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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 같은 전시장...英 조각가 마이클 딘 韓 첫 개인전

등록 2021-03-31 14:53:11   최종수정 2021-04-12 09: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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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캇컨템포러리 초대 기획...'삭제의 정원'展

질서→무질서로 '긴 파괴의 엔트로피' 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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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이클 딘 '삭제의 정원' 전시전경. 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깎이고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들, 녹슨 철골 골재가 앙상하게 드러난 건축물의 일부 잔해들, 미라처럼 부식된 인체 형상이나 동물의 뼛조각, 고대 문자 같은 파편들이 널려있다.

쓰레기장 같은 전시장이다. 무슨 작품일까.

전시장 2층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보인다. 글자 형상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31일 서울 삼청로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영국 조각가 마이클 딘의 '삭제의 정원'전이 개막했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위해 마이클 딘(45)은 갤러리 공간을 빈 페이지처럼 바꿀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딘의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테이트 브리튼, 헨리 무어 조각 연구소 등에서 선보였던 주요 설치 작업과 더불어 조각, 드로잉, 출판물 등의 신작을 최초로 공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딘은 갤러리 주변 공공 장소에 201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야외 설치 작품 2점을 구현했다.

단어를 사물로 바꿔 촉각의 흔적을 지속시키는 조각전시다.

혀가 뿌리째 잘린 콘크리트 덩어리가 ‘(의미가) 새싹처럼 자라나는’ 조각 몸체의 바닥을 지탱하며 서 있는데, 이는 이 세계의 구조를 지탱하는 것이 언어임을 암시한다.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한 ‘삭제(delete) XxX’의 표시가 조각의 기둥면 여기저기에 작가의 추상적인 몸의 흔적을 담은 채휘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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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이클 딘, 삭제의 정원 전시 전경. 사진=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긴 파괴의 엔트로피(entropy as a long destroy)'라는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세계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질서에서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다.

마이클 딘의 작업의 중심은 언어가 자리해있다. 글로 쓴 문자에 물성을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오고 있다.

조각과 조각 사이의 빈 공간은 글의 행간 또는 연극의 막간 기능으로 작품의 의미를 끊임없이 분화되고 열린 상태로 지속되게 한다.

이번 전시 삭제의 정원'은 영국 일포드(Ilford)에 위치한 마이클 딘의 작업실 정원에서 시작했다. 정원 여기저기 놓여 있는 자신의 콘크리트 조각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을 보면서다.

작품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조각이 변하는 모습을 컴퓨터 키보드의 ‘삭제(delete)로 표현하는데, 여기서의 삭제는 작품의 완전한 소멸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잠시 멈춘 조각의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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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X Fuck (Working Title), 2021, 콘크리트, 철, 종이책, 192 x 64 x 73 cm

작업의 주요 매체는 시멘트. 모래, 물,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콘크리트로 탄생된 '삭제의 정원'은 낮고 평평한 땅 위로 높이 솟은 조각들, 파괴와 소멸의 엔트로피(entropy) 가 작용한다.

서로 기대고, 삐딱하게 서 있고, 권태로워 보이는 몸짓의 조각들은 대자연의 풍파를 맞은 인간의 운명처럼 비극적이다.

걸쭉하고 묵직한 질감과 강한 색채의 대비가 강조된 딘의 설치와 조각들은, 조각 주위를 돌아다녀야 한다. 부식되고 풍화된 시간의 흔적을 느껴볼수 있다.

갤러리 2층에는 모래시계 형상을 그린 키스 드로잉 연작이있다. 자가격리 중에 누군가와 친밀감을 나누고 싶다는 갈망에 입맞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만든 작품이다. 작가가 올리브유와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작가 자신의 키스 마크를 찍고, 그 위에 시멘트 가루를흩뿌려 그 형상을 고착시켰다.

작가 퍼포먼스가 4월3일 오후 4시부터 열린다. 손가락을 이용해 기타 현을 두드리면서 목(neck)과 프렛(fret)의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음향은 인간의 발화(목구멍, 혀의 마찰을 통해 실제 말소리를발생시키는 것과 동일한)하는 과정등을 보여준다.

바라캇컨템포러리는 "딘의 퍼포먼스 NO CORE는 조각이 말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일깨워주면서 작품이 ‘스스로 말하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5월30일까지.

영국 조각가 마이클 딘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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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이클 딘 Michael Dean. 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마이클 딘은 1977년 영국 뉴캐슬 어폰타인(Newcastle-upon-Tyne)에서 태어나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수학했다.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터너 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세계적인
미술 행사인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8년 헵워스 조각상의 최종 후보로 지명되었다.

영국 화이트 채플 갤러리, 헨리무어 조각 연구소, 사우스 런던 갤러리, 서펜타인 갤러리, 발틱 현대미술관, 헤이워드 갤러리,독일 포르티쿠스, 미국의 내셔 조각센터, 프랑스 팔레 드 도쿄 등 세계적인 미술기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개최했다.

작품은 데이비드 로버츠 아트 파운데이션, 테이트, 헨리 무어 재단, 워커 아트센터 등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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