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①] 불안한 개미들…"다시 하락장 우려"
공매도 재개로 증시 활황에 '찬물' 우려 높아져전문가들 "도입 초기 시행착오로 투자손실 예상"
하지만 공매도 재개일이 다가올수록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발 증시 폭락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지수가 반등한 상황에서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만큼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이 큰 동학개미들 사이에서는 이번 재개 조치에 대한 반발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공매도 재개가 코스피 200과 코스닥150 종목으로 대형주에 한정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내달 시행되는 새 개인대주제도가 개미들의 공매도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도 도입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매도에 뛰어든 개인들의 투자 손실이 예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뉴시스는 [공매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기획 시리즈를 통해 공매도 재개 이후 주식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공매도가 5월3일 다시 시작된다. 1년 2개월 만의 부활이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자 금융당국은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5월 코스피 2000선이 회복된 이후 8월에는 공매도 금지 6개월을 연장했다. 올해 1월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하고 금융당국은 당초 3월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를 다시 연장했다. 5월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에 들어간다.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개인대주제도가 시행된다. 17개 증권사가 2조~3조원 규모의 대주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주제도를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는 최장 60일의 차입기간을 보장받게 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원금(매도금액) 초과손실 가능성이 있어 위험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 개인투자자가 개인대주 취급 증권사와 신용대주약정을 체결하도록 했다. 약정에서 정한 담보비율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로 인해 강제청산 될 수 있다. 과거 공매도 투자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금융투자협회 사전교육과 한국거래소 모의거래를 사전에 이수해야 한다. 또 투자경험에 따라 차등화 된 투자한도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신규투자자는 3000만원을 한도로 정했다.
떨고 있는 동학개미들 "외인·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 제도개선 미흡" 대장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200 구성 종목은 전체 종목 수의 22%로 전체 시가총액의 88%를 차지한다. 코스닥150은 전체의 약 10%에 해당하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재개된다. 금융위원회는 나머지 종목의 공매도 금지는 별도의 기한 없이 연장한다.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동학개미들은 외인과 기관의 전유물인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들이 더 불리한 조건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진 외인과 기관에 비해 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개인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지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물량을 쏟아내 충격을 줄 것이란 게 한투연 입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와 폐지를 촉구하는 동학개미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투연은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공매도는 우리 주식시장의 위험한 뇌관"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뀌지 않았고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증시는 코로나19를 핑계 삼은 무자비한 공매도 폭탄으로 코스피 지수가 11년 전 수준인 1400대로 폭락해서 세계 주요 증시 중 압도적 하락 1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공매도는 개인투자자 1%, 외국인과 기관이 99%를 점유한다"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개인 신용투자 대비 공매도 수익률은 39배, 승률 환산 97.5%에 달한다. 이 상태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또다시 박스피의 악몽에 시달리며 지속 상승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투연은 공매도 제도 개선으로 ▲무결점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 60일 설정 ▲공매도 증거금 105%→140% 상향 ▲대차거래 전산화에 외국인 포함 ▲불법 공매도 점검 주기 1개월→1일 단축 등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2만4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 "코스피·코스닥 종목별 옥석가리기 진행될 것" 공매도 참여를 준비하는 개미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공매도에 새로 참여하려는 개인투자자가 받는 사전의무교육 참가자는 20일 개설된 이후 나흘 만에 4000명을 넘어섰다.기관·외국인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준 뒤 같은 주식을 돌려받는 대차거래 잔고도 5개월 만에 54조원대를 회복했다. 국내에서 기관·외국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거래로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한다. 대차거래 잔고 증가는 공매도에 사용될 수 있는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모두 공매도를 앞두고 투자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에만 쏠려온 우리나라 특성상 개인의 기회를 확대하고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도입 초기 개미들이 충분한 투자전략 없이 공매도에 뛰어들면서 막대한 손실이 예견된다고 경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금지되면 주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질 위험성이 있는데, 이번 계기로 공매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대폭 올라가 기회의 형평성 측면에서 크게 개선됐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의 공매도 활용 경험이 축적됐다고 보긴 어려워 투자손실 등의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도 대단히 커서 상당 기간 저항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개인이 적절한 타이밍이나 투자전략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공매도에 뛰어드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때문에 도입 초기 단계에서 좋지 않은 수익률을 거두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개인들은 보다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시장이 커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고평가된 종목은 잠재적인 매물 압박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 센터장은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도 고평가됐으니 가격이 떨어지듯이 주가도 단기 과열이나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를 통해 적정가를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이번에 개인의 접근성이 강화됐기 때문에 너무 일방적인 불공정 상황은 아니다. 롱(매수)으로 주가가 올라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처럼 숏(매도)을 잘 써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