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흔들린다④]느슨해진 대북경계...'안보구멍' 우려
북한 민간인 귀순에 군 경계망 빈틈 노출보수진영, 9·19 군사합의 경계 약화 지적北, 9·19 군사합의 파기할 수 있다 위협군사합의 유지하되 대비 태세 강화해야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 말부터 올해까지 북한의 공식 도발 사례는 1차례였다. 지난해 5월3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 안에서 북한군 GP(감시초소)에서 우리측 GP 외벽으로 고사총 4발이 날아들었다. 우리 군은 즉각 30발로 응사했다. 이후 잠잠하던 남북 접경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총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지난해 11월3일 체중 50여㎏의 기계체조 선수 출신 북한 민간인 남성이 강원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었다. 이 남성은 3m 넘는 철책을 뛰어넘었다. 이 남성은 철책 기둥을 타고 올라간 뒤 철책 상단의 Y피켓(Y자 모양의 긴 쇠막대)에 안착했다. 공교롭게도 이 Y피켓에 하중 감지 장비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그는 체조를 할 때 익혔던 몸놀림으로 철책을 넘은 뒤 우리측 민간인 통제선 부근까지 남하했다. 이 남성은 밤새 군의 수색과 추적을 따돌리다 이튿날 오전에야 붙잡혔다. 게다가 그는 미확인 지뢰지대를 휩쓸고 다니며 감시망을 교란했다.
이 같은 귀순 사례는 우리 군의 경계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월책 귀순 후속조치는 고장 난 과학화 경계시설 일부 장비를 약 50억원을 들여 교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2월 발생한 헤엄 귀순 후속조치는 징계를 수반했다. 육군 8군단장이 엄중 경고를 받았고 22사단장은 보직해임됐다. 이들을 포함해 24명이 인사조치됐다. 보수진영에서는 귀순자가 아니라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였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고성군 일대가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 우려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즉 9·19 군사합의가 이 같은 안보 구멍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비무장지대 안에서 상호 1㎞ 이내로 근접해있는 GP를 철수시켰는데 이에 따라 접경지역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군은 귀순이 발생한 지역은 GP가 보존된 곳이거나 GP와 관련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9·19 군사합의 후 전방부대에서 긴장이 이완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로 접경지역 긴장을 완화시켰음을 자부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9·19합의에 대해 "지금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북한이 지금까지 2번의 사소한 (9·19합의) 위반을 했는데, 굉장히 절제된 방법으로 시행됐다. 그 이후엔 전혀 심각한 도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긴장 완화가 경계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최근 귀순 사례에서 나타난 경계 실패 정황은 이완된 분위기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북한은 9·19 군사합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군사도발을 감행하지는 않지만 남북 공동 유해발굴 사업을 비롯해 각종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북측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은 묵묵부답이다. 아울러 북한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측에 불만을 표출할 때마다 9·19 군사합의 파기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에는 9·19 군사합의 위반 전적이 있는 서해 창린도에 방사포를 배치하며 우리측을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의 취지를 살리되 군사 대비 태세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김재철 동신대 동북아연구소 연구위원은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평가와 향후 한반도 군비통제 추진방향' 논문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할 한반도 군비통제의 서막"이라며 "군비통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군사대비태세는 허점이 없어야 한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낙관적으로 판단해 비핵화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재래식 군비통제를 강행할 경우 안보 위협을 자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 군사합의 이행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글에서 "남북군사협상은 필요하고 합의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협상과 이행과정을 보면 여의치 않다"며 "따라서 긴 호흡을 가지고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북한이 핵을 내려놓도록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하에서 한미연합태세를 바탕으로 강력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