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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CJ대한통운, 택배노조 단체교섭 응해야" 노조 손 들어줬다(종합2보)

등록 2021-06-02 21:32:55   최종수정 2021-06-07 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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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뒤집고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 근거로 교섭 요구 잇따를 듯

"교섭 의무 일반적 인정 취지 아냐"

경영계 반발…"대법 판단과 배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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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에 돌입할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하는 6일 오전 서울 한 택배사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및 상차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5.0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김진아 기자 =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단체교섭을 둘러싼 CJ대한통운과 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간 분쟁에서 결국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택배업에 택배기사들의 노무가 핵심적인 요소인데다, 서브터미널 근무여건 등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어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봤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택배노조가 원청격인 CJ대한통운에 대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노동조건 실질적 권한…교섭 당사자 지위 인정"
지난해 3월경 택배노조는 대리점이 아닌 원청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해 하급 심의 기관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는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사건을 각하 처리했으나 택배노조는 올해 1월 중노위에 사건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들 간 계약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택배업계에선 통상 택배기사들이 각 대리점을 통해 계약을 맺고, 이 대리점이 CJ대한통운과 배송 관련 계약을 맺는 주체다.

그러나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이 요구하는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봤다. 당초 택배기사들과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초심을 뒤집은 것이다.

중노위는 이날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현재 대리점 택배기사의 택배운송 노무는 CJ대한통운 택배서비스 사업 운영에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라고 봤다. 나아가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에서 대리점 택배기사가 배송상품 인수, 집하상품 인도 등의 노무를 제공하는 만큼 구조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요구한 교섭의제에는 CJ대한통운이 원청으로서 서브터미널에서 작업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의제가 3개가 포함돼 있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의 노동조건 중 일정 부분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이 단독 또는 대리점주와 중첩적으로 교섭의무를 가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불복 소송" vs 택배노조 "교섭 나와라"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간 분쟁은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중노위 판정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판정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원하청 구조가 지배적인 중공업, 완성차업계에 속한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서 노사간 역학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한 사업장 내에 원청 소속 노동자와 별도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교섭이 이뤄지면서 교섭창구단일화, 교섭단위 분리와 같은 노무 분쟁도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노위는 이에 대해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 사이의 단체교섭과 관련한 개별 사안을 다룬 것으로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영계는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중노위 판정 직후 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일관되게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인지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로 판단하고 있고, 계약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성을 부정해 왔다"며 "이번 결정은 대법원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노위가 노동계 주장만을 반영한 결정을 빈번히 내린데 이어 또다시 법적 근거도 없고 대법원의 판단과도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향후 사법부가 행정소송 등의 후속 절차에서 단체교섭의 본질에 입각한 명확한 판단을 내려 더 이상 산업현장의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은 그동안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방관하고, 사회적 합의도출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면서 "즉각 교섭장에 나와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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