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알못]국민연금은 왜 주식을 파나요
여기에 더해 국내 증시 상승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연기금의 매도 랠리가 꼽히는데요.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계속 팔아치우기만 해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51거래일 연속으로 매도했습니다. 여러 수급 주체 중 유독 연기금의 매도세가 격화하면서 주가가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죠. 올해 증시 상승에 따라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같은 단체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고요. 비판이 계속되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매도 랠리 원인을 비롯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방식과 관련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논의를 하겠다는 설명을 냈습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금위에서 "주가가 2000~3000선일 때 리밸런싱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하고 다음 기금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습니다. 이후에 국민연금의 산하 전문위원회인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정위)는 기금운용 방식 논의를 시작합니다. 전문가와 대표성 있는 위원들로 이뤄진 투정위는 국민연금 산하에서 기금위에 올릴 초안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후 실무평가위원회를 거쳐 기금위에 안건으로 올라갑니다. 투정위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p에서 ±3%p나 ±3.5%p로 늘리는 안건을 검토했습니다. 대신 전술적 자산배분(TAA) 이탈 허용범위는 기존 ±3%p에서 ±2%p나 ±1.5%p로 줄어드는 방안입니다. SAA와 TAA가 무엇일까요. SAA는 이미 결정된 자산배분을 통해 만들어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관련 가이드라인입니다. 올해의 경우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기존 17.3%에서 16.8%로 결정됐으니 연초부터 연말까지 17.3%에서 16.8%로 차근차근 줄여야 한다는 일종의 '원칙'이죠.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만 매수, 매도를 단행한다면 기금운용에 있어 자율성이 매우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 만들어놓은 게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입니다. 일정 범위 안에서는 더 많이 갖고 있거나 더 적게 갖고 있는 것을 허용해주겠다는 겁니다. 기존에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에 대한 이탈 허용범위를 ±2%p로 두고 있었습니다.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올 한 해 동안 17.3%에서 16.8%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2%p까지 이탈하더라도 괜찮다는 거죠. 그런데 국내 증시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증시 상승에 따라 빠르게 커져 이 이탈 허용범위를 훨씬 넘겨버린 겁니다. +2%p를 넘겨버리니 SAA를 이탈해 자동적으로 매도가 나오게 됐고 연기금 매도 랠리로 이어졌습니다. SAA를 이탈하니 TAA가 있더라도 큰 의미가 없게 됐습니다. TAA는 SAA 아랫단에 있는 가이드라인입니다. SAA 범위 안에서 비중이 움직일 경우 TAA가 ±3%p만큼 자율성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투정위에서 SAA를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SAA만 늘려놓더라도 자동적으로 매도되는 금액이 줄어들 것이고 그럼 연기금 매도 랠리도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후에 이 안건을 심의한 기금위는 지난 26일 다음달로 논의를 미뤘습니다. '중대 사안인 만큼 지금 곧장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이 큰 가이드라인을 고치는 작업인 만큼 단 몇 개월 만에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기금위에서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일단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