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0선' 이준석의 돌풍에도 당원투표는 앞서
선거인단 득표 나경원 40.93% 이준석 37.41%羅, 여론조사에서 李대표에 30% 이상 뒤쳐져단일화 불발로 중진 표 분산돼 나경원에 불리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표 결과, 이준석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총 9만3392표(43.82%%)로, 7만9151표(37.14%)에 그친 나경원 후보를 약 6% 차이로 제치고 당대표로 최종 당선됐다. 개표결과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5만5820표를 얻어 37.41%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득표율 58.76%로 여론조사 득표로 환산하면 3만7572표로 집계됐다. 나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 6만1077표(40.93%), 여론조사 환산득표 1만8074표(28.27%)로 이 대표의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당원투표에선 3% 정도 차이로 나 후보에 밀려났지만, 여론조사에서 30% 이상의 압도적인 격차로 당권을 거머쥔 셈이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지 1년2개월 만에 당의 새 얼굴로 청년을 내건 셈이다. 영남권 한 의원은 이를 "대한민국 정치사(史)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라고 할 만큼 국민의힘에선 청년 당대표 당선을 정치적 격변으로 받아들였다. 국회 의정활동 경험이 전혀 없는 '0선'의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세대교체 바람, 노쇠한 당에 대한 변화 요구,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서는 절대 압승을 거뒀지만, 당심에선 나 후보(40.93%)에게 뒤지는 37.41%를 얻어 보수성향인 당원 민심을 얻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 후보는 예비경선에서도 이 대표에게 우위를 보인 바 있다. 이는 당원들이 여전히 '신인' 이준석보다 '중진' 나경원을 더 신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후보가 경선 내내 중도 확장성을 보이면서 여론조사에선 돌풍을 일으켰지만, 민심과 당심의 괴리감이 여전하다는 사실도 확인된 셈이다.
전반적으로 전체 당원에서 50~60대 연령의 비중이 높고 전통 보수 당원이 많은 국민의당의 당원 분포도 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의 지역별 책임당원 현황은 수도권 29.6%, 대구·경북 30.7%, 부·울·경(부산·울산·경남) 24.6%, 충청권 10.1%, 강원·제주 4.2%, 호남권 0.8%로 알려진다. 연령대별로 20대 3.9%, 30대 7.7%, 40대 15.7%, 50대 30.6%, 60대 이상 42%다. 전체 선거인단 32만8889명 중 27만6698명(84.1%)을 차지하는 책임당원의 경우, 영남 비중이 크고 60대 이상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 같은 당원 분포 구조가 나 후보의 득표 전략에는 플러스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나 후보가 선거운동 막판 영남권을 집중 공략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가 개표 전날까지 "당이 없어질 위기에 저는 우리 당을 지켰다. 다 찢겨지고 무너지고 뜯어질 때 당원과 함께 기둥만은 붙잡고 지켰다"고 호소한 것도 전통 당원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중진 4명 대 신인 1명의 신구 대결 구도에서 이 후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중진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은 점을 주요인으로 지적한다. 중진 표가 분산되면서 신인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선거에 출마한 주호영(2만9883표·14.02%), 조경태(5988표·2.81%), 홍문표(4721표·2.22%)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19.05%로, 이 후보와 나 후보 간 격차가 6% 정도에 불과했던 만큼 만약 중진 후보끼리 단일화에 나섰다면 선거 구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와 주 후보 간 단일화만 이뤄졌더라도 과반 이상인 51%에 이르는 만큼 결과는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단일화가 불발되더라도 하위권 후보의 지지층이 이탈해 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당 관계자는 "조경태·홍문표 후보가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력을 다해 완주했기 때문에 지지층의 이탈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대표 본경선은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구조여서 나 후보가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이긴다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상당수가 특정 중진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나 후보의 득표전략에도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거침없는 직설 화법은 일반 국민 표를 얻는데 한몫했지만, 상대가 나 후보였기에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 나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선거구도는 이준석 대 주호영 구도로 굳었을 것이고, 경선 과정에서 막말 시비를 일으켰던 이 후보의 '돌직구' 발언이 주 후보에게 집중됐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 후보가 대중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이 후보의 돌직구 발언이나 후보에게 향하면서 비호감도를 가진 당원이나 국민들의 표를 얻는데 전략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가 주호영 후보에게 거침없이 말했다면 아마 불손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나경원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이 후보가 설사 막말을 하더라도 나 후보에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이나 당원들은 시원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지난해 총선에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까지 연패를 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다만 나 후보가 당심에선 여전히 높은 지지를 확인한 만큼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내 여성 정치인 중 대표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효과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 여성 의원 중 최다선은 재선 김정재, 임이자 의원뿐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원외 여성 중진 중에는 이혜훈 전 의원도 있지만 나 후보와는 차이가 있다"며 "나 후보가 선거에서 계속 지고 있지만 우리 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여성 정치인의 존재감이 미약한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나 후보가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