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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터뷰]하지은 작가 "무협 소설만의 비장함이 풍기는 무협 첫 도전"

등록 2021-03-20 06:00:00   최종수정 2021-03-29 09: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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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때 집필한 단편 '야운하시곡', 10여년 만에 출간

장편소설 '얼음나무 숲'으로 인기...2세대 판타지 문학 대표

다크 판타지 '언제나 밤인 세계' 집필중..."가장 중요한 건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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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하지은 작가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에디토리얼카페 비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야운하시곡(夜雲下豺哭)'. 옛이야기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곱 작가의 일곱 단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야운하시곡'은 '밤 구름 아래 승냥이의 울음'이라는 뜻으로 '얼음나무 숲'으로 알려진 하지은 작가의 신작이다. 무협 장르 지만 무협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 중심에 '부정(父情)'이 있다.

최근 만난 하지은(38) 작가는 "이 작품으로 무협 장르에 처음 도전한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무협'하면 떠올리는 게 무공이 나오고, 내공이 나오고, 싸움이 많은, 그런 거잖아요. 저는 그런 것보다는 분위기적으로 무협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분위기지만 무협 소설만의 비장함이 풍기는 그런 무협을 쓰고 싶었어요."

'야운하시곡'은 20대 때 집필한 글로, 10여년 만에 빛을 본 소설이다.

 작품은 냉혹한 무림의 패자(霸者) 사혈공, 거침없이 천하를 활보하며 수없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그가 일곱 살 어린 나이로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강호의 은원을 청산하러 떠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그가 쌓은 업보와 가슴 시린 부정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여운 깊은 이야기다.

작가는 "제가 집중한 부분이 '부정(父情)'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흔한 클리셰이긴 한데, 주인공은 외부에서 보면 악한 행동을 많이 해온 굉장한 악인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 아이를 갖게 되면서 이전에 몰랐던 감정들을 알아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무협이나 옛이야기들을 다룬 소설집이라는 게 흔하지 않다. 흔하지 않은 콘셉트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더 관심 가져준다면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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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7인7색 옛이야기 단편선 '야운하시곡'. (사진 = 황금가지 제공) [email protected]

우연히 맞이한 작가의 삶, 그리고 현실
"원래 글 쓰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제가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그래서 당시 취업이 잘 된다는 이공계 학과로, 등록금도 좀 싼 곳으로 진학했죠. 그런데 학생 시절 연재하던 '얼음나무 숲'으로 출판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때가 대학 4학년 때였어요."

하 작가는 "학교 다니며 글을 쓰면서도 작가가 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처음 가능성을 봤다. 독자분들도 굉장히 좋은 평을 줬고, 당시 출판사에서 전업 작가의 길을 권해서 작가의 삶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책은 잘 되어서 한동안 전업 작가로 살아갈 만 했다. 그런데 이후부터는 벌이도 줄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취업을 하게 됐다. 지금은 '투잡러'로 직장 생활과 집필 활동을 병행 중이다.

하 작가는 2008년 장편소설 '얼음나무 숲'으로 데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이다. 단기간에 1만 부 넘게 판매되는 등 2세대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오랜 기간 절판되어 재출간을 바라는 독자들의 꾸준한 문의가 있었고, 중고 도서가 정가 4~5배의 고가에 거래될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20년 완전판이 출간 다시 주목받았다. 본편에서 단편적으로만 언급되었던 천재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새롭게 풀어낸 90페이지가량의 적지 않은 분량의 외전이 처음으로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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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하지은 작가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에디토리얼카페 비플러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20. [email protected]

대학생 시절부터 작가 활동을 시작, 쉼없이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장편소설 '모래선혈',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녹슨달', '오만한 자들의 황야', '눈사자와 여름'을 출간했다. 2010 경계문학 베스트컬렉션 '꿈을 걷다'에 '나를 위한 노래', 글틴에 '밤 구름 아래 늑대 새끼 우짖는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볼레니르에게 집착하지 마라' 등의 단편을 발표했다. 현재 '언제나 밤인 세계'를 집필 중이다.

작가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집필 중인 '언제나 밤인 세계'를 꼽았다. 베일에 감춰진 ‘밤의 일족’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인간의 땅에서 마주하는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밤의 세계, 탄생과 죽음이라는 경이와 비극을 동시에 품고 태어난 샴쌍둥이, 차원을 넘나드는 밤의 일족 등 환상적인 존재와 세계에 얽힌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하고도 탐미적인 정취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지에 연재하다 휴재 중이다.

하 작가는 "빨리 끝을 보고 싶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완결을 못 하고 있다. 뜻처럼 되지 않은 시간의 문제도 있고, 거의 완결까지 썼다가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갈아엎고 다시 쓰기도 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든 빨리 완성해서 독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데 완성이 안 돼서 걔(언제나 밤인 세계)가 좀 아픈 손가락이다. 지금 뒷부분을 쓰고 있긴 하다. 올 상반기에 완결하면 올해 안에 책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 작가는 집필할 때 가장 우선하는 것을 '재미'로 꼽았다. 소설 집필이 독자들의 재미를 위한 것도 있지만, 스스로의 재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있지만, 이걸 쓰는 와중에도 빨리 쓰고 다른 이 이야기도 쓰고 싶고 저 이야기도 쓰고 싶고 이래요. 저는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지만 누군가 그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와 똑같은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하 작가는 "시대가 바뀌어도 좋은 소스만 있으면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읽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렵게 쓰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읽었을 때 이해하기 쉽고 머릿속에도 잘 그려지는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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