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티파니 영 "30대 첫 주연작, '시카고'라 다행이에요"
뮤지컬 '시카고' '록시 하트' 역 맡아역대 최고 순수미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열아홉살의 나이에 "다시 만난 세계"를 외치던 소녀가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뮤지컬배우로 나섰다.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을 맡은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솔로가수 티파니 영(32)이다. 19일 신사동에서 만난 티파니 영은 "전 변화에 두려움이 없어요. 사람은 환경에 맞춰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제 모토는 '오픈 마인드', '오픈 하트', '오픈 아이즈'예요.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해야 합니다. 유연성을 최대한 더 만들어내야죠." 2000년 국내 초연한 '시카고'는 재즈와 갱 문화가 발달한 1920년대 격동기 미국을 배경으로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테마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오는 7월18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16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올 댓 재즈'로 대표되는 음악과 부정부패가 난무한 사법부에 대한 풍자가 돋보인다. 록시 하트는 애인에게 배신당하는 역이지만, 섹시하고 순수하며 밝은 매력의 젊은 여성이다. 티파니는 이 역을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록시는 처음부터 야망녀가 아니었어요. 자기 안에 있는 본능과 야망을 점점 깨워가는 거죠. 층이 많은 캐릭터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록시와 비슷한 점으로는 '악의적인 실수를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부러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록시처럼 센터병은 없다고 손을 가로저으며 웃었다. "제 타이밍이 아니면 튀거나 욕심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소녀시대 활동 덕분에 동선의 교통 정리도 잘 돼 있어요. 록시처럼 벨마의 얼굴을 가리거나 앞으로 나서지 않아요. 하하." 티파니 영의 뮤지컬 출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1년 뮤지컬 '페임'에서 주인공 '카르멘 디아즈'를 맡아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번 '시카고'엔 뮤지컬배우 민경아와 함께 200: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특히 록시 역은 연기, 춤, 노래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한 역으로 통한다. 많은 여자 배우들이 꿈의 배역으로 손꼽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배역이다.
하지만 초반에 열정만으로 '시카고'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울기도 하고, 자신을 컨트롤 못할까 두려움에 속상하기도 했죠." 어려움 극복의 시작은 '시카고' 멤버들과 프로덕션으로부터 안전한 공간과 보호를 받는 기분이 든 때" 부터다. "든든한 팀워크가 힘이 됐어요. (록시 역을 맡은) 아이비 언니도 많이 도와주셨고, 경아 랑은 짝궁이 됐습니다." 물론 소녀시대 멤버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수영에게는 전화를 걸어 펑펑 울기도 했고 오디션 관련 조언을 받기도 했다. 최근 멤버들이 '시카고'를 보러 와서 한국어도 많이 늘었다(티파니 영은 재미교포 2세다)고 칭찬해줬다. 특히 춤 실력이 탁월한 효연은 티파니 영이 엇박자를 탈 줄 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소녀시대 멤버들과는 여전히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엔 소녀시대 데뷔 5000일을 맞아 8명의 멤버들과 랜선 파티를 열었다. 티파니 영은 "해가 갈수록 소녀시대 멤버라는 사실이 뿌듯해져요.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팀으로서 보이는 활동이 많지 않지만, 각자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것이 너무 뿌듯해요."
언론을 통해 조명되고 대중의 사랑과 무관심을 동시에 받는 록시 하트 역은 연예인의 삶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티파니 영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록시 대사 중에 '우리 모두가 다 사랑해요. 이게 다 어릴 적 겪었던 애정결핍 탓이라고요'가 있는데 연예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사랑과 관심을 받길 원한다고 생각해요."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배우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티파니 영은 가수 출신으로 뮤지컬계에서 맹활약 중인 아이비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뮤지컬에 대한 꿈을 꿔온 그녀다.
티파니는 2018년 작년부터 티파니 영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녀시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티파니의 고향이다. 2004년 이곳의 한인축제에 참가했다가 SM에게 발탁돼 한국으로 왔고, 연습생을 거쳐 소녀시대가 됐다. 한국 이름 '황미영'에서 '영'을 따 '티파니 영'이 됐다. 특히 배우의 꿈을 위해 여전히 미국에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속 연기 지망생 '미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드라마, 영화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닌다. 이번 '시카고' 오디션도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 무엇보다 연기가 됐든, 노래가 됐든 인간적인 향기가 묻어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부르는 곡과 선택하는 작품에 휴머니티가 많았으면 해요. 제가 앞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수 있게 도전적인 행보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역시 잘한다'가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