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email protected]
이 부분은 뮤지컬 제작사인 알앤디웍스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지점이다. '독특한 색깔의 개성 넘치는 뮤지컬'은 알앤디웍스의 상징이다. 대학로 제작사로는 드물게 '알앤디스러움'이라는 색깔을 갖고 있다.

상징적인 두 작품이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다. 각각 그림자와 원고를 하나의 캐릭터로 설정하고 인격을 부여해, 공연 연출의 입체성을 더했다. 이번 '검은 사제들'에선 악귀가 그 역할을 이어 받았다. 

'검은 사제들' 창작진은 '호프'의 창작진들이다. 데뷔작 '호프'로 호평을 들은 강남 극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다시 뭉쳤다. 오루피나 연출, 신은경 음악감독, 채현원 안무가 등 '호프'에 참여했던 베테랑들도 이번에 다시 힘을 보탰다. 이들의 안정적인 호흡 덕에, 원작의 이름값에 짓눌리지 않고 '검은 사제들'을 뮤지컬로 뿌리내리게 했다.

다만, 영화에서 공포스런 분위기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구마(驅魔) 의식의 강렬함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임팩트가 덜할 수 있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새끼 돼지 '돈돈'의 모습도 예상 가능한 선에서 연출된다. 그런데 특수효과와 편집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뮤지컬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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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검은 사제들'. 2021.03.05.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email protected]
대신 무당들이 벌이는 굿, 앙상블이 이영신을 둘러싸는 몽환적인 장면 등이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악을 빌린 연극적인 연출로 설득력을 갖는다. 강렬함이 덜해진 대신 드라마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다. 이전 알앤디웍스 작품보다, 독특하고 억센 장면들을 덜어내 '순한 맛 알앤디 작품'으로도 통한다.

후반부 서사가 압축된 것이 아쉽지만, 영화의 강렬함을 이야기로 이어 받은 제작진·연출의 선택은 옳았다. 영화적인 순간 대신, 극적인 순간을 연출해낸다. 국내 뮤지컬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오컬트 장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다양성에 기여했다. 

대학로 스타들이 총출동한다는 것도 '검은 사제들'의 강점이다. 최부제 역에 김경수·김찬호·조형균·장지후, 김신부 역에 이건명·송용진·박유덕이 출연한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영신 역에 발탁된 신예 박가은·김수진·장민제도 제몫을 한다. 오는 5월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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