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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CCTV해법①]법안 6년째 국회 문턱 못넘은 이유는?

등록 2021-06-19 08:00:00   최종수정 2021-06-28 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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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여러번 발의됐지만 심의도 못하고 폐기

환자·소비자단체와 의사·병원단체 의견 명확히 대립

"의협 최강 로비력에 법안 발의하면 강한 압력 느껴"

여당 "국민 80% 이상이 지지 뒷심…이번엔 통과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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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1.06.15.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일부 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정치권과 의료계는 물론 국가적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된지 6년이나 지났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됐다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 주자들까지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제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지난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대표발의했다. 2014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한 사실이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여고생이 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수술실 CCTV에 대한 여론이 커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되고 폐기됐다.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고(故) 권대희씨가 안면윤곽 수술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내 의료계의 수술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커졌다. 당시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의사가 수술을 다 마치지 않고 다른 수술실로 이동하거나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지혈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도 CCTV 설치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 폐기됐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 동력을 얻고 있다. 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전문병원에서 대리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데다 한 대학병원 인턴이 수술실에서 마취된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마저 큰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별 의원 차원이 아니라 당 지도부와 대권 주자들까지 나서서 법안 처리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은 민주당 안규백·김남국·신현영 의원이 제출한 3건이다. 안·김, 두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신 의원안은 병원 자율에 맡기는 내용이다.

여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직접 CCTV 설치법의 시급성을 강조했고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수술실 CCTV 전국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이해 당사자 간에 찬반이 명확하게 갈려 국회에서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환자와 소비자 단체들은 의료 사고와 대리수술, 성범죄 등 수술실 내의 부적절한 행위를 방지하고 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되어 있고 환자는 의식이 없거나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아 범죄나 의료사고 발생 시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와 병원 단체는 해외에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사례는 없고, 의료진을 상시 감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진의 집중력과 능동성·적극성을 떨어뜨려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이 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와 병원단체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9년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 하루만에 폐기되는 일도 있었다. 법안에 서명했던 5명의 의원이 돌연 참여 의사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은 회원이 13만여명에 달하고 후원 규모가 큰데다 국회에 대한 로비력도 강하다"며 "의원들이 의사들에게 불리한 법안을 내거나 참여할 경우 느끼게 되는 압력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CCTV 의무화 법안을 보류하고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해 나가자고 정치권에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여당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술실 CCTV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근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1%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찬성했고, 반대 의견은 9.8%에 그쳤다.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법이 지금까지 왜 통과가 안됐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처음 법안을 발의하려고 했을때 보좌진이나 동료 의원들은 후원금도 안 들어오고, (항의 등으로)굉장히 시달릴 수 있다는 말을 해줬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응원 전화와 지지해줘서 이익집단의 압력은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권과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고 있다.

반드시 수술실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상급종합병원에 우선 도입하고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병원의 60% 가량은 이미 수술실 외부에 CCTV를 두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당정도 수술실 내부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다시 불 붙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의 찬반과 해법은 이제 선악의 이분법적 기준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 한국 의료정책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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