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C세대]③"안 해요" "관심 없어요"…선택인가, 포기인가

등록 2021-03-09 07:00:00   최종수정 2021-03-22 10:07:5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결혼·출산, 누군가엔 '포기', 누군가에겐 '선택'

코로나19에 고용위기…C세대 취업문도 막혀

전문가 "욜로? 선택지 없이 내몰린 것일수도"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박현준 수습기자 = #1. 서울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한 이모(29)씨. 그는 결혼·출산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씨는 "부모님이 물려주실 재산을 고려하면 내 몸 하나 누일 집 정도는 장만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끔 여행을 떠나거나 호캉스를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2. 열심히 공부한 뒤 좋은 스펙으로 대학 졸업반이 됐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직장을 구하지 못한 B(26)씨. 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취업준비를 한다. B씨는 가끔 유명인의 어린 자녀가 빌딩을 증여 받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박탈감을 느낀다. "제가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하나요? 돈도 직업도 없는데 저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겠어요."

C(Crisis·위기) 세대인 20대가 바라보는 연애, 결혼, 출산. 이는 누군가에겐 선택이고, 누군가에겐 포기이다.

C세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취업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청년 세대들은 돈이 없다 보니 연애도 쉽지 않고,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관문도 막혀버리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누군가는 선택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포기라고 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청년 10명 중 9명은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2021.02.02. [email protected]
안 그래도 좁던 취업문은 코로나19로 인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업률은 5.4%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 3.7%에 비해 상당폭 증가했다.

과거 586세대 등에게는 '취업 프리패스권'이였던 명문대 졸업장도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9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 등 고학력 청년 10명 중 3명은 취업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업 한파가 몰아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교 4학년인 최병석(24)씨는 "(취업을 위해) 학점에 신경쓸 시기이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연애 기회가 줄어든다"며 "취업을 하더라도 일단 목돈이 있어야 결혼을 할 여유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associate_pic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난해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웨딩홀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혼인건수도 큰폭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0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1만3513건이다. 이는 2019년 23만9159건보다 10.7% 감소한 것으로 감소폭이나 감소율 모두 역대 최대치다.

집값이 높아지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가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집을 소유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민들이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고' 살아도 경기도 아파트 30평형 1채를 마련하는데 14년이 걸린다고 조사결과를 전한 바 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개성과 현재 삶의 재미나 즐거움을 중시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선택을 온전히 자율적인 의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언급도 나온다.

직장인 홍모(26)씨는 "한두푼 모아 언제 집을 사겠느냐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그럴 바에는 치킨에 맥주 한잔을 마시며 그날그날 행복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불평등이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C세대들이 어쩔 수 없이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값 폭등과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의 급증 등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결과 속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욜로(YOLO)나 소확행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미래의 꿈이나 희망, 이상주의 같은 것을 포기한 대신 현재에 대한 순간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명품 쇼핑 등을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내면화해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사회적인 해결책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양극화의 바닥에 내몰린 청년들에게도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청년 세대를 위해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인 보육,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또 장기적으로는 청년 기본자산을 지급하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학비로 쓰든 창업을 하든 사회가 청년들에게 스스로 자기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연애도, 결혼도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