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지연 "살리에리, 그 자체만으로 충분해요"
올해 데뷔 15주년 맞은 공연계 대표 배우최근 연극 '아마데우스', 젠더프리로 호평4월 방송되는 드라마 '모범택시'로 본격적인 매체 연기
질투의 화신, 만년 2인자, 심지어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에 밀린 살리에리는 억울할 법하다. 영화 '아마데우스' 탓에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누명까지 썼지만, 빈 궁정음악감독이었던 그는 당대 존경 받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차지연이 그런 살리에리를 위로했다. 지난달 말 성료한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를 맡아 그의 심정을 인간적으로 대변했다. '아마데우스'는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의 극본이 원작이다. 2018년 국내에서 초연했고, 지난해 11월 돌아왔다. 타고난 재능을 지닌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질투를 느끼며 자신의 평범함에 고통스러워했던 '살리에리'의 고뇌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살리에리는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노력파다. 연극에서는 비엔나의 궁중 작곡가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보고 경이로움과 질투를 그에게서 동시에 느끼는 걸로 그려진다. 9일 온라인으로 만난 차지연은 "예술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 모두 살리에리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다보면, '나는 초라한 사람인 거 같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잖아요. 느끼고 싶지 않아도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돼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고, 자악하고, 괴롭히죠. 그런 부분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 나약함은 어쩔 수 없죠. 저 역시 똑같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외강내유의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그녀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일상적이고, 감성적이었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란체스카가 실제 차지연과 가장 닮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죠. 매번 소심해지고, '그런 면이 왜 내게는 없지' '이게 부족하니까 못하지' 등의 생각을 달고 살아요. 그렇게 자존감이 낮은 부분이 살리에리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가 가여웠죠." 처음 차지연이 살리에리 역을 맡았을 때 여성 배우가 남성을 연기하는 '젠더 프리'에 방점이 찍혔다. 그런데 공연이 끝날 때에는 성별보다 인물 소화 자체에 방점이 찍히는 '캐릭터 프리'로 통했다. '아마데우스'는 섬세한 통찰력으로 유명한 이지나 연출이 지휘했다. 차지연은 이 연출의 다른 작품인 '더 데빌'과 '광화문 연가'에서도 젠더프리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더 데빌'의 '엑스', '광화문연가'의 '월하'는 굳이 성별을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였다. 지난해 2월 이 연출이 역시 선보인 뮤지컬 콘서트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차지연은 남성성이 명확한 캐릭터인 유다를 맡아 호연했다. 이번 살리에리 역시 역할의 성별을 따지게 만드는 것보다 해당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톺아본 것이다.
도전을 좋아해서, 용기를 내 성별 불문하고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매번 '젠더 프리' 역에 신중을 기한다. 이번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 역시 숙고하는 기간이 길었다. "저 역시 걱정되는 부분을 알고 있어요. 모든 작품의 젠더 프리를 다 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젠더 프리의 길은 아닌 것 같아요. 될 수 있으면,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과유불급이라고 '굳이 이걸 꼭 여성이 했어야 했나?'라는 위험성이 있는 것들은 심도있게, 오래 생각을 합니다. 살리에리 역시 작품과 따로 노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연습에 매진했고, 어떻게든 공감이 가는,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차지연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내달 방송 예정인 SBS TV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다. 지하 금융의 큰 손인 '대모' 역이다. 2011년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 특별 출연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드라마 연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캐릭터 역시 뮤지컬 무대에서처럼 강한 역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무대 연기를 할까봐, 굉장히 힘을 빼고 있다"고 귀띔했다.
차지연은 이번 '아마데우스'에 함께 출연했고,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눈도장을 받은 배우인 최재웅에게 "홀딱 반했다"며 드라마 관련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차지연은 언제나 초심이다. 자신을 배우로 서게 한 무대는 항상 있고 싶어한다. 2019년 4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10개월 간 쉬면서 회복한 차지연은 작년 2월 '스테이지 콘서트 Vol.2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이어 같은 해 5월 모노극 '그라운디드'로 제대로 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1인극 역시 차지연에게 낯선 장르였지만, 무대와 공연 관계자들에 대한 존중심과 경외심이 빚어낸 도전이었다. "다양한 작품을 변화무쌍하게 도전하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잖아요. 다만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연달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대한 다른 스타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것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물었다. 새롭게 맡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일까. 차지연은 가능성이 없어 편하게 이야기한다며 두 작품을 꼽고, 호방하게 웃었다. "김준수 씨와 더블 캐스팅으로 (김준수의 대표 작품인) '드라큘라'를 해보고 싶어요. 또 불가능하겠지만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을 맡고 싶죠. 특히 '드라큘라'를 멋있게 해보고 싶어요. 외모적인 부분도 색다르게 해서요. 남성 배우들과 또 다른 색깔로 정말 멋있게 해보고 싶어요.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