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거리두기 개편안, '자율성 보장' 보안 필요" 목소리
5일 오후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 공청회'"1단계부터 모임 금지…접종률·양성률 반영해야""2단계 23시제한 필요할 듯…자기검사법 도입도""근거 기반 정밀방역 + 현장성 반영한 책임방역""방역관리 가능한 곳에 자율성·역량 함께 키워야""책임소지 구체적 설명…업종별 인센티브 세분화"당국 "상반기 고령층 접종 완료되면 위험 달라져"
단계 조정 기준에 백신 접종률과 진단검사율을 반영하고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1단계부터 개인 활동을 규제할 것을 권고했다.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제한을 좀 더 세분화하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주최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 공청회'가 개최됐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정부의 새 개편안에 대한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검사 양성률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검사 양성률이 올라가면 유행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지표를 추가했으면 한다"며 "앞으로 백신 접종률도 고려해 지표에 추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거리두기 상향 평가 지표로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 외에 감염경로 조사 중 비율, 방역망 내 관리 비율,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1명으로부터 추가 감염되는 평균 환자 수), 의료 체계 등을 보조지표로 제시했다. 개편안은 또 개인 활동 관리를 강화하면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다중이용시설 방역 관리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모임은 2단계부터 9인 이상, 3단계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4단계에선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다중이용시설 대상 집합금지 조처는 4단계에서 유흥시설 등에 대해서만 제한했다. 이에 대해 기 교수는 "(개편안에선) 1단계에는 모임 관리가 없고, 2단계부터 8명까지 모임이 가능해서 현행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의 두 배까지 만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유행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1단계에 9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2~3단계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시행한 뒤 4단계부터 3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기 교수는 이어 "집합금지가 1~3단계에 모두 없는 것은 좋다"면서도 "시간 제한이 1~2단계에 모두 없는데, 2단계에는 적어도 오후 11시까지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검사량 강화에 대해 기 교수는 또 "검사를 강력하고 공격적으로 하는 게 우리나라의 장점인데,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는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려면 혼자서 코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수거해서 유전자증폭(PCR) 검사할 수 있는 손쉬운 검사 방법을 빨리 검토해서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학 전문가인 김동현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근거에 기반한 정밀방역 ▲현장성이 반영된 책임방역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시설별로 어떤 상황에서 2~3차 전파가 일어나는지, 전파 차단 방법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방역 수단이 나와야 한다"며 "근거 기반 방역을 통해 대상 시설에 방역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도 중요하다. 소상공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중소기업벤처부, 고용노동부 등이 있는데 관련 부처가 책임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방역당국이 키워낼 것인지도 중요하다"며 "책임방역의 출발은 현장성에 있다. 업종·업체 종사자가 방역 주체로 역할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고 방역당국에서 신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는 한 발 더 나아가 경제 주체에 방역 자율성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역 강화로 인한 많은 피해는 결국 자영업자 중 영세 자영업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25%를 넘어선다"며 "감염 위험도는 있지만 관리 가능성이 큰 곳에 자율성을 많이 줘야 한다. 전파 위험은 있지만, 관리를 통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안전을 지키는 과정에서 희생 단계를 지나 자영업자가 무너지는 단계로 가고 있다. 무너짐 완화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제도 개선이 강력해야 한다"며 "경제 활동 주체에게도 권한을 주면서 관리 역량을 키우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책임을 강조할 때엔 책임 소지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책임원이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만약 고객이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발생했다면 강제사항에 대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도 "소상공인에게도 방역의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도 좋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 본부장은 또 "여행업의 경우 제한도 금지도 아니지만, 제한·금지보다 더 심한 조치를 당하고 있는 업종"이라며 "그런 업종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생활방역 지침에 따라 압박을 받는 업종에 대해 인센티브를 세분화해서 적극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방역수칙이 여러 인원을 제한하고, 시설별 지켜야 할 수칙이 많아서 일일이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방역 조처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들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방역수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잘 정리해서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이날 나온 전문가들의 제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분야에서 지적한 것처럼 관련 단체와 협의하면서 세분화된 방역 규제 틀을 짜는 중"이라며 "거리두기 개편과 함께 검사 능력을 배양하는 법, 자가검사 부분 등 다양한 검사기법 도입을 추진하겠다. 거리두기 상향 기준에 검사 양성률과 백신 접종률을 넣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손 사회전략반장은 또 "개편안을 만들어도 상반기 상황이 중요하다. 상반기 중에 고령층 접종이 완료되면 방역 위험도가 현재와 달라질 것이라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번 개편은 고령층 예방접종이 끝날 때까지 방역 위험도를 높이지 않으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